휴식이 함께한 2박3일 부산여행기... 첫쨋날
어젯밤에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아침에 겨우 일어난다.
무거워진 몸과 타는 목마름
오늘은 부산으로 2박3일 여행을 떠나는 날.
그러나 숙취에 몸이 피곤해 여행을 떠난다는 기분마저 날아가 버렸다.
겨우 일어나 대충 씻고, 김치에 맨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로 서울역에 도착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담배 두대 피우고
대합실에 앉아 기차시간을 기다린다.
시간에 맞춰 플랫폼으로 내려가고...
기차에 올라타 무거운 몸을 좌석에 앉힌다.
나를 태운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 (08:10 KTX)
잔뜩 흐린 하늘 아래로 기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천안아산역, 대전역, 동대구역을 거쳐 빠르게 부산으로 달려나간다.

부산역에 도착
역 앞에서 바라본 풍경이 익숙한 풍경이다.
얕으막한 산 아래로 작은 집들이 촘촘히 세워져 있고...
서쪽 끝으로 민주공원이 보인다.
역 광장에는 분수가 시원한 물을 내뿜고 있다.
지하도를 통해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선다.
101번 태종대행 시내버스에 올라탄다.
영도에서 조그만 어선을 타고 자갈치 시장에 가기 위해 이 버스를 탄 것이다.
버스는 영도에 도착하고...
자갈치시장 건너편의 부두에서 자갈치 시장으로 건너가는 배를 물어보니,
지금은 없어졌다고 말씀을 하신다.
예전에 부산에 있을 때에는 할 일 없이 이 배를 타고 영도와 자갈치 시장을 왔다갔다 하였는데...
부산이라는 도시가 주는 작은 즐거움 하나가 없어져 서운한 기분마저 든다.
뜨거운 태양 아래 더운 날씨
부두를 빠져나와 영도 다리를 건너기 위해 다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다리를 건너기 전 영도 경찰서 담벼락에는 예쁜 작품들이 걸려있다.
예전 부산의 풍경들이 사진과 모형으로 예쁘게 표현되어 있다.
영도 다리를 건너고 자갈치 시장으로 들어선다.
비릿한 내음이 훅 나에게 달려들고...
억센 부산 사투리와 함께 내가 부산에 와 있슴을 가르쳐준다.
바닷가에 나가 사진을 찍고...
항상 자갈치 시장에 오면 한 장면이 자동으로 떠올려진다.
한여름 생선좌판을 펼친 부산 아주머니와 할머니들.
찌는 듯한 더위와 점심 이후의 식곤증이 겹쳐 할머니들이 얕은 잠에 빠지시고...
꾸벅꾸벅 조는 할머니 앞의 생선 좌판을 향해 한 마리의 갈매기가 쏜살같이 달려와
좌판 위의 생선을 물고 도망을 간다.
먹고 사는 일에 지친 할머니와 도둑 갈매기의 한 장면이
자갈치 시장에 오면 항상 떠올려진다.
여름날의 뜨거운 햇빛과 함께...

식당에 들어가 점심으로 생선구이 백반을 시켜 먹는다.
나는 부산에 오면 꼭 자갈치 시장에 들러 생선구이 백반을 먹는다.
커다란 생선구이에 밥을 두그릇이나 먹고...
이제야 어젯밤 술기운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식당을 나와 남포동 큰 길을 건너고 버스정류장에서 암남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더운 날씨, 그늘도 없는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니, 땀이 송알송알 맺히기 시작한다.
고맙게도 암남 공원으로 가는 7번 국제수산물도매시장행 시내버스가 오고...
시내버스 안은 에어컨이 잘 나와서 무척 시원하다.
의자에 앉아 시원한 냉바람을 맞으면서 암남 공원으로 간다.
나를 태운 버스는 송도 해수욕장을 거쳐 암남 공원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다.


도로 양편으로 우거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매미 소리보다는 까마귀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고...
사람들도 별로 없는 한적한 길 따라 암남 공원으로 들어간다.
입구의 잘 가꾸어진 정원들이 맘에 들고
경사진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길 윗쪽의 산에는 나무들이 어둠을 만들면서 깊이 우거져 있다.
간간이 사람들이 보이고
이정표를 쫓아 길을 따라간다.
한동안의 경사길이 조금씩 밋밋해지기 시작하고...
벤치에 앉아 그 동안 흘린 땀을 수건으로 닦는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부산은 바다가 있어 서울보다 시원하겠지 생각했는데,
부산도 그리 만만치가 않다.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괜찮은데, 걷기만 하면 더위에 땀이 절로 비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양편으로 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그늘이 졌슴에도 더운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동안 산길을 오르고 내려가다가 바닷가쪽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길 옆으로 처음 본 화려한 색깔의 새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예쁜 새들을 보면서 사진기에 담을려고 했으나,
워낙 동작이 빠르고, 나를 피하는 바람에 하나도 담지 못한다.
영도에 갇혀 조금은 밋밋한 바다가 보이고...
그 바다 위에는 많은 배들이 떠 있다.
날씨가 생각보다 흐려 사진들이 흐리게 나온다.
이런 더운 날에 맑은 사진들을 원하는 것도 또 다른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를 따라 잘 조성된 산책길이 참 잘 만들어져 있다.
오른편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산책길을 따른다.
얼마간의 오르막과 내림길이 이어지고...
출렁다리와 함께 전망대, 의자들이 잘 꾸며져 있다.
한참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공원 입구에 다시 서고...
아래로 내려가니 넓은 주차장에 방파제가 나타난다.
방파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낚시를 즐기시고 있다.
바다쪽에서는 간간이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암남 공원에서 흘렸던 땀을 천천히 식힌다.
한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송도 해안볼레길로 들어선다.
산 밑으로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철제 계단과 길들이 이어진다.
바다로부터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바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걷을 수 있는 길.
그럼에도 덥다는 생각이 앞선다.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따라 걸아가고, 걸어오고...
빨리 송도 해수욕장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해안볼레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조그만 포구와 빨갛고 하얀 등대가 기다리고 있다.
건너편으로는 원색의 파라솔과 해수욕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예전에는 여름에도 송도 해수욕장에는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았었다.
몇명의 가족들과 외국인들
한적했던 송도 해수욕장이 지금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런 복잡한 모습들에 마음이 상해간다.
도로를 따라 송도 해수욕장으로 간다.
해수욕장 입구의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카페 안은 냉방이 잘 되어 있어 앉아만 있어도 시원하다.
오늘 하루 동안의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
그 느낌이 좋아 천천히 냉커피를 마시고
오늘 하루 동안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고
집에서 가지고 온 책 최반님의 인도여행기 "서툰, 여행."을 읽는다.
다 마시고 나서 예쁜 카페 사진을 찍고...
카페를 나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송도해수욕장을 외면한 채
여관을 찾아 들어간다.
이번 여행의 주안점은 휴식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빨빨대고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돌아다니고, 최대한으로 쉬는 여행
아직 태양이 중천에 떠 있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오늘 여행 일정을 마무리한다.
여관에 들어와서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오늘 하루 동안 입은 땀에 절은 옷들을 빨고,
목욕을 하고...
배낭을 정리하고...
그런 자잘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눕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오늘 하루치의 더위는 잊어버리고...
깊은 단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