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함께한 2박3일 부산여행기... 둘쨋날
어젯밤에 충분히 자서 그런지 아침 일찍 가뿐한 마음으로 일어난다.
창문을 열고 바다쪽을 바라본다.
그런데 앞에 큰 건물이 막고 있어 바다쪽은 비좁게 보인다.
컴퓨터도 없고, 바다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여관
어제 여관방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컴퓨터를 찾았는데,
큰 모텔이면서도 방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다시 내려가 주인 아주머니한테 물어보니, 컴퓨터가 있는 방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씀을 하셨다.
어쩔 수 없는 일...
컴퓨터 없이 편하게 쉬라는 말씀으로 새겨들었다.
아침에 한동안 TV를 보다가 답답한 마음이 들어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여관방을 나선다.
어젯밤 늦게까지 시끄러웠던 송도 해수욕장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없고 평온하기만하다.
몇몇 어르신들이 모래사장 위를 청소를 하시고,
갈매기 대신 까마귀들이 모래사장을 점령하고 있다.
난데없는 까마귀들 소리에 움칫해지기도 한다.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돼지국밥을 먹고...
식당 앞 버스정류장에서 다대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없고,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다대포로 가는 96번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냉방이 잘 된 버스를 타고 다대포로 달려간다.
나를 태운 버스는 충무 교차로와 대티 고개를 넘고, 장림을 거쳐
다대포 버스종점에 도착한다.
버스종점 전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내가 버스로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걸어가면서 아침 일찍 문을 연 카페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카페는 앞쪽의 문들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와 준비를 하느라고 분주하다.
스피커에서는 티아라의 노래들이 신나게 흘려 나오고...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아침을 준비하시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카페를 나와 걸으면서 보니, 건너편의 칸막이로 둘러쳐진 너머에 다대포 해수욕장이 있다.
좁은 통로를 통해 다대포 해수욕장에 이른다.
넓은 백사장과 냇물, 그 너머에 무한히 펼쳐진 바다
이른 시간이었슴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일부는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새운 사람들 같다.
넓게 펼쳐진 전망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백사장을 따라 몰운대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가까이서 바라본 바닷물이 참 맑다.
몰운대 해안산책로 앞에 이른다.
어제 송도 해안볼레길처럼 철제길이 놓여있다.
부산, 바다가 옆에 있어 참 좋은 도시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철제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건너편의 큰 섬이 가덕도가 아닌가 싶다.
다시 몰운대 입구에 선다.
일단 가게에서 냉커피를 한잔 사 마신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시원한 냉커피를 자주 찾게 된다.
이번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냉커피와 함께 한 여행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가게 뒷편으로 가니, 그곳에서도 조그만 포구와 함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잘 가꾸어진 공원 입구를 지나 몰운대로 들어선다.
입구의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키 큰 소나무들이 양편으로 서 있는 길
그 길로 들어서면서 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맑고 청량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몰운대가 이렇게 좋은 곳인지 새삼 알게 된다.
그런 멋진 길을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서고
제일 먼저 다대포 객사가 반긴다.
나무들 속에 당당하게 지어진 옛건물.
그런 당당한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객사를 지나고 전망대 입구에 선다.
앞에는 네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등대를 품은 섬.
그런 섬의 모습들이 예쁘게 다가온다.
지난 봄, 태안의 천리포 해수욕장 입구의 작은 섬도 떠올려진다.
다시 되돌아 공원 안쪽의 길을 따라 걷는다.
주위의 숲들이 울창하다.
어느 쪽은 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있어 아침임에도 어둠침침해 보인다.
이런 길을 걸으면서 몇년 전에 가보았던 여수의 오동도가 생각났다.
아름다운 숲으로 섬을 이룬 오동도.
이곳도 그에 못지 않게 숲이 울창하다.
나무가 터진 공간 너머로 조그만 섬이 보인다.
그 섬을 몰운대라고 부른다고 안내판에 씌여 있다.
몰운대를 지나 다시 공원 입구에 선다.
공원을 내려오니, 기다렸던 여름 햇볕이, 더위가 나에게 마구 달려든다.
그 나마 부산은 바다가 옆에 있어 조금은 선선할 줄 알았는데,
어제와 오늘 더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주의 덕유산으로 갈 것을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높은 산, 긴 계곡에서의 여름나기
항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미련들이 남게 되나 보다.
상가 뒷편, 바다를 옆에 끼고 난 길을 따라 버스정류장을 향한다.
건너편으로는 목교가 인상적으로 놓여있다.
예전에 사진공감님의 사진으로 익숙한 목교
목교를 배경으로한 해넘이 풍경이 문득 떠올라진다.
바다 건너편으로 주황색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고...
노을빛에 빛나던 목교의 모습이 새삼 멋지게 다가온다.
어떤 그리움을 안은 채...
이 곳에서 일본의 대마도가 가깝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맑지 않아 대마도는 보이지 않는다.
가을날 이곳에서 대마도를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운 날씨에 좋은 구경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흡족해진다.
나중에 다시금 찾아오고 싶은 공원
무엇보다도 해질녘에 다대포에 다시금 오고 싶어진다.
바다를 옆으로 끼고 버스정류장을 찾아 걷는다.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송도 해수욕장으로 가는 96번 시내버스를 탄다.
송도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어제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부산의 대표 음식 중의 하나인 밀면을 시킨다.
밀면은 6.25 당시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고향을 생각하면서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는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을 구하기가 힘들어 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던 음식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음식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먹는 밀면.
맛은 잘 모르겠고, 시원한 맛에 잘 먹는다.
밀면을 먹고나서 어제 갔던 카페에 들러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식당에서도 그렇고, 카페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여 추울 정도이다.
아침에 다대포에서 익었던 몸이 급속도로 냉각되는 느낌.
에어컨 바람을 피해 앉아 인도 여행기를 읽는다.
몸은 부산에 앉아 있고, 눈은 인도의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카페를 나와 여관으로 들어간다.
어제와 같이 빨래와 샤워가 이루어지고...
여행 중에서도 남루한 일상은 계속 따라붙는다.
샤워 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오수의 즐거움에 빠진다.
여행 중의 오수...
느긋한 마음에 금방 잠 속으로 빠져든다.
잠에서 깨어나 TV를 본다.
MBC 쇼음악의 중심을 본다.
많은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고...
한동안 가요프로를 보지 않아서 그런지 생소한 가수들의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그냥 멍하니 누워 TV를 보면서 무엇을 할까 궁리에 빠진다.
그러다 문득 편백나무숲으로 알려진 (구)대신공원이 생각난다.
전에 부산에 왔을 때 찾아갈려고 그랬는데,
사람들도 대신공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찾아갈 수가 없었다.
핸드폰으로 대신공원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신공원이 중앙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대신공원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나대로 중앙공원이 민주공원으로 알고 있었고...
중앙공원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오르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여관을 빠져나온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갔는지 땅에는 물로 젖어 있다.
건너편의 송도 해수욕장은 많은 사람들로 시끄럽고...
다음에 부산에 온다면 송도 해수욕장 근처로 숙박을 정하지 않을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아침에 탄 96번 다대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버스기사님에게 물어 동대신역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고...
동아대 병원이 있는 언덕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도 언덕길은 계속 이어지고...
구덕운동장 앞에서는 긴 육교를 건너 다시금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다시금 언덕을 오른다.
이미 몸은 땀으로 젖어들고...
괜한 고생을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불쑥불쑥 솟아난다.
골목길을 오르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걸어갈려면 한참 걸어가야한다고 마을버스를 타라고 일러 주신다.
길도 잘 모르겠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중앙공원 입구에 내린다.
공원 입구는 키 큰 나무들로 어두컴컴하다.
아직 여섯시도 되지 않았는데...
은근히 공원 안은 더 어두운 것은 아닌지,
그래서 사진은 잘 안나올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
몰운대 공원하고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약수터가 나오고, 야외 공연장이 나온다.
여러 사람들이 그 주위에 앉아 계신다.
햇빛이 강한 해수욕장보다는 이 곳이 더 나아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이 곳에 올 것을...
나무그늘이 주는 시원함, 청량감
가만히 서 있으면 시원한 기분이 든다.
야외 공연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숲속 매점이 나타나고...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냉커피를 마신다.
그러면서 여관방에 홀로 누워 있는 것보다는
이 곳에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숲
그래서 편백나무숲이 좋은 것 같다.
지난 겨울 전남 장성의 축령산 편백나무숲도 생각나고...
냉커피를 마시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숲속길을 걷는다.
중간중간 어둠침침한 구간도 지나가고
밝은 햇살이 소리없이 비추는 곳도 나타난다.
한동안 길을 따라 산길을 걷다가 주택가 옆으로 내려온다.
한동안 피우지 못했던 담배를 꼬나물고...
터벅터벅 비탈길을, 골목길을 내려온다.
앞으로는 부산시내와 바다, 영도와 봉래산이 보이고
우축으로 기상관측소가 설치된 시약산과 구덕산, 민주공원까지 보이고...
부산의 전경이 해지는 풍경과 함께 겹쳐진다.
골목길을 따라 끝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큰 길을 건너 충무동 교차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버스정류장이 나타나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96번 송도 해수욕장행 시내버스에 오른다.
금새 어둠이 찾아오고...
송도해수욕장 입구의 버스정류장에 내리고
가까운 숯불구이집에서 등심으로 저녁을 때운다.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여관을 찾아 들어간다.
가만히 오늘 하루를 생각하니,
이상하게 길게만 느껴진다.
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