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충남 금산 서대산 산행기

자작나무1 2013. 9. 22. 20:55

  어제 서울에서 대전으로 왔다.

대전의 복합터미널 근처의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고...

오늘 아침에 서대산을 가기 위하여 일어난다.

산에 가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밤에 잠을 설치는 바람에 조금 늦게 일어난다.

서둘러 씻고, 베낭을 챙겨 여관을 빠져 나온다.

여관 골목길 앞의 감자탕집에서 선지해장국을 먹고

복합터미널로 들어가 마전을 거쳐 금산으로 가는 직행버스표를 끊는다.

버스승차장에서 금산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고

버스는 대전시내를 거쳐 마전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마전 버스터미널에 내리면서 이 곳은 예전에 아는 형이랑 대둔산에 갈 때 한번 지나갔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전... 예전에 이곳에서 말시장이 열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안내판에 씌여 있다.

한참을 기다려 옥천으로 가는 농어촌버스에 올라탄다.

서울에서 서대산을 가기로 맘을 먹으면서 교통편이 그리 안 좋아 많이 망설였다.

대전에서 마전으로, 마전에서 서대산으로...

게다가 마전에서 서대산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번 밖에 없다는 정보에 많이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농어촌버스는 서대산이 올려다보이는 성당1리 버스정류장에 나를 내려준다.

조그만 하천 위의 다리를 건너고, 평화로운 농촌풍경에 마음이 놓여진다.

 

 

 

 조그만 논에는 누런 벼가 익어가고...

논 뒤로 우람한 은행나무가 서 있고...

그 뒤로 웅장한 서대산이 버티고 있다.

그런 풍경에 나의 마음도 푸근해진다.

좁은 도로를 따라 서대산 주차장을 찾아 길을 오른다.

길 옆의 누런 벼에 자꾸 눈이 간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논이고, 벼이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을 보니,

웬지 자연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을은... 자연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그런 계절인가 보다.

자연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해하는 계절, 가을

한참을 도로 따라 걸어 서대산 주차장 입구에 선다.

입구의 매점에서 시원한 냉커피 한잔 마시고...

높게만 보이는 서대산을 올려다보면서 산으로 찾아들어간다.

리조트와 몽골문화촌으로 인해 생긴 시멘트길을 따라 오르고...

산 입구에는 내년에 완성될 모노레일 하차장이 공사중인 채 서 있다.

바위 밑에 나무막대가 받쳐진 용바위가 나오고

용바위 앞의 호스를 통해 나오는 약수를 꿀꺽꿀꺽 마신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산길을 오른다.

얼마가지 않아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가파라지는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마당바위와 신선바위를 지나고...

긴 줄이 내려와 있는 오름길을 오른다.

여름 내내 산에 오지 않았다고 산을 오르기가 무척 힘들다.

조금 오르다가 조금 쉬고, 조금 오르다가 조금 쉬고...

저질체력을 한탄하면서 산에 오른다.

산은, 몸은 그래서 정직하다.

산을 오르면 내 몸이 얼마나 부실한지, 얼마나 운동을 게을리했는지...

부끄러운 맘으로 나의 몸을 바라보게 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또 한차례의 오름길을 거쳐 능선에 오르고...

능선상의 길은 편안한 오솔길이다.

마음 속으로 양희은님의 한계령을 부르면서 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해 간다.

부드러운 능선길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커다란 바위에 막혀 그 바위들을 우회하느라고 오르락내리락하고...

정상에 다 온 것 같은데, 정상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봉우리 옆에는 모노레일 상차장이 공사중인 채 서 있고,

그 건물을 옆에 끼고 정상에 도착한다.

 

 

 

 

 서대산 정상 904m

서대산 정상은 좁은 터에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비쳐 얼른 그늘 속으로 들어간다.

추석 이후에도 낮기온은 높아 덥고 맑은 전망도 내주지 않는다.

아래로 내려가다가 그늘 아래의 바위에 걸터앉아

흘린 땀을 식히고, 베낭에 들어있는 사과와 약과로 점심을 해결한다.

편안한 내리막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기 시작한다.

지난 수요일날, 철원의 금학산에서는 내리막길이 가파르고, 잔돌들이 많이 깔려 있어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고생고생하면서 내려온 기억이 떠오른다.

천천히 쉬엄쉬엄 내려간다.

등산로 중앙의 커다란 바위가 나오면 바위에 올라가 쉬고...

나무마다 나무이름이 팻말로 걸려 있어

나무이름을 확인하면서 내려간다.

서어나무 팻말과 서어나무 줄기를 찬찬히 살펴본다.

높이가 있어서 그런지 내림길도 길게 이어지고...

긴 내림길을 거쳐 몽골문화촌과 드림리조트 입구에 선다.

드림리조트는 사람도 없고 관리도 안 되어 있다.

텅빈 리조트에 다람쥐가 돌아디니고...

까치가 모이를 쫓아 바닥을 돌아다니고...

주인이 없어 보이는 진돗개가 어슬렁거리고...

사람들이 떠난 리조트에는 다람쥐가, 까치가, 떠돌이개가 그들만의 삶터를 일구고 있다.

주차장에 도착

아침에 들렀던 매점에 가 냉커피와 컵라면을 시킨다.

 

 

 

 매점 앞 파라솔에 앉아 방금 올라갔다 내려온 서대산을 바라보면서

먹는 컵라면과 냉커피

산에 다니면서 산정상에 섰을 때보다

산을 다 내려와 올랐던 산을 쳐다볼 때의 기분

뿌듯함, 안도감

그런 시간들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매점 앞 파라솔에서 한시간 가까이 느긋한 시간들을 즐기다가

마전으로 가는 농어촌버스가 오자 버스에 올라탄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나를 버섯 캐는 사람으로 보았는지,

버섯을 많이 땄느라고 물어보신다.

비가 안 와서 버섯이 산에는 없다고 말씀을 드리고...

마전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다시 터미널에서 대전으로 나가는 501번 비래동행 시내버스에 올라탄다.

마전은 조그만 마을로 보이지만, 마을 안쪽에 중부대학이 있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대전과 충남의 경계인 추부터널을 지나고...

만인산 휴양림을 지나 대전으로 버스는 내달리고...

대전역 옆 중앙시장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대전역을 지나고 대전 중심가 건너편의 뒷골목을 돌아다닌다.

예전에 대전에 올 때면 이 뒷골목 안쪽의 여관에서 잔 적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은 어둡고 퇴색한 골목길이 이상하게 마음이 간다.

뒷골목 안쪽의 허름한 식당에서 삼겹살 백반을 먹는다.

이 식당도 내가 알기로는 10여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10여년 전에도 늙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장사를 하셨는데,

지금도 여전히 같은 위치, 같은 모습으로 장사를 하고 계신다.

그 때하고 다른 점은 식당 안에 커다란 개 두마리를 키우고 계신다.

삼겹살, 된장찌개, 공기밥... 오천원

10여년 전에는 3천500원이었다.

돈 없이 대전에 돌아다닐 때 이 식당에서 많이 밥을 먹었었다.

10여년 전의 나를...

초췌한 모습으로 힘 없이 뒷골목을 떠돌아다니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저녁을 먹는다.

골목을 나와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이 곳은 그때와 거의 비슷하다.

그 때 있었던 여관들과 식당

별로 변하지 않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새로 생긴 카페 하나를 발견한다.

이런 골목길에 이런 세련된 카페가 생기다니...

조금은 허술한 골목길하고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카페

"Fine thanks and you"

 

 

 

 내부 조명도 밝고 내부 소품들도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다.

젊은 사장님께 카페가 너무 이쁘다고 하니까,

사장님이 직접 꾸몄다고 한다.

창가 탁자에 앉아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대전에 와서 이쁜 카페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조금 후에 젊은 사장님이 다가와 8시부터 재즈공연이 있다고 시간이 되면 보고 가라고 한다.

딴나라에서 딴세상을 만난 기분

게다가 재즈공연을 가까운 곳에서 직접 본 적이 없었으므로 은근히 마음이 설렌다.

한시간을 기다려 재즈공연을 본다.

"mellow feel"의 재즈공연

조그만 카페에서 적은 수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여는 공연

색소폰, 드럼, 건반, 베이스... 4인조

가까이서 재즈공연을 들으니, 너무 신기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오늘 대전에 와서 누군가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받는 느낌

또한 퉁퉁 울리는 베이스 소리는 내 마음의 안쪽을 묵직하게 울려주는 것 같고,

연주 마지막 부분의 드럼의 단독연주는 나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준다.

드럼 소리 하나로 조그만 카페가 꽉 차고

내 심장이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힘에 겨워 중간중간 심호흡을 해야만 한다.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어두워진 가을 밤,

뒷골목 안쪽의 조그만 카페,

적은 수의 손님들을 관객으로 삼아 펼쳐지는,

네 사람의 재즈공연은

가을 밤의 영롱한 별빛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꿈결같던 재즈공연을 뒤로하고 오늘 밤 묵을 여관방을 찾아 카페를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