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여덟)

자작나무1 2013. 10. 27. 13:01

선비와 산적두목(여덟)

 

 선비가 귀양생활을 하는 초막으로 들어선

선비와 산적두목은

좁은 방에 들어가

탁주와 함께

늦은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산적두목 : 선비님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계시는데,

                이렇게 찾아와 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선비    : 무슨 말씀을...

                두목님이 보내주신 쌀에

                이웃사람들이 주신 반찬으로 차린 밥상입니다.

                오히려 찬이 없어서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저는 산적두목님의 건강한 모습을 봐서 기쁩니다.

 산적두목 : 늦었지만, 오랫동안 연락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연락을 드리거나

                찾아뵙지는 못할 것입니다.

    선비    : 아마 점점 더 바빠지겠지요.

                뒤에서나마 두목님의 건강을 기원하겠습니다.

 산적두목 : 고맙습니다.

                저는 진주민란에 대해 알아보기위해

                가게를 나왔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의 본보기가

                진주민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비    : 민란이 자진해산된 이후에는

                민란 주도자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이어졌죠.

                정부에서는 삼정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크고 작은 민란들이 이어지고 있지요.

 산적두목 : 그런식으로 전국에서 큰 봉기가 동시다발로 벌여지면

                조선은 금방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선비    : 조선왕조가 그렇게 쉽게 무너진다면 참 허망한 일이 아닌가 싶네요.

                또한 조선이 무너지고 나서

                그 빈자리를 청이나 왜가 들어와서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도 듭니다.

 산적두목 : 새로운 세상을 여는데,

                청이나 왜놈들도 신경써야 하는 것입니까

    선비    : 청도 조선처럼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내부의 문제를 조선침략으로 가릴 수 있는 일이고,

                여진족이 북경에서 쫓겨나면

                만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선으로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산적두목 : 여러군데의 봉기를 일으키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거기다 청의 여진족도 고려해야한다면...

                일이 훨씬 복잡해지겠습니다.

    선비    : 일단은 대원군을 도와 조선의 부국강병을 이루는 것은 어떻습니까.

 산적두목 : 강화도에서 외국배를 몰아냈다고,

                전국 각지에 조그만 비석을 세우는

                속좁은 양반하고는 함께하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난번에 당신의 청을 거절했다고

                저희들을 도둑놈들이라고 욕하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선비와 산적두목은 어두운 좁은 방에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