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청도, 대구여행기... 둘쨋날

자작나무1 2013. 11. 30. 10:55

 어젯밤 동대구역 근처의 모텔에서 자고

아침에 모텔을 빠져나온다.

아침이라 그런지  골목길 근처에는 사람들도 없고, 을씨런한 분위기마저 든다.

동대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경대병원역에서 내린다.

한 때는 LP에 미쳐서 서울에서 경북대학병원 근처의 골목길에 자주 왔었다.

서울에도 재즈 LP를 파는 곳이 여러 곳 있었는데,

대구는 알파벳 순서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자주 찾아오곤 했다.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경대병원역을 나와 방천시장을 찾아 걷는다.

예전에 이 근처에도 자주 온 기억이 있는데,

방천시장은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른 아침 시간의 방천시장

가게 문들도 다 닫혀 있고,

오가는 사람들도 드물다.

웬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시장을 지나면서 여러 가게들이, 공방과 카페들이 보인다.

담벼락에는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아침부터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다.

예쁜 가게들이, 벽화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이 곳에 예쁜 카페들도 많다.

다음에 대구에 온다면 이 곳에 들러

카페 사진을 찍어야지 맘을 먹는다.

특히 유칼립투스라는 카페가 제일 맘에 든다.

방천시장도 서울이나 수원의 공방거리로 꾸민다면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과 함께 새로운 명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골목을 지나 내가 찾던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이 나타난다.

 

 

 

 

 

 김광석님

사실 처음 김광석님의 노래를 들을 때에는

그리 좋은 줄 몰랐다.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부르고, 노래를 하던 모습

김광석님이 갑작스레 죽고,

내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김광석님이, 그의 노래들이 얼마나 좋았는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슬프고...

그러면서 감상에 젖어들고...

그런 쓸쓸함이, 슬픔이

또 다른 삶의 위안이 될 줄이야...

김광석님은, 김광석님의 노래들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왔다.

입구에서부터 글과 그림들을 찬찬히 살피면서

사진을 찍는다.

김광석님의 사진과 그림, 노래 가사들이 씌여 있고

뒷쪽에는 포장마차에서 안주를 담은 그릇을 내민 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이 나타난다.

실은 이 그림을 직접 보기 위해 대구까지 내려온 것이다.

김광석님을, 김광석님의 노래들을

가장 잘 표현한 그림

한참을 그림 앞에 서서 쳐다본다.

한편으로는 그림 앞에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한편으로는 김광석님이 그리워지고,

한편으로는 웬지 쓸쓸하고 서글퍼진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을 되돌아나오면서

김광석님은, 김광석님의 노래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80년대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하지도 않으면서

공부 때문에 고생하던 나

80년대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갑자기 많이 생긴 자유시간에 어쩔 줄 몰라하고,

새로 알게된 우리사회의 불평등, 부자유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던 나,

그 당시 전태일 이름 석자는 얼마나 무거운 존재였던가...

왜 나는 이렇게 약한 존재인가에 대한 회의

그래서 방황도 많이 하고,

술도 많이 마셨댔던 스무살의 나

그런 나를

김광석님의 노래들을 통해

조금은 따뜻하게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지난 시절을 환한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되돌아 보게 해주는 김광석님의 음악들

어두운 골목길을 환하게 비쳐주는 외등처럼

그의 존재는, 그의 노래들은

나에게 그렇게 남아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구나" 

 

 여러 생각에 쌓여 골목길을 빠져나오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반월당역으로 온다.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다가 예쁜카페가 보인다.

 

 

 

 안에 들어가 베이글빵과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아침에 모텔에서 빵과 우유를 먹었는데,

아침부터 돌아다니느라고 많이 배고파졌다.

내 뱃속에는 떠돌이 거지가 사는 것 같다.

다시 카페를 나와 지하상가에서 위로 올라와

내가 가려는 근대문화거리를 찾아간다.

대구.

대구는 좋은 의미에서 발전에 대한 욕심이 많은 도시이다.

기업도시, 패션도시, 섬유도시, 의료산업도시라고 해서 공장들을 유치하고,

세계육상대회를 개최하면서 육상의 도시로 알려지고,

전국에서 제일 더운 대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나무들을 많이 심고, 가꾸고, 많은 공원들을 만들고...

거기에 관광 대구를 표방하면서,

대구 도심의 역사적인 문화유산들을 중심으로

대구 근대로의 여행(골목투어)길을 만들고...

더 나은 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

때로는 그런 노력들이 타도시에게 불이익이 될 때도 없지 않겠지만,

그런 노력들로 인해

대구는 새롭게 꾸며지고 있다.

대구 근대문화의 거리 출발점에 선다.

 

 

 

 골목길을 예쁘게 꾸며 놓았다.

계산예가,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이 있다.

일일이 집에 들어가 사진들을 찍고

골목길을 따라 계산성당을 보기 위해

골목길을 걷는다.

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대로에서 사진을 찍기 보다는

북촌 같은 골목길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는

골목길 안에 작은 이야기들이 많이 숨겨져 있어서 그렇다고...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천천히 걸어가면 어디선가 골목 속의 작은 이야기들이

들려올 것만 같다.

우뚝 솟은 계산성당

 

 

 

 벽돌로 지은 건물

명동의 명동성당이 생각난다.

주일이라 성당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성당으로서의 고요함

그런 것은 기대하기가 힘들 것 같다.

성당이 하도 높아서 사진기에 담기도 힘들다.

여러 방향으로 옮겨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성당을 나와 큰길을 건너

태극기가 걸려있는 계단 오름길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큰 교회가 서 있고

언덕 위에는 우리가곡 동무생각의 무대인 청라언덕이 있다.

동무생각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주위에 예전의 대구의 선교사들이 사용하던 건물들이 보인다.

오래되고 낡은, 이국적인 건물들

무엇보다도 주위에 나무들이 단정하게 심어지고 가꾸어져 있다.

매번 사진으로 보다가 직접 보니,

아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햇살이 밝게 비추는 곳

또한 주위에는 선교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최초로 심어진 사과 나무의 손자목과

동신의료원 100주년 기념 종탑이 세워져 있다.

작은 언덕 위에 이것저것 볼거리들이 많다.

또한 이곳은 서울보다 남쪽이라고

아직도 여전히 단풍들이 곱게 물들여가고 있다.

언덕을 내려오고

근대골목길을 따라 약전골목을 지나

대구 중심가로 온다.

오면서 식당에 들러 돼지국밥 정식을 먹고,

이제는 오늘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인

경상감영공원을 찾아간다.

 

 

 

 

 

 내가 대구에 오면 경상감영공원은 꼭 들른다.

우선 교통이 편하고,

옛건물인 경상감영건물들도 볼 수 있고,

도심 속의 공원치고는 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 자주 오게 된다.

내가 이제까지 전국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그 중에서도 부산의 송도해수욕장과 대구의 경상감영공원을 제일 많이 찾아왔다.

전에는 이곳에 오면 스피커를 통해 좋은 노래들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서울의 탑골공원처럼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공원

그럼에도 편한 느낌이 들어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이곳은 단풍이 한창이다.

올해는 풍년에다 단풍도 여느 해보다 고웠다.

또 단풍이 오래가서 단풍사진들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 가을은 나에게 있어 행복한 계절이었다.

고운 단풍들과 경상감영건물 선화당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돌아다닌다.

대구에는 이 공원 뿐만 아니라

중앙로 근처에 최근에 생긴 2.28기념 중앙공원과

국채보상기념공원이 있다.

다음에 대구에 오면 국채보상기념공원을 사진기에 담아야지 맘을 먹는다.

경상감영공원을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다시 지하상가로 들어간다.

상가 입구에 예쁜 카페가 보여 다시 카페로 들어간다.

이번  여행은 여러 카페를 찾아다닌,

다른 한편으로는 카페여행이기도 했다.

 

 

 

 

 

 이 카페는 특이하게도 중고CD와 LP판을 파는 가게를 겸하고 있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카페 사진을 찍고

그 다음에는 CD들을 대충 살펴본다.

주로 외국팝 CD들이 많다.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카페를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상가를 걷는다.

일요일 오후 시간이라 지하상가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부딪히면서

짧았던 1박2일 청도, 대구 여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