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성탄 전야

자작나무1 2013. 12. 22. 10:49

 성탄 전야

 

 열일곱살의 똘이

새벽에는 야채즙 배달을 하고,

학교를 파한 후에는

밤에 찹쌀떡 장사를 한다.

 

 성탄을 하루 앞둔 전날밤

부전시장에서 노란 냄비에

찹쌀떡 스무개를 받아

비탈진 수정동 골목길을 오른다.

 

 밤이 깊어갈수록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겨울 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옷 속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달달 떨게하는 매서운 겨울 밤바람

 

 오르막길은 오르막길로

좁은 골목길은 골목길로 계속 이어지고...

 

 오가는 사람들도,

찹쌀떡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창문 밖을 내다보는 사람도 없다.

 

 골목 끝은

수정산으로 막혀있고

건너편에

조그만 교회 하나 보인다.

 

 지붕 위에는 붉은 십자가가 세워 있고

교회 앞 마당에는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 놓여져 있다.

 

 교회 안에서는

교회 신도들이 부르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늦은 밤의 적막을 깨우고 있다.

 

 교회 안의 불빛이

너무나 따뜻하게 보여

따뜻한 불빛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교회당 안으로 들어간다.

 

 환한 불빛이 켜져 있는

교회당 안에는

몇몇의 신도들이 모여서

내일 아침에 부를 캐롤곡들을

연습하고 계신다.

 

 똘이가 교회문을 열고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교회당 안에서 제일 나이가 많으신 노할머니께서

똘이에게 다가와

아무 말씀 없이

두손을 따뜻하게 감싸 잡으신다.

 

 똘이의 손이 차갑다는 것을

알게된 노할머니

이번에는 똘이를

따뜻하게 껴안아 주신다.

 

 노할머니가 똘이를 안아주는 동안

목사님은 똘이를 위해

따뜻한 스프와

따뜻한 식빵을 준비하신다.

 

  노할머니는

노란 냄비 속의 찹쌀떡을 보시고는

똘이에게 값을 치르시고

스무개의 찹쌀떡을 교회당 안의 신자들과 함께

나눠 드신다.

 

 밤이 깊어

교회당 안의 신자들과 함께

교회당 안에서 밖으로 나오자

교회 앞마당에는

골목길 옆의 지붕 위에는

산 밑에는

어느 사이에

솜털같은 하얀눈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성탄 전날,

크리스마스의 기적

 

 열일곱살의 똘이는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미고

두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또 다시 맞은 성탄 전야

지하철에서 내려

아이들을 위해

빵집에서

작은 크리스마스 케잌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몇십년 전

성탄 전날

처음 본 사람들이

따뜻하게 자신을 대해 주셨던 모습들이

따숩던 기억으로 떠올려진다.

 

 추운 겨울날의 따뜻한 연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