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통영, 창원 여행기... 셋쨋날
모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어제의 여행기를 적는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내 생활은 많이 변했는데,
특히 여행 후의 여행기를 적는 것도 큰 변화 중의 하나이다.
예전에는 여행을 마치고 모텔에 들어오면
씻고 편안하게 누워서 TV를 보면서 빈둥거렸는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여행기를 적으면서
인터넷이 가능한 모텔을 찾고,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만원의 웃돈을 내고...
져녁 때, 아니면 오늘처럼 아침에 일어나
쉬지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여행기를 쓴다.
내가 선택한 수고로움이자 고생.
오늘 따라 여행기를 쓰는데 자주 막히고, 그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일찍 모텔을 빠져나와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고 싶었는데...
오랜 시간을 걸려 여행기를 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텔을 빠져 나온다.
골목길을 벗어나 큰길로 나와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661번 안전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간다.
터미널 건너편의 골목길로 들어가 충무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통영의 음식 중의 하나, 충무깁밥
맨밥에 김을 싸고 고추장에 묻힌 오징어와 오뎅으로 간을 맞춰 먹는다.
충무김밥을 먹으면서 통영 뱃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떠올린다.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간단한 방법으로 한 끼 식사를 때우는 모습
충무김밥에는 이 곳 뱃사람들의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베어있다.
통영 종합버스터미널로 가서 표를 끊고
남마산으로 가는 직행버스에 올라탄다.
버스가 통영을 벗어나 고성으로 들어가면서
10년 안에 다시금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에 찾아와야지 맘을 먹는다.
고성터미널 근처에는 엊그제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고분이 보인다.
다음에 고성에 오면 제일 먼저 찾아가봐야지 맘을 먹는다.
고성을 거쳐 마산 남부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린다.
다시 터미널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24번 북면온천행 시내버스를 타고
창동예술촌을 보기 위해 부림시장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마산 창동예술촌
예전에는 창동 일대가 마산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더불어 마산 일대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
그런 과거를 회상하면서 예술촌으로 꾸몄다고 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예쁜 벽화와 공방과 찻집이 있는 곳
그런데 엊그제 보았던 통영의 동피랑 마을의 벽화와 비교가 되서 그런지 별로였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 점심을 먹을려고 시내를 돌아다니니
아랫쪽에 마산어시장 간판이 보인다.
마산까지 와서 마산어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큰 길을 건너 마산어시장으로 들어간다.
이곳도 높은 천막이 세워지고, 현대화되어 있다.
재래시장을 이런 식으로 현대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바로 시장 사람들의 수익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낡고 허름하고 그래서 무질서한 지난날의 재래시장보다는
몇단계 나아졌다는 생각이다.
깔끔하게 정비된 마산어시장을 지나니, 바다가 보인다.
실은 이틀 동안 통영에서 바다를 많이 보아서
마산에서는 바닷가에 갈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바다를 보니, 마음이 달라져서
나도 모르게 바다로 향한다.
바다는... 나를 바다로 끌어당기는 지남철이다.
항구 앞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으로 우럭구이를 먹고...
이번 여행은 먹는 것은 가족끼리의 제주여행 다음으로 최고였다.
물론 그 만큼 비용이 많이 들었겠지만...
통영에서의 매운탕, 물메기탕, 굴국밥
지금은 우럭구이
이렇게 우럭구이를 먹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3박4일의 통영, 창원여행을 떠올릴 때면
제일 먼저 먹었던 맛있었던 음식들이 생각날 것 같다.
먹고나서 마산항, 바닷가로 나간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양편으로 산들과 섬으로 막혀있어 더더욱 호수처럼 보인다.
바다 바깥쪽으로는 마창대교도 보인다.
그 바다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쓰다듬어 준다.
등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내 마음 속에는 우리가곡 가고파가 조용히 흘려나온다.
잔잔한 바다 수면 위로 가고파가 울려퍼진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라 어릴제 같이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동무"
바닷가를 나와 큰길가로 나오니, 대우백화점이 보인다.
대우백화점을 보니, 지난날의 나의 모습들이 마구 떠올라진다.
돈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때,
한여름에 마산역에서 대우백화점까지 걸어서 왔다갔다했다.
지금은 돈이 없어도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날의 어리석고 방황의 날이 길었던 나를 뒤로하고
창원의 집으로 가는 122번 대방동행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는 한참 후에 게으르게 나타나고...
버스에 올라탄다.
나를 태운 버스는 마산역을 지나 한참을 간다.
마산보다도 창원이 엄청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마산은 좀 복잡하고 어수선하고, 조금은 지저분하였는데,
창원은 깨끗하고 잘 정비가 되어있다.
잘 정비된 신도시같은 인상이다.
또한 왼편으로 튼실하게 뻗어내린 산줄기에 자꾸 눈이 간다.
언젠가는 구간을 나누어 창원시계 능선을 타봐야지 생각해 본다.
독서도 그런 면이 강하지만,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갈 곳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늘어만 간다.
이번 여행에서도 통영의 해저터널, 마산의 무학산, 창원시계능선들
가고 싶은 곳들이, 가야할 곳이 많아지는 나
이런 것들을 행복이라고 해야 하나,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난 어쩔 수 없이 천상 길 위의 떠돌이인가 보다.
한참을 달려 사격장입구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정류장 건너 예쁜카페가 보여 냉큼 안으로 들어간다.
예쁜 카페내부를 사진을 찍고...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사장님이 그림을 전공하셨는지, 내부에는 그림들이 많이 걸려있다.
화원 같은 카페, 갤러리 같은 카페
카페를 나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창원의 집을 찾아간다.
순흥 안씨 집안이 대대로 살던 집을
창원시가 매입하여 시민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았다.
입장료도 없고...
집도 넓고 늠름한 기와집들이 참 보기 좋다.
입구의 작은 정원과 본채, 안채건물들
집 뒤에는 정자도 있고, 연자방아도 있다.
무엇보다도 마당 안의 잘 가꾸어진 나무들과
집 뒤로 무성한 대나무들이 참 보기 좋다.
사람들도 없는 대갓집을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돌아다닌다.
사진도 열심히 찍고...
다시 사격장입구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창원역으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지난 2박3일의 통영, 창원여행을 되돌아본다.
기간이 긴 만큼 좀 더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다녀야지 하는
출발 전의 생각과는 달리
이번에도 열심히, 부지런히 돌아다닌 여행이었고,
그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고,
알토란같이 꽉찬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튼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좋은 구경 많이 한
행복했던 3박4일 통영, 창원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