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춘천시 마적산 산행기... 유월의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숲

자작나무1 2014. 6. 15. 12:3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산에 갈 준비를 한다.

씻고, 배낭을 챙기고, 아침을 먹고, 등산화에 새끈을 매고...

분주한 아침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에서 형을 만나고...

형하고는 지난 4월 달에 아산의 설화산을 간 이후에

처음 만나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용산역에서 용문으로 가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상봉역으로 간다.

오래간만의 만남

형하고 이야기할 거리들이 많다.

세월호 이야기도 빠질 수 없고...

지난 주에 묵호를 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밀리는 고속도로와 휴게소에 꽉 찬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사람들은 세월호의 아픔을 벌써 잊었다고

말씀하셨다는 내 이야기에

형은 사람들은 망각의 동물이고,

그런 망각 덕분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뉴스를 들으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말씀을 하신다.

또한 세월호에 승선했던 승무원 중에

선장과 함께 반수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고,

비정규직인 승무원들이 그런 상황에서 무슨 책임감을 느끼겠냐고

이런 참사 이면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들이 끼여 있었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 안에서 죽어가야했던 어린 학생들에게

다시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또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아픔으로, 아픈 상처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상봉역에 도착하고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춘천으로 내려간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전철에는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고...

전철은 빠른 속도로 춘천을 향해 내달린다.

남춘천역에 내리고,

남춘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소양강댐으로 가는 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소양강댐으로 간다.

공지천을 비껴 춘천시내를 가로지르고, 춘천역을 지나고...

내 고향 춘천,

버스에서 보이는 거리 풍경들이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나에게 마구 달려든다.

버스 종점인 소양강댐 입구에 도착하고

버스에 내려 소양강댐에서 아래 풍경을 바라보고...

버스 종점 앞에는 뽕나무가 있다.

나무에는 오디가 검게 익어가고 있다.

웬 횡재

형과 함께 오디를 따 먹는다.

산에 다니면서 따 먹는 과일 중에 오디가 제일 맛이 있다.

혼자 산에 다닐 때에는 이런 열매들을 보지 못 하는데,

형하고 다닐 때에는 산열매들이 잘도 보인다.

고향이 산골인 형은 산에서 숲 속의 열매들을 잘도 찾아낸다.

전에 갔었던 미니카페에서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오늘 산행은 웬지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다시 길을 되돌아나와 산 입구에 선다.

입구에 산에 대한 안내판이 서 있고

급한 경사의 너덜길을 오른다.

조심스럽게 너덜길을 오르면서

이 산은 길이 안 좋은 것은 아닌가 그런 걱정도 한다.

그런 걱정과는 달리 너덜길 이후에는 산길은 부드러워지고...

부드러워진 산길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의 꾸준한 오름길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면서

숨이 거칠어지고, 땀이 비질비질 삐져 나오기 시작한다.

웬만해서는 처음부터 쉬지 않는 편인데

어쩔 수 없이 산 중간에서 쉰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배낭 안의 물도 마시고...

대구에 계시는 빨간 우체국님에게 산에 왔다고 카톡도 보내고...

한참을 쉰 후에 다시 산을 오른다.

오르다 보니, 바위 위에 나리꽃 몇송이가 피어있고,

아래쪽의 소양호가 보이는 전망바위에 선다.

그런데 하늘이 흐려 전망은 별로이다.

날씨가 맑았다면 멋진 사진이 나올텐데...

산 밑에서 가졌던 욕심을 산에서도 버리지 못한 나

전망 바위에서 전망 욕심을 내세우는 내가 미워진다.

전망 바위를 지나 부지런히 산을 오르고,

첫번째 산봉우리에 올라선다.

산길 중간중간 나이가 꽤 오래되어 보이는 소나무들이 보인다.

이런 산에서 줄기가 굵은 소나무들을 보리라고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 했는데...

그런 나무들을 보면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봉우리를 지나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고...

길은 편한데,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다.

지난번 원도봉산에서 사패산 갈 때의 능선길 같다.

그 때보다 등산객들이 적다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한적한 능선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편은 오봉산으로, 배후령으로 가는 길이고

왼편은 우리가 가려는 마적산 방향이다.

시간은 어느새 정오에 가까워지고...

삼거리 이정표 앞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등산이란...

다 큰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소풍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점심을 먹고 언수박을 후식으로 먹는다.

여름 산행 중에는 이런 언수박이 최고인 것 같다.

시원하고...

언수박이 입안으로 들어가면 몸이 시릴 정도이다.

삼거리를 지나면서 굴곡이 심했던 능선길은 편한 능선길로 바뀌고...

 

 

 

 

 

 

 

 편한 능선길을 지나자 가파른 언덕이 나타나고...

언덕길 옆으로 긴 줄이 세워져 있다.

저 언덕 위가 정상이겠다는 생각이 들고

마지막 급오름길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푸른 나무들로 가득찬 숲길

언덕길을 오르면서

유월의 녹음이 진 산은, 숲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언덕 위에 서자

앞에 전망대가 나타나고

전망대에 서서 앞을 내려다본다.

신록을 지나 녹음으로 짙푸러지는 산줄기들이 참 보기 좋다.

편안한 아름다움

눈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들

전망대 주변에는 점심을 드시는 등산객들이 많다.

전망대를 지나 정상석이 세워진 정상에 선다.

마적산 605.2m

정상은 사방으로 나무들이 우거져서 전망은 없다.

전망 없는 정상을 내려와

윗샘밭 버스 종점 방향으로 산을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자 보니, 산딸기밭이 나타난다.

형과 함께 산딸기밭 안으로 들어가 산딸기를 따 먹는다.

유월의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유월의 산이 등산객에게 주는 선물, 산딸기

형과 함께 실컷 산딸기를 따 먹는다.

이런 잔재미에 산에 오르는 것 같다.

다시 산길을 내려서고...

전보다 편안해진 산길을 천천히 내려간다.

 

 

 

 

 어느정도 산을 내려가자

산길 안쪽으로 괴상한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 안쪽은 오래된 나무 줄기처럼 굴곡이 진 바위

멀리서 보면 전체적으로 용의 머리처럼 보인다.

대개 산에 오면 다른 공원이나 그런 것보다

사진 찍을 것들이 많지 않은데,

마적산은 의외로 사진 찍을 것들이 많다.

오래된 소나무에, 전망에, 바위까지...

다시 산길을 내려서니,

이번에는 소나무숲이 반겨준다.

소나무 휴양림에 들어선 느낌이 들 정도이다.

 

 

 

 

 작년 가을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안면도 휴양림이 저절로 떠올려질 정도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에 볼거리들이 많은 산이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소나무숲을 지나 부지런히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잔돌이 깔려서 미끄러운 길을 지나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런지 내림길에서 두번이나 넘어진다.

이런 좋은 산에서 두번이나 넘어지다니...

못난 내가 안쓰러워지고...

등산객들이 누워서 잘 수 있는 의자가 만들어진 곳을 지나고

부지런히 아래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한쪽에서는 전망이 트여 넓은 샘밭이 내려다보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소양강댐이 보인다.

다시 한번 흐린 하늘을 탓한다.

저번 사패산 산행 때처럼 날이 맑았다면,

멋진 사진들을 많이 찍을 수 있을텐데...

아쉬움을 넘어 분한 마음도 든다.

산에 들어오면 산 아래에서 가졌던 욕심들을 버리고 들어와야 하는데,

나는 산에 다니면서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날씨가 흐리다고 탓하고,

산길에 돌이 많다거나 오르내림이 심하다고 투덜거리고...

다시 한번 못난 내가 미워진다.

산에 오면 산 아래에서 가졌던 욕심들을 버려야 하는데...

산길에서는 그 산길에 절대적으로 복종을 해야만 산 정상에 이를 수 있는데...

나를 반성하면서 산길을 내려온다.

산 밑에는 넓은 고구마밭이 펼쳐져 있고...

 

 

 

 

 

 산을 내려오자 형은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막국수를 먹자고 한다.

나는 춘천으로 오면서 닭갈비를 생각했는데,

좀전에 점심을 먹은 관계로 가볍게 막국수를 먹기로 한다.

눈에 띄이는 막국수집에서 막국수를 먹는다.

새로 생긴 막국수집 같은데, 손님들이 많다.

내부의 탁자에는 손님들이 가득차 있고,

그럼에도 계속 손님들이 밀려온다.

그런 손님들을 보면서 이 집 막국수는 참 맛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막국수라는 것이 참 특이한 음식이다.

다른 음식들이 맛있고, 맛없고의 사이에 중간 정도의 음식맛이 있는데,

막국수는 아주 맛있고, 아주 맛없고의 사이에 중간 음식맛이 없다.

그래서 막국수를 좋아하는 춘천 사람들은

아무 식당에 들어가 막국수를 먹는 것이 아니라

몇개의 막국수 식당을 정해놓고 그 식당만 다닌다.

나도 춘천에 살 때 그렇게 했고...

나의 기대처럼 막국수는 무척 맛있다.

오래간만에 맛있는 막국수를 먹어서 행복하다.

막국수를 먹고 도로 건너편의 카페를 찾아 들어선다.

 

 

 

 

 

 이 카페는 몇일 전에 석이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깔끔하고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카페

창 너머로는 멀리 소양강댐이 보이는 카페

형과 함께 카페 앞 흡연실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냉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형한데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냥 실내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내 욕심 때문에 더운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게 해서

죄송스럽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또한 그럼에도 묵묵히 내 뜻을 따라주는 형이 고맙고...

내 멋대로인 나를 무조건 이해해 주는 형이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