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강원도 가족여행... 첫쨋날
오늘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강원도로 2박3일 여행을 떠나는 날
일찍 일어나 여행 갈 채비를 서두른다.
여행 당일의 설렘을 묻어둔 채...
미리 어머니께서 챙겨놓으신 가방들을 가지고 집 밖으로 나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간다.
나는 카센터의 전화번호를 알아두기 위해 집 앞 카센터로 나가고...
카센터 앞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출발...
신정교 앞에서 서부간선도로로 들어서고...
아침 8시
출근시간과 겹쳐 도로는 막히고...
아버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늦게 출발을 하는 것인데,
엄마와 내가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시작부터 막힌다고 투덜거리신다.
막히는 서부간선도로를 지나 성산대교를 건너고
올림픽 도로로 들어선다.
이곳도 출근길 정체가 이어지고...
운전을 하시는 어머니는 한남대교를 지나면 길이 뚫릴 것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한남대교를 지나자 길이 열리기 시작하고
청담대교를 지나자 우리를 태운 자동차는 순조롭게 앞으로 나간다.
기분 좋은 출발...
서울을 지나 덕소와 양수리에 이르고...
운전을 하시던 어머니는 우리가 갈려는 홍천 대신에
춘천에 들러 닭갈비를 먹고 가자고 긴급 제의를 하고...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양수리에서 청평 방향으로 차를 돌리고...
옆으로 연꽃과 북한강의 너른 풍경이 보이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수도권에서 첫손 안에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
서종면을 지나면서 도로 옆의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냉커피도 사먹고...
도로 양편으로 가로수들이 우거진 기분 좋은 도로를 느긋하게 달려 나간다.
청평댐을 넘어 청평으로 들어서고...
가평읍을 지나 옛경춘국도를 따라 가평을 넘어서고...
도로 옆의 경춘도로 약수터에 들러 약숫물을 마신다.
예전에 우리 가족이 춘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을 때
이곳까지 와서 물을 길어간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 때보다 물맛이 많이 안 좋아졌다.
약수터에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약수터를 지나
도로변의 도계 월송파크 앞에서 차를 멈춘다.
여기는 파크 앞에 정원이 잘 꾸며져 있어서
언젠가는 내 사진기에 담아야지 맘 먹고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힘들었던 곳인데,
마침 차로 이동할 수 있어 이곳에 들르게 되었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잘 다듬어진 나무들
거기에 어울리는 조각품들과 파라솔
개인이 운영하는 정원인데 깔끔하게 잘 가꾸어져 있다.
풀을 깍고 계시는 사장님의 양해를 얻어
정원을 돌아다니고 나무들을 사진기에 담는다.
정원 앞으로는 넓게 펼쳐진 북한강이 보이고...
내 고향 춘천의 풍경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월산파크를 지나
구경춘국도를 따라 춘천으로 달린다.
강촌을 지나고 의암댐 앞 다리를 건너
김유정역이 있는 신남을 지나고...
학곡리 삼거리 앞의 닭갈비집에 멈춘다.
이 집은 우리 가족들이 춘천에 오면 꼭 들르는 집이다.
맛도 괜찮지만, 주차하기에 편해 자주 찾는 집이다.
닭갈비를 시켜 배불리 먹는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닭갈비
닭갈비는 우리가족들에게 단지 춘천의 대표적인 음식이 아니라
고향의 음식이다.
우리 아버지는 닭갈비를 드시면서
처음 춘천에서 닭갈비 장사를 하시는 분은
어떤 할아버지와 전라도에서 오신 아주머니가 함께 시작을 하셨는데,
원주의 문둥이 마을에서 닭을 싸게 사와서
숯불에 구워 주었다고...
그것이 점차 춘천 시민들의 인기를 얻어 오늘날의 춘천 닭갈비가 되었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나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대에 700원일 때 먹었던 닭갈비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모여 한사람당 3000원씩 걷으면
닭갈비에 소주, 사리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음식
닭갈비를 먹으면서 그 시절이 문득문득 그리워지기도 한다.
배터지게 닭갈비를 먹고
원창고개 330m를 넘어 홍천으로 들어서고...
어머니 친구분이 가지고 계시는 별장으로 찾아 들어선다.
홍천강을 따라 가다가 다리를 건너고...
어미니 친구분의 별장에 들어선다.
이곳은 시실리 時失里
홍천과 춘천의 경계지점에 있는 마을이다.
홍천에서도, 춘천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인 마을
그러나 강이 흐르고 산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
오지 같은 갑갑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의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답답하지 않고 여유로운 농촌마을로 느껴진다.
시실리...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그래서인가 앞집의 닭들이 대낮인데도
시도때도 없이 울어댄다.
조용한 시골마을이 닭 우는 소리로 시끄러울 정도이다.
우리 아버지가 특별히 이 닭들을 좋아하신다고 말씀을 하신다.
좀 더 돌아다닐 계획이었는데,
원창고개를 넘으면서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서
일찍 별장으로 들어왔다.
일찍 들어와 낮잠을 자고
어머니와 함께 차를 세차를 한다.
차를 탄 댓가로...
비가 오는 바람에 방 안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밤 늦게 담배를 피울려고 밖으로 나가니까
외등도 없는 시골마을은
비가 내려 달도 별도 없는 이 마을은
칠흙 같은 어둠이다.
너무 어두워서 발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해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우면서 문득 예전에 내가 썼던 글이 두서없이 떠올려진다.
"깜깜한 밤하늘에 별빛이 가득하고
밤하늘을 가로지르면서 별똥별 하나 사선을 그어 나가고
논에서 개구리들이 밤새도록 시끄럽게 개굴거리고
건너편 이장집 개가 한밤중에 깨어나 컹컹 짖고
풀섶에선 풀벌레소리
산 속의 부엉이
뜬금없이 부엉거리고...
시골의 여름밤은
자연의 소리들로 시끄러워지고
밤이 깊어갈수록
새벽빛이 가까이 다가온다."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듣고..."(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