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강원도 가족여행... 둘쨋날(고성)
2박3일 강원도 가족여행 둘쨋날
아침 일찍 일어난다.
어머니가 하룻밤을 남의 집에서 신세를 졌으니,
그냥 갈 수 없다고
무슨 일이라도 하고 가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아버지는 방을 청소하시고
나한테는 밭에 나가 빨간고추를 따라고 말씀을 하신다.
집 밖으로 나오니,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있어
마당 앞은 새소리로 가득차다.
어머니의 분부대로 고추밭에 나가 빨간고추를 따고...
아침을 먹고 9시가 되어서야 하룻밤 묵었던
어머니 친구분의 별장을 빠져나온다.
잘 있거라,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時失里
우리가족은 홍천을 지나고 인제를 지나면서 인제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가
진부령 520m을 넘어 고성으로 넘어간다.
우리 아버지는 아주 예전에는 영서에서 영동으로 차로 넘어갈 수 있는 고갯길은
해발이 낮은 진부령 밖에 없었다고 말씀을 하신다.
그것도 1차선 도로여서 양쪽에 군인들이 서서
무전으로 교신을 하면서 차들을 통행시켜 주셨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진부령을 넘어 7번국도에 올라타고...
북으로 올라가다가 거진항이 보여
거진항으로 들어간다.
바다와 조그만 포구를 구경하고
옆의 수산물 시장에 들어가
생선을 흥정하여
고등어회와 오징어회를 사서 먹는다.
고등어회는 제주에서도 비싸서 못 먹었는데...
생각하지도 않게 거진항에서 실컷 먹는다.
점심으로...
거진항에서 오징어회와 고등어회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북쪽으로 달려 화진포에 닿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넓은 바다가 펼쳐진 화진포 해수욕장을 바라보고
계단길을 따라 화진포성(김일성 별장)에 다다른다.
돌로 견고하게 쌓여진 성
별장이라기보다는 견고한 성으로 보인다.
성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고
성 위에서 다시 한번 넓게 펼쳐진 화진포 앞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도 멋지지만, 주위의 소나무들이 맘에 든다.
멋진 소나무숲
화진포성을 내려와 이번에는 이기붕 부통령 별장으로 간다.
남과 북의 양극단에 있었던 사람들이
별장은 같은 곳에 두었다는 것이 의아하고...
극과 극은 다른 방향에서 통한다고 했나...
여러 생각들이 겹친다.
담쟁이로 쌓여진 이기붕 부통령 별장
시간이 흐르면서 이기붕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별장을 둘러싼 담쟁이잎에 묻혀 잊혀져 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별장을 나와 주변의 소나무숲 안으로 들어간다.
명품 소나무숲
어머니와 함께 탄성을 지르면서 소나무숲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화진포를 빠져 나오면서 다시 한번 역사의 준엄한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남쪽의 이승만 대통령과 이기붕 부통령은
4.19로 인해 1차적인 역사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북의 김일성은 역사적인 평가는 뒤로한 채.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권력세습을 이루고 있다니...
참 어이 없는 일이다.
통일이 되면
김일성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키고, 북한 동포들을 배고프게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누구보다도 매서운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진포를 나와
기와집과 초가집이 함께하는 전통마을, 왕곡마을을 찾아 들어간다.
이 마을은 아주 예전에
블로그 자체가 대한민국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초희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 가옥들로 이루어진 마을
또한 마을 곳곳에 예쁜 나무들과 꽃들이 많아
꼭 한번 찾아가고픈 마을이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닌다.
나는 틈틈이 마을 사진을 찍고...
가끔 처마가 아래까지 내려온 함경도집도 보이고
반갑게도 정미소도 보인다.
예전부터 정미소 사진을 찍고 싶어했는데,
이곳에서 정미소를 만나니 반갑다.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색이 바래지고 낡아가는 정미소의 풍경
특히 논과 함께 하는 정미소라 더 마음에 든다.
여주에 사시는 금모래은모래님이나 한결님은
자주 찍으셔서 블로그에 올리시는데...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한 사진들...
비록 오늘 내가 찍은 사진들이
금모래은모래님이나 한결님처럼 정서적인 사진은 못 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행복하다.
한여름, 붉은 배롱나무꽃과 해바라기꽃이 한창이다.
초가지붕에 기와지붕, 오래된 돌담, 돌담 밑의 작은 꽃들
아름다운 마을에서의 가족산책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로 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민박집을 구하는데,
대부분 예약이 마친 상태라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조그만 방을 구한다.
초가집의 방 한칸
방이 얼마나 작은지 선풍기 한대와 냉장고
그 옆의 이불 몇개가 전부인 방
그 흔한 TV도 없다.
초가집에서의 하룻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서둘러 방에 들어와 이른 저녁을 해먹고
아버지, 어머니 셋이서 화투를 치면서 저녁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8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다.
가난한 시골집에 아이들이 많은 이유
우리가족은 그 이유를 몸으로 직접 체험한다.
밤에는 잠자는 일 밖에 할 일이 없는
왕곡마을의 초가집 한 채
비록 불편한 하룻밤이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오래도록 그날 밤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