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강원도 가족여행... 셋쨋날
어젯밤에 TV도 없는 방에서 자는 바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일어나서 부지런히 씻고 아침밥을 해결하고
짐을 꾸려 하룻밤 묵었던 초가를 떠난다.
비록 좁고 누추하고 밤에 화장실 가기에도 어려웠던
불편했던 하룻밤이었지만,
그 만큼 오랫동안 우리 가족들에게 기억에 남을 하룻밤이 아니었을까...
초가를 나와 왕곡마을을 벗어나면서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
강릉으로 가는 도로, 7번 국도를 올라타고
강릉을 향해 남쪽으로 간다.
가는 도중에 천학정이라는 안내판이 보여
유턴을 하여 천학정에 간다.
조그만 산중턱에 서있는 정자
정자는 그리 볼게 없고
정자 안에서 바라보는 아침바다가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맞아준다.
희망찬 하루의 시작
그러고 보니, 이번 강원도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천학정을 나와 도로를 달리다가
이번에는 청간정이라는 팻말을 보고
다시 유턴을 하여 청간정으로 간다.
도로에서 바라보는 청간정은 멋있다.
높은 기단 위에 세워진 정자, 청간정
보는 눈맛이 시원하다.
청간정으로 올라가는 길 양옆으로는
커다란 소나무들이 빽빽하고...
좀 더 날씨가 맑았다면
시원한 동해바다를 맘껏 볼 수 있었을텐데...
그런 아쉬움이 자꾸만 든다.
청간정을 내려와
아래의 청간정 휴게소 앞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야외 의자에 앉아 마신다.
휴게소 앞에 키 큰 소나무들이 드리워져 있어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편안한 아침 휴식시간
청간정 휴게소를 나와 다시 강릉을 향해 달린다.
어제보다는 도로에 차가 많아진 것 같다.
고성을 지나 속초로 들어서고...
속초 시내를 가로질러 양양으로 들어간다.
낙산사 입구와 하조대 입구를 지나
38선 휴게소에 들른다.
38선 휴게소는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고모차를 이용해서 하조대를 갈 때
난생 처음 차에서 내려 보았던 바다가
38선 휴게소 앞바다이다.
그 때의 설렘과 기쁨, 감동...
가끔 38선 휴게소를 지나칠 때면
내가 어렸을 때의 그 날의 감동과 나도 모르게 터져나왔을 탄성이
절로 떠올려진다.
또 하나
고모와 함께했던 바다여서 뜻 깊은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 주셨던 고모
내 동생은 고모가 오빠만 좋아한다고 고모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
내가 미국 콜롬비아호의 발사 시 기념우표를 사고 싶다고 고모께 말을 하니
아무런 대답없이 돈을 턱 주셨던 고모
나의 큰 백이었던 고모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지금은 안 계신 고모
그래서 고모와 함께 바라보았던 38선 휴게소 앞의 바다는
나에게 특별한 바다이기도 하다.
38선휴게소에서 빵과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면서 바다를 구경하고
다시 강릉을 향해 도로를 내려간다.
주문진을 지나고 강릉 시내로 들어가 강릉 시청을 찾는다.
강릉 시청 앞 도로에서 솔향 수목원이라는 이정표를 찾고
그 이정표를 따라 수목원으로 차를 몬다.
강릉 시청에서 수목원까지 거리가 엄청 멀다.
이렇게 차가 아니라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힘든 곳이다.
어머니가 운전을 하셔서 이렇게 편하게 찾아갈 수 있지,
그렇지 않았다면 영영 찾아가지 못 할 곳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고맙고 송구스러운 어머니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진 솔향 수목원 앞에 다다른다.
주위에 소나무숲이 일품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2박3일 강원도 가족여행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나무숲 여행이기도 하다.
화진포의 소나무숲부터 시작해서
천학정과 청간정 주변의 소나무숲
마지막으로 솔향 수목원의 소나무숲까지...
소나무숲을 찾아 떠난 여행이다.
소나무의 나라,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했던 여행이기도 하고...
잘 다듬어진 길 따라 수목원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의 계곡물 소리가 우렁차고...
소나무 사이에 놓여진 노란 파라솔도 보기 좋다.
기분 좋은 녹색과 노란색의 대비
나무로 꾸며진 나무길을 따라 숲 안으로 올라가고...
올라갈수록 더 많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비 온 다음의 소나무숲
조금은 비릿하고 상쾌한,
머리를 맑게 해 줄 것 같은 소나무 냄새
기분 좋은 솔향에 나를 맡긴다.
넓은 수목원은 반 정도 돌고 나와
입구의 개울물에 발을 집어놓고 탁족을 즐긴다.
몸에 쌓여있을 피로가 풀리는 기분
숲이 주는 고마움이 느껴진다.
솔향 강릉
기분 좋은 수목원을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강릉 시내로 들어서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중앙 시장을 찾고...
어시장 2층의 오래된 식당에 들어가 삼숙이탕을 먹는다.
매운탕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인 음식이다.
얼큰한 생선탕
생선탕에 빠져 밥 두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나는 강릉을 자주 왔는데,
강릉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식당에 들어가면
메뉴가 하나이거나 두개인 경우가 많았다.
강릉 음식점들의 특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터미널 앞의 식당에서는 소머리 곰탕과 곰탕 두가지 메뉴 밖에 없고
예전 버스터미널 앞의 할머니 식당에서도 메뉴가 곰탕 하나 밖에 없었다.
오늘 점심을 먹은 이 식당도 메뉴가 삼숙이탕 하나 뿐이다.
삼숙이탕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나와
차가 주차되어 있는
남대천변의 주차장으로 온다.
주차장 앞으로는 남대천이 유유히 흘러가고...
몇년전 강릉에 와서 남대천부터 시작해서
객사문, 오죽헌, 선교장, 경포호, 강릉항으로 해서
다시 남대천으로 왔던 여행이 떠올려지고...
당시 겨울이라 남대천에 겨울 철새가 많았던 기억
남대천에서 바라보았던 눈 쌓인 백두대간의 장엄한 모습 등등
여러 생각들이 겹쳐 떠올려진다.
차를 끌고 나와 시내를 가로질러 강릉 버스터미널 앞에 이르고...
나는 오늘 서울로 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관령에 아는 집에서 몇일 더 쉬었다 가신다고
대관령으로 가신다.
이른 시간의 터미널에는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오는 버스들이 지체에 지체를 거듭하여
세시 가까이 되었는데,
한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세시에 출발을 하고 있다.
오래간만의 황금연휴 마지막 날
고속도로의 무지막지한 정체가 머릿 속에 그려진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 서울로 가면서
이번 가족여행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이었고,
집에 돌아가서는
금강송과 함경도집에 대해 알아봐야지 맘을 먹는다.
여행이 여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움의 시작이 되는 여행
앞으로는 그런 여행들을 하고 싶다.
나를 태운 버스는 서울을 가기 위해 열심히 대관령 터널을 지나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