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연탄 이야기(둘)
검은 연탄 이야기(둘)
검은 연탄 이야기에 청향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어린시절 연탄에 대한 추억과 함께...
청향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이젠 연탄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과 함께
지난 시절의 추억들을 일깨우게 해주는 추억의 소품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어린시절
연탄에 대한 이런저런 작은 추억들을 안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한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우리집앞 비탈길은 동네아이들의 눈썰매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사람을 잡는다면서
꽝꽝 언 비탈길에 부지런히 연탄재를 뿌리시고
그러면 동네 아이들은 연탄재를 걷어내고
다시 썰매를 타고...
우리집앞은 동네 어르신들과 개구쟁이 아이들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고등학생때에는 집뒤에 골방에서 살았는데,
다른 방들은 기름보일러였는데,
제 방은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였습니다.
밤에 잠들기전에
아궁이에 새연탄을 올려놓아야하는데
추운 겨울 밖으로 나가는 것이 귀찮다고
그냥 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러면 새벽녘에 제 방은 냉골로 바뀌고...
추위에 못이겨
밖으로 나와 달달떨면서 번개탄에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새연탄을 놓아 다시 불을 살리곤 했습니다.
아침에 저희 어머니는 제방앞에 번개탄 비닐이 놓여져 있는 것을 보시고는
네 방은 연탄보다 번개탄 비용이 더 많이 들겠다고 혼을 내셨습니다.
아침, 아니 새벽마다 욕을 먹으면서도
그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저를 귀찮게 했던 연탄과 연탄재
그럼에도 그 시절이 따숩게 그리워지는 것은 왜인지...
무엇보다도 연탄불을 지피우고
설설 끓는 방안에 누워
라디오를 듣거나 TV를 보던 시절은
또다른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겨울새벽에 일어나 추위에 벌벌 떨면서
번개탄에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새연탄을 올리던
고등학생시절의 철딱서니 없었던 저의 모습조차도
아궁이속의 연탄불처럼 따뜻하게 떠올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