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호박, 호박꽃이야기

자작나무1 2014. 11. 16. 11:34

 호박, 호박꽃이야기

 

 이른 봄이 되기가 무섭게

할아버지는

겨우내 쌓아두었던 똥무더기를

담장 밑의 구덩이에 쏟아부었고,

그 구덩이에

호박씨를 묻었습니다.

 

 봄이 되면서

호박싹들이 올라왔고,

더위와 함께

호박잎들은 무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둘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콩알만한 호박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일일이

수꽃을 따서 암꽃에 묻혀주셨고

어린 저는

벌과 나비들이 알아서

수정을 해 줄 것이라고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하니,

할아버지는

벌과 나비는 제 뱃속 채우기에 급급해

수정을 못 시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무더기로 피어난 호박꽃을 보면서

호박꽃은

탐스러운 호박꽃은

부자꽃이라고 하시면서

호박꽃이 많이 피면

우리집도 부잣집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다 익은 호박을 따서

호박을 넣고 뚝배기에 끓인 된장찌개를

고추장을 넣고 끓인 호박찌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오늘 아침

요세비님의 블로그에서

이 시하님의 "흐들흐들, 호박꽃"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어린시절

마당 담장 아래에서 키웠던 호박과

봄부터 가을까지 손수 호박을 키우시던 할아버지와

옆에서 말로 호박 농사를 거드셨던 할머니

그리고 어렸던 저의 모습들이

여름날 무성했던 호박잎들과

할머니가 부자꽃이라고 말씀하시던 호박꽃과 함께

따뜻한 기억으로 떠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