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4박5일 부산여행... 다섯쨋날... 보수동 책방골목과 롯데백화점 광복점 하늘공원

자작나무1 2015. 3. 8. 20:20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동래의 동헌만 사진기에 담고 일찍 여관으로 들어갔다.

좀 더 돌아다닐 마음이었지만,

비는 점점 더 거세지고,

혼자 청승맞게 돌아다니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일찍 여관에 들어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지난 여행기를 쓰고

TV로 MBC 쇼 음악의 중심과 KBS 불후의 명곡을 보았다.

TV로 본 노래 중에 zion.T, Crush가 부른 그냥(Just)이 맘에 들었다.

자꾸만 노래가 내 머릿 속에 떠돌아다녔다.

밤에는 여관을 나와 가까운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다섯째 날이자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여관을 나선다.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남포동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탄다.

그런데 버스는 서면 방향으로 달리더니

어느 순간 방향을 틀어 해운대 방향으로 달린다. 

어 이게 아닌데...

버스에서 내려 다시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도 동래로 가는 도중에 방향을 틀어 해운대로,

반송동으로 들어간다.

아니, 아침부터 이런 낭패가...

부산의 지리에 대해 잘 안다는 착각에

기사님께 물어보지도 않고 버스를 올라탔던 내 잘못이다.

오전 내내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겨우 제대로 된 버스 5-1번 시내버스를 타고 충무동 방향으로 간다.

버스는 서면 근처의 송상현 광장을 지나쳐 남포동 방향으로 달리고...

문우당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지금 시간이 11시

건너편의 자갈치시장으로 가 용궁횟집에서 붉은고기(열기)구이로 이른 점심을 먹는다.

내가 부산에 오면 꼭 먹는 음식이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돼지국밥수육, 또 하나는 자갈치시장의 생선구이백반이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넓은 도로를 건너 남포동으로

영화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국제시장 옆을 지나쳐

보수동 책방골목 앞에 선다.

 

 

 

 예전에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옆의 리어카에서 러시아산 LP판을 사기 위하여

부산에 오면 서울로 가는 날에 꼭 이곳에 들러 한두개의 LP판을 사곤 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보수동 책방골목에 왔다.

좁은 골목 안에 많은 책방이, 책들이 있는 곳

이곳은 사진을 찍는 명소인지 나처럼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입구를 찍고 안으로 들어간다.

양 옆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책들

그런 모습만으로 마음이 꽉 차는 느낌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우리글방이라는 책방에 들어가

사이토 다카시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에서 나온 "찰리 채플린 - 희극이라는 이름의 애수"라는 책을 산다.

그러면서 서점 여기저기를 사진을 찍고

아래층이 있어 계단으로 내려가니, 작은 카페였다.

주위의 많은 책들로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의 카페

그래서 사진은 찍지 않았다.

서점을 나와 골목길을 돌아다니는데 중간에 좁은 계단길 양편으로

어린왕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곳에 오면서 담장에 어린왕자의 그림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기쁜 마음에 계단길을 오르내리면서 어린왕자를 사진기에 담는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만난 어린왕자

 

 

 계단길을 오르내리면서 어린왕자 그림을 사진 찍고

기쁜 마음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을 나온다.

큰 도로를 따라 용두산공원 방향으로 걷고...

걷다보니, 잘 가꾸어진 나무들로 앞을 꾸민

부산근대역사관이 나타난다.

입구의 나무들이 맘에 들어

또 하나 전에 형과 함께 갔던 서울역사박물관에서의 좋았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부산근대역사관 안으로 들어간다.

 

 

 

 부산근대역사관은 일제시대 부산의 이야기들과 함께

그 당시의 사진들과 모형으로 꾸며져 있다.

그 당시의 일본의 상가와 건물들이 보이고...

부산에도 한성처럼 전차가 다녔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된다.

역사관을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벽 옆에 아이들/ 1920년대라는 제목의 사진이 보인다.

시골길 위의 여러 명의 아이들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에 한참을 쳐다본다.

뭔가 신기해하는 아이, 웬지 쑥스러워하는 아이, 무표정의 아이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들

이 분들도 지금 살아계신다면 노할머니, 노할아버지가 되셨다는 생각이 들고...

내 마음 한쪽이 짠해지는 느낌

부산근대역사관을 나오는데 전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버지와 나누었던 이야기 한토막이 떠올려진다.

중앙청에 대한 이야기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앞에

커다란 조선총독부를 세우고 중앙청이라고 불렀던 일

남의 나라 궁궐 앞에 그런 건물을 세우는 것은 문화에 대한 무지이자

조선의 자존심을 처음부터 꺽으려는 의도였겠지만,

그 보다도 중앙청이라는 이름에는

자기 나라의 수도는 동경이라 하고,

중국의 북경과 남경을 사이에 두고

한성의 조선총독부를 중앙청이라고 부른 이유에는

조선을 넘어 중국까지 식민지로 만들려는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 전체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침략 야욕이라는 아버지의 말씀

일본은 가깝고도 먼나라이기도 하지만

그런 일들을 떠올리면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난날의 역사적인 반성은 도외시한 채,

역사부정과 역사왜곡, 독도침탈을 하는 일본, 일본놈

다소 무거운 생각을 안고 역사관을 나온다.

다시 큰 도로를 따라 용두산공원 입구에 서고,

옆 골목길을 따라 남포동으로 가는데,

2층에 올레라는 예쁜 커피전문점이 보여 2층으로 올라간다.

 

 

 

 여행 둘쨋날 갔던 용궁사 앞 2층 찻집은 전통 다기들로 가득찬 전시실 같은 찻집이었다면

이번 커피전문점 올레는 스코틀랜드 킬트로 내부를 꾸민 킬트 전시장 같은 커피전문점이다.

수없이 많은 킬트 작품들을 보면서 갑자기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연주가 듣고 싶어진다.

커피전문점 올레를 나와

휴일이라 사람들이 많은 남포동 거리를 지나

지하상가를 통해 롯데백화점 남포점으로 간다.

백화점 윗층의 하늘공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이 곳은 낭만방랑자님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롯데백화점 윗층에 이런 멋진 전망을 가진 하늘공원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바다쪽에 더 가까워 용두산 공원보다 전망이 더 좋은 것 같다.

앞으로는 영도와 우뚝 선 봉래산이 코 앞이고

아래로 선착장 아래 몰려 있는 작은 배들도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준다.

건너편 전망대에 서니, 남포동 일대와 용두산 공원,

저 뒤로 엄광산, 구덕산, 시약산 기상관측소까지 보인다.

또한 하늘공원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어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롯데백화점 광복점 하늘공원을 내려와

천천히 부산역 방향으로 걷는다.

오늘은 길었던 여행의 마지막 날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부산역으로 가다가 예쁜카페가 보여 안으로 들어간다.

중앙동 Coffee Sation

 

 

 카페 입구의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내부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옛스러운 피아노에 다양한 소품들

한참을 카페 내부를 사진 찍고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면서

안정애님, 양정현님이 지은 "한권으로 보는 중국사 100장면"을

빨간 볼펜으로 밑줄을 그으면서 천천히 천천히 읽는다.

카페를 나와 천천히 부산역 방향으로 걷는다.

아직까지는 서울로 가는 기차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한껏 게으름을 피우면서 걷는다.

중간의 골목길의 식당에 들어가 저녁으로 굴국밥을 사먹는다.

지난 겨울 통영에서 먹었던 굴국밥을 떠올리면서 선택을 했는데,

통영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별로이다.

부산역에 다다르고...

어둠이 깔려가는 부산역

부산역을 바라보면서 담배 두대를 피우고 역 안으로 올라간다.

한참을 기다려 플랫폼으로 내려가고...

행신역행 Ktx에 올라탄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17:25)...

 

 결코 짧지 않았던 4박5일 부산여행

긴 여정 만큼이나 많이 돌아다니고

멋진 풍경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

동백섬 APEC 누리마루의 정원

청사포

기장 대변항의 아침풍경

기장 죽성리 해송과 드림성당

보수동 책방골목과 어린왕자 그림

롯데백화점 광복점 하늘공원과 전망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면서 지난 여행이,

여행에서 좋았던 곳들이 두서없이 떠올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