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강화 교동도 화개산 산행기

자작나무1 2015. 4. 19. 20:50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일어나기가 바쁘게 씻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고

어머니가 챙겨주신 도시락을 배낭에 집어넣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강화 교동도 화개산으로 가는 날

강화도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많이 오셔서

특히나 오늘은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있는 날이라서

더더욱 서두른다.

나는 강화도에 좋은 산들이 많아 많이 다녔는데,

주말에는 오후 3시 이후에 강화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려면

많은 차를 때문에 제대로 나올 수가 없었다.

붐비는 차들로 지체와 정체, 서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주말에 강화를 갈때에는 무조건 오후 3시 이전에 강화 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탈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서두르기 시작한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구청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송정역에서 내린다.

역에서 나와 송정역 버스정류장에서 강화로 가는 3000번 강화행 좌석버스에 오른다.

강화는 오래간만에 간다.

강화는 산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볼 것들이 많아 자주 갔던 곳이다.

선사시대의 고인돌부터 시작해서 고려시대의 절과 궁지, 강화읍성

조선시대 후기의 군사유적지까지 볼 것들이 많다.

거기에 산과 바다와 평야와 섬이 모두 있는

여행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

그래서 강화를 자주 다녔다.

김포 아라 대교를 건너자 주변으로 무더기로 피어난 조팝나무꽃들이 보이고...

강화가 가까워지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서울은 이미 벚꽃이 다 졌는데...

강화에는 벚꽃에 진달래, 개나리, 목련꽃으로 봄잔치가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다 진 봄꽃들을 다시 만난듯한 기분.

강화 대교를 건너자마자 많은 차들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참을 쉬다가다를 반복하여 강화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강화

오늘 하루동안 강화 고려산이 얼마나 시끄러울까 상상이 간다.

그 만큼 교통도 많이 막힐 것이고...

강화 버스터미널에 도착

9시 30분에 출발하는 교동행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터미널 내에도 고려산으로 가는 사람들로 복잡하고...

시간에 앞서 교동도로 가는 군내버스가 들어오고...

버스에 올라탄다.

다른 산객들은 다 고려산으로 가는지

이 버스는 한산하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

강화 읍내를 거쳐 부근리 고인돌 근처를 지난다.

이미 이곳은 축제와 함께 많은 차들이 주차를 하고 있어

더 이상 주차가 안 된다는 팻말과 함께

안내원들이 나오셔서 차량 안내를 하고 계신다.

봉천산 아래의 하점면 면사무소를 지나고...

교동대교 입구에서는 정차를 하고

헌병이 차에 올라와 사람들을 살펴본다.

주민등록증도 확인하고...

이런 모습들은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모습이다.

강원도에서 전방에 갈 때 보던 모습

새로 생긴 교동대교를 건너 교동도로 들어선다.

교동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큰 섬이었고,

넓은 논과 함께 깨끗하고 깔끔한 집들도 보인다.

커다란, 물이 가득 찬 고구리 저수지를 지나고...

건너편 도로 옆의 활짝 핀 벚꽃을 보면서 달린다.

화개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고...

버스에서 내려 산쪽으로 길을 쫓아간다.

입구에 교동 읍내리 비석군이 보이고...

이 섬이 예전부터 큰 섬이고 사람들도 많이 살았던

유서 깊은 곳이라고 일러주는 것 같다.

화개사와 교동향교 갈림길에서 교동향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앞으로는 부드러운 곡선의 화개산이 보이고...

높지 않은 산, 그러면서 부드러운 산 이미지이다.

 

 

 

 교동향교 앞에 선다.

앞에 안내문을 읽는다.

이 향교는 고려 말기 안향 선생님이 원나라에서 직접 공자님의 초상화를 가지고 오셔서

이곳에 모신 향교라고 한다.

그래서 뜻 깊은 향교

향교 안으로 들어가 한바퀴 둘러보고...

앞에서 볼 때 보다 관리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조금씩 허물어지는 느낌들...

처마 앞으로 비스듬히 나온 굴뚝에 자꾸 눈길이 간다.

향교가 있을 정도면 교동도가 아주 외진 곳은 아니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교동향교를 나와 이정표를 따라 산길을 지나 화개사로 간다.

화개사는 전각이 몇개 안되는 작은 절이다.

작은 절이지만 절 주변이 깔끔히 단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절이 아담하고 정갈해보인다.

마당에는 200년 된 커다란 소나무가 있고

절 마당 너머로 강같은 바다와 섬산들이 보이고...

 

 

 절을 나와 오른편으로 이어진 임도 같은 길을 오른다.

천천히 올라감에도 몸이 더워져서

잠바를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오른다.

넓은 임도라 편안한 느낌으로 산길을 오르고...

산사면으로 중간돌들이 흘려내린 너덜지대를 조심히 가로지르고...

바위로 이루어진 짧은 산길을 오른다.

왼편으로 드넓은 논과 바다, 그 너머로 북녘의 산하들이 아스라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철원 금학산 매바위에서 바라 본 풍경같다.

온 들판이 황금빛으로 변한 가을에 오면 더더욱 멋진 전망일 것 같다.

작은 봉우리에 이르고 건너편으로 정상으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보인다.

봉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봉우리를 오르니, 정상이다.

화개산 259.6m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 정상목이 정상임을 알려주고

중앙에는 산불감시초소가

강화 방면으로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북쪽보다는 남쪽의 바다와 섬들이 더 맑게 보인다.

정자에 들어가 전망을 살핀다.

앞에 안내판이 있어서 그 위치를 대강 짐작을 하고...

석모도의 산들 뒷편으로 강화의 산들이 멀찍이 보이고...

맨 뒷편의 큰 산이 마니산이다.

정자에 앉아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먹는데,

한무리의 단체 산행객들이 올라오셔서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신다.

바다 가운데의 작은 섬은 상여 바위라고 부르는데,

예전에는 상여바위 위의 고압철선을 이용해 교동도에 전기가 들어왔다는 이야기

이 앞바다가 한강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예전에는 고기들이 많았다는 이야기

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 배가 내려앉을까봐 고기를 삽으로 퍼서 바다에 다시 던졌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다라는 말씀

북한의 간첩들이 무동력 배를 이용해 닿는 곳이 이곳 섬들이라

남파 간첩들과 접선장소로 앞의 섬들을 이용했다는 말씀

이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가 맛이 좋아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이야기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교동도 앞바다 이야기를 귀동냥한다.

밥을 다 먹고 다시 바다 쪽을 쳐다보니,

강같이 흐르는 바다와 바다 가운데 석모도와 작은 섬들

아름다운 풍경에 한없이 쳐다본다.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길 양편으로 수줍은 듯 진달래가 피어있고...

성혈이라는 안내판 옆에는 구멍 자국이 선명한 바위가 나타난다.

난 성혈이라고 해서 북두칠성일까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

직접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교동 약수터가 보여 안으로 들어가 물을 마신다.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물줄기

물은 무척 시원하다.

약수터를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산성터가 나타나고...

그 아래로 무더기로 피어난 진달래 군락지가 나타난다.

진달래와 나무 사이로 작은 새들이 많이 날아다니고...

작은 새들의 소리에 시끄러울 정도이다.

관목 사이로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니까

새사진들을 잘 찍으시는 에메랄드님과 저비스님이 떠올라진다.

이른 봄, 새들의 분주한 움직임

내려가다 보니, 한증막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뒷편으로 둥근 돌무덤 같은 것이 나온다.

예전에는 이런 돌무덤에서 목욕을 한 것 같다.

과거의 공동목욕탕

오늘날 찜질방문화의 원형

그 원형을 이곳에서 보는 것 같다.

 

 

 

 과거의 한증막을 지나 길을 내려오니,

큰 건물과 함께 시멘트길이 나온다.

산은 다 내려온 것 같다.

산을 내려오면서 화개산 산행을 다시금 생각해보니,

산은 작아도 이것저것 볼 것들이 많은,

작디 작은 이야기들이 많았던 즐거웠던 산행이었다.

시멘트길을 내려오다보니,

길 오른편으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인다.

수령이 꽤 오래되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안내문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 한쪽을 가득 채우던 나무줄기

나무 하나로 한세상을 채우는 느낌

커다란 우람한 느티나무를 지나고 도로에 이른다.

강화 나들길 안내 이정표를 따라

대룡시장 방면으로 길을 걷는다.

도로 양옆에 심어있는 벚나무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있고...

봄 길을 따라 걷는다.

걸으면서 교동도가 참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넓은 논과 깔끔한 집들과 건물들

무엇보다도 섬 전체가 밝은 느낌이라 참 좋다.

나중에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 가을에 그 길을 천천히 걷고싶은 마음

100년 전통을 가진 교동 초등학교를 지나자 앞에 예쁜카페가 보인다.

 

 

 

 

 COFFEE QueeN

이런 섬에서 예쁜 카페를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그래서 대룡시장 안의 교동다방에서 커피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기쁜 마음에 교동다방은 잊어버리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도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다.

카페 내부를 사진 찍고...

야외 탁자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내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의 하나

산을 내려와서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타임

이런 맛에 산에 다니는 것 같다.

천천히 천천히 냉커피를 마시고 나와

낡고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는 주변 건물들을 사진 찍으면서 대룡시장으로 간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

시장 바깥은 나름 번듯한 건물들이 있는데,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예전 건물 그대로의 모습들이 보인다.

시간이 시장 안쪽만 비켜갔나...

낡고 허름하고, 색이 바래지는 모습들...

어딘가 중심을 잃은 듯한 건물들, 상가들

어떤 가게는 가게 이름조차 없다.

오뎅, 분식, 이렇게 메뉴만 유리창에 적혀 있다.

그런 상가들을, 건물들을 사진 찍으면서

이런 모습들은

장사가 안 되어서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제일 큰 이유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섬 사람들만의 특유의 고집

그런 이유로 이런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조금씩 든다.

사람의 삶만이 새옹지마가 아니라

시장의 운명도 새옹지마라고...

교동도에 다리가 놓이고 사람들이 몰려 오면서

이런 시간이 머문 듯한 예전의 시장의 모습들을 보고 싶어하고 사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역설적으로 다시금 인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대룡시장

내가 시장 안을 돌아다닐 때에도

단체로 오신 관광객들 때문에

시장 안이 왁자지껄했다.

내가 가려고 했던 교동다방은 손님들이 너무 많아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교동다방의 인기메뉴는 옛날 쌍화차이다.

 

 

 

 웬지 어수선하고 산만한 분위기의 시장 안 길

그런데 그 길은 작은 제비들 때문에 더더욱 시끄러운 길이기도 했다.

시장 안에서 제비들이 살고 있다니...

처마 아래 제비집들도 보이는데,

아직 제비 새끼들은 보이지 않는다.

작년 4월 달에는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제비집 안의 제비 새끼들을 보았는데...

하여튼 대룡시장 안 통로에서 제비를 만나니 참 반갑다.

조그만 제비가 시끄럽기는 엄청 시끄럽다.

이렇게 대룡시장은 나에게

시간이 머무는 듯 흐르는 시장이고,

제비들의 재잘거림으로 시끄러웠던 시장이었다.

시장을 나와 대룡시장 앞 버스정류장 밑 의자에 앉아

강화버스터미널로 가는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하늘 위로도 제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축제 기간이라 늦게 오는 군내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