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보령 가족여행기... 대천 해수욕장과 머드축제장(7.25)
오늘은 어머니, 작은엄마, 사촌동생이랑 보령 대천해수욕장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컴퓨터를 하다가
열차시간 한시간 전에 집을 나온다.
열차시간이 10시 30분이라 아침에 여유가 있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와 신도림역에서 한정거장인 영등포역으로 간다.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대합실 의자에 앉아 YTN 뉴스를 보고,
그 사이에 나는 바깥에 나가 담배 두대를 피우고 올라온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승강장 아래로 내려가고...
익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탄다.
열차 안에는 이미 작은엄마와 사촌동생이 앉아 계신다.
작은엄마와 사촌동생은 출발역인 용산역에서 타셨다고 하신다.
우리를 태운 기차는 신도림을 지나 수원으로, 천안으로 달려나가고...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엄마가 가져오신 과자를 먹으면서 창 밖을 내다본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기차여행이다.
내가 춘천에 살 때 아는 형이 있었다.
그 형은 여자 친구분이 속초에 계셨다.
그래서 매주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속초로 가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매번 버스를 타고 같은 코스
똑같은 창 밖 풍경에 처음에는 질리기도 했는데,
한 6개월 정도 지나니까 매주 똑같던 풍경이
어느 순간 조금씩 달라보이기 시작했다고...
산의 푸른빛도 매주 조금씩 달리 보이고,
여름이 가까울수록 연두색에서 진한 초록으로 바뀌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매주 조금씩 달라져가는 창 밖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춘천에서 속초로 오가는 버스길이, 창 밖 풍경이 새롭게 보였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진다.
기차는 천안을 지나 예산으로, 홍성으로 달려나가고...
푸르른 논에 하얀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들이 정겹게 보인다.
평화스러운 시골풍경
도청 소재지로 바뀌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홍성을 지나고...
예전에 오서산의 억새를 보기 위해 내렸던 광천역을 지나고...
오래된 간이역,
오래되고 작아서 더욱 애틋해 보이는 청소역을 지난다.
나중에 청소역은 사진 찍으러 와야지 맘을 먹는다.
간이역 사진
새로 크게 지어진 대천역에 내린다.
대천해수욕장에서 머드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승객들이 대천역에서 내린다.
또 어찌보면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해수욕장이라는 잇점이 더해져서
대천해수욕장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대천해수욕장으로 간다.
버스도 만원이다.
서서 간다.
대천해수욕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고...
각자의 짐을 챙겨 해수욕장으로 간다.
날이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 시원하다.
대신에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모래사장이 넓어서 그런지 좀 휑한 기분마저 든다.
해수욕장 중간에서는 어떤 경기가 백사장에서 벌어지고 있고...
해수욕장 가까이의 소나무숲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집에서 가져온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싸온 음식들을 꺼내 점심으로 먹는다.
김밥, 삶은 계란과 감자, 언수박 등등...
갖가지 음식으로 배불리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에
사촌동생이랑 함께 운동삼아 머드축제장을 찾아간다.
푸른하늘(여행)님의 말씀대로 대천해수욕장은 아주 넓어서
우리가 있던 곳에서 머드축제장을 찾아가는 길도 엄청 멀다.
한참을 걸어도 머드축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저 건너편 모래사장에 사람들이 많이 보여
그곳이 축제장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가진다.
우리가 있던 곳은 모래사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머드축제장 앞 백사장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 시장바닥 같다.
이런 모습에 머드축제의 인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머드축제장에 도착
축제장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차다.
머드축제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하던데,
그 인기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2층의 사진촬영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웬만한 축제장에서는 이런 공간을 본 기억이 없는데,
이렇게 작은 부분부터 신경을 써 주시는 모습도 고맙다.
2층 촬영장에서 머드축제장을 사진 찍는다.
축제장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서로 진흙을 묻히고, 던지고, 씨름을 하고...
떼를 지어서 돌아다니는 모습들...
축제장 안의 사람들의 즐거움이 밖에서도 절로 느낄 수 있다.
머드축제장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
축제장 안의 사람들도 재미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축제장 밖의 사람들도 즐거울 수 있는 것
어쩌면 이런 모습이 진정한 축제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더불어 해본다.
축제장 안의 사람들은 진흙을 묻어도 상관없는 옷을 입고 입장을 한다.
또한 그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나이는 어떤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상관없다.
머드축제장 안에서는 누군가가 일부러 진흙을 묻혀도, 던져도 상관이 없고,
서로 부딪혀도 상관이 없다.
진흙탕 안에서는 모두가 똑같고 평등하다.
그래서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축제장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도 그런 모습에 덩달아 즐거워질 수 있는 축제
이런 모습이 진정한 축제이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가 한자리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한마당.
축제장에서의 흥겨웠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엄마와 작은엄마가 기다리는
소나무 아래 돗자리가 마련된 곳으로 되돌아간다.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슈퍼에서 시원한 냉커피를 사 마시고,
올 때처럼 한참을 걸어 도착한다.
우리가 머드축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이번에는 엄마와 작은엄마가 다녀오겠다고 하시면서 일어나신다.
대신 우리가 돗자리 위에서 짐을 지켜야할 차례이다.
엄마와 작은엄마는 머드축제장으로 가시고,
사촌동생은 해수욕장 주변을 돌아다니고,
나 혼자 남아 짐을 지킨다.
그러다가 피곤해서 돗자리에 눕는다.
잠깐이나마 잠을 잘려고 눈을 감았는데,
주변이 시끄러워 쉬이 잠은 오지 않는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소나무 아래 그늘
이런 곳에서 낮잠을 잔다면 그건 분명 꿀잠일텐데...
쉬이 잠은 오지 않는다.
다시 돗자리에 앉아 배낭에 있던 책
중남미 문화원 설립자이신 홍갑표님의
"지금도 꿈을 꾼다. 태양의 열정으로"를 읽는다.
한참이 지나서야
사촌동생이,
머드축제장에 가셨던 엄마와 작은엄마가 오신다.
엄마와 작은엄마는 머드축제가 신나는 축제였다고 말씀을 하신다.
모두 돗자리에 앉아 점심 때 먹고 남은 음식들과 샌드위치를 먹고...
각자의 짐을 챙겨 일어선다.
시민탑광장 버스정류장에서 100번 대천역 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타고
대천역으로 간다.
대천역에서 내릴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까, 대천역을 외곽지역에 크고 웅장하게 새로 지어졌다.
새로 생긴 역사를 보면서 그럼 예전의 간이역은 간이역으로 남아있나 그런 궁금증을 가져본다.
역 주변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어
역 앞의 조립식 건물인 부광식당에 들어가 동태찌개와 순두부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식당 뒤의 논을 보러간다.
엄마와 작은엄마는 논이 정말 예쁘다고 연신 말씀을 하시고...
작은엄마는 논 옆으로 도로가 지나가서 비싼 논이라고 덧붙이신다.
보령에 이렇게 넓은 논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얕은 산에 접한 드넓은 논이 참 보기 좋다.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
게다가 저녁햇살을 튕기는 볏잎과
작은 바람에도 술렁거리는 모습이 참 고와보인다.
엄마, 작은엄마, 사촌동생이랑 그런 모습들을 한참 쳐다본다.
나는 숲을 좋아해서 숲을 찾아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런 논도 숲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에 빠진다.
가을에 벼가 황금빛으로 변할 때 한번 더 찾아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고...
예전에 모내기 이후부터 추수 후의 빈논까지
내 사진기에 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넓은 논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내 마음에도 푸른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논 구경을 마치고
역 앞으로 온다.
아직도 우리가 타야할 기차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와 야외의자에 앉아 마시면서
엄마와 작은엄마의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씀을 하시고...
엄마의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예전에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
가족의 지난 일들은
남자들이 아니라 집안의 여자들
할머니, 외할머니, 어머니, 이모, 고모의 이야기를 통해서
후대로 이어지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중에는 가족의 역사가 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기차시간이 다가와 의자에서 일어나 역 안으로 들어간다.
승강장에서 우리가 탈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10분 정도 연착이 된다는 방송이 나온다.
출발지인 익산에서 대천은 그리 먼거리가 아닌데,
연착이라니...
역 건너편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