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보여행기
오늘은 10월의 첫주말이자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절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핸드폰을 확인한다.
문자가 와 있다.
오늘 약속이 취소되었다는 문자
아니 이럴수가...
갑자가 오늘 어디를 가야하나 잠시 고민에 빠진다.
푸른하늘(여행)님이 소개해 주신 고양 호수공원의 꽃축제와 공연도 생각나고
금모래은모래님이 알려주신 양수리 세미원의 김명희님의 작품전시회도 보고싶고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의 축제로 아침부터 교통통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컴퓨터로 내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달면서 어디를 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한참을 생각해보다가
지난달 당일치기 군산여행을 하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
인천에도 군산처럼 근대문화유산들이 많다는 생각과
인천으로 도보여행을 다녀와야지 맘 먹었던 일이 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서 인천으로 도보여행을 가기로 맘을 정한다.
인천 도보여행
씻고 밥 먹고 집을 나와 신도림역으로 간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인천역으로 가고...
종착역, 인천역에 내려 역을 빠져 나온다.
역 앞에는 예쁜 꽃밭과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철도 탄생역 석조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인천의 지리적 특징
인천 앞바다와 서울을 이어주는 중간도시
그런 지리적 이유로 인해
인천항이 개항을 하고,
차이나타운이 생기고,
외국의 조차지가 생기고,
일제시대 건물들과 집들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차이나타운의 상징물인 높다란 패루를 지나
차이나타운을 오르는 언덕길을 오른다.
주말이면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좀 한가한 편이다.
북성동 동사무소 옆에는
붉은색 기둥과 붉은색 등이 일렬로 달린 커다란 건물이 나타난다.
3층인가, 4층의 건물치고는 건물이 쓸데없이 높다.
이런 건물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붉은 색을 좋아한다는 점과
실리보다는 남에게 무언가를 보여줄려고 하는 허세를 함께 느낀다.
많은 인구와 커다란 땅을 가진 중국
자신의 나라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나라 이름에 가운데 중자를 떳떳이 쓰는 나라
중화사상
그리고 그 중화사상을 주변 나라에게 강요하는
중국의 역사도 함께 떠올라진다.
지난번 5월 달에 중국 상해여행을 떠나면서
중국 관련 책을 몇권 읽었는데,
그 책을 통해 중국의 가옥에 대해 알았다.
1층은 상가이거나 식당이고
2층부터 살림집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길 방향으로
빨래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다는 이야기
중국식 건물들을 보면서
빨래가 없어 조금 허전해 보인다.
언덕길을 올라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의 의선당에 들어간다.
이곳은 여러번 이 앞을 지나쳤는데,
의선당 안쪽이 너무 조용해서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앞에 리어카 앞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에게
들어가도 되느냐고 물어보니까
된다고 해서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한다.
조그만 마당에 붉은 색 건물들
안내문에 따르면 이곳은 부처님과 관우를 모신 사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와 도교가 따로 떨어져 있는데,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상해 예원 앞의 오래된 도교사원이 있는데,
거기에 못갔던 아쉬움도 떠올라진다.
의선당을 나와 계단을 오르고 선린문을 지나 자유공원으로 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공원
공원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나무들이 울창하다.
인천의 파고다공원
그래서 그런지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의자에 많이 앉아 계신다.
바닷가쪽 넓은 빈터에는 오늘 열릴 한중문화제와 관련된 축제준비로 분주하고
그 옆의 전망대에 서서 인천앞바다를 내다본다.
오늘은 가을 하늘처럼 날이 맑아 바다가 잘 보인다.
하늘이 열린 개천절
앞의 월미산과 월미 전망대도 보인다.
공원 위에는 유명한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서 있다.
우리가 6.25 당시 대구까지 밀리는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북한군의 허를 찌르는 인천상륙작전으로
곤란에 빠진 한국을 구해주신 맥아더 장군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맥아더 장군의 검은색 동상
색의 대비가 이채롭다.
내가 고등학생 때 맥아더 장군의 "아버지의 기도"라는 시를 무척 좋아했다.
그 긴 시를 외워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인용하기도 하고
친구 관계나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속으로 맥아더 장군의 시를 읊으면서
그 어려움을 이겨나갔다.
그 당시 나의 여린 마음을, 여러 어려움들을 이겨나게 해 주는 것은
맥아더 장군의 시와 석양 속의 우뚝한 삼악산의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기도
내게 이런 자녀를 주옵소서
약할 때에는 자기를 돌아 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에 자신을 잃지않은 대담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생각할 때에 고집하지않게 하시고
주를 알고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아는 자녀를 내게 허락하옵소서
원하옵나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옵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선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옵소서
그 마음이 깨끗하고 그 목표가 높은 자녀를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자녀를
미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날을 잊지않는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이런 것들을 허락하신 다음
이에 대하여 내 아들에게 유머를 알게 하시고
생을 엄숙하게 살아감과 동시에
생을 즐길 줄 알게 하옵소서
자기 자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하시어
참된 위대함은 소박함에 있음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나 아버지는 어느 날 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새우리를 지나
자유공원을 내려와
홍예문 이정표를 따라 홍예문을 보러 간다.
이 지역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면서
일본인들의 통행과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홍예문
지난 달 당일치기 군산여행 시
해망굴을 보면서 인천의 홍예문을 떠올렸다.
해망굴 보다 더 튼튼하고 단단해 보이는 홍예문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홍예문이라
이름처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굴 하나만도 야무지고 미적으로도 아름답게 보이는 작품을 만드는 일본놈들
일본인들의 무서움
홍예문을 보고나서
긴내리막길을 내려오고
골목길을 통해 중구청 앞에 선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어
중구청 앞의 식당
구색구찬이라는 이름의 식당에 들어가 한상을 시킨다.
상 위에 차려진 반찬들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찬 반찬들
원래 짜장면을 먹을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맛난 점심을 먹는다.
반찬들이 다 맛있다.
제육볶음이 좀 짠편이었는데,
그래도 맛있게, 배불리 잘 먹는다.
맛난 점심상을 물리고
식당을 나와 카페 "pot R"로 들어선다.
지난 달 보라빛향기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일제 식민지 당시의 건물을 이용한 일제식 카페
창가에서 냉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오늘 이곳에서 커피를 마실려고
아침에 일부러 인천으로 도보여행을 택했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카페, "pot R"
앞으로도 이 카페는 자주 찾아올 것 같다.
나무문, 나무틀 사이로 들어오는 가을햇살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
평온한 느낌
잔잔히 흘려나오는 음악과 함께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고마운 카페
카페를 나와 인천 아트플팻폼을 찾아가는 중에 만난 (구)일본18은행 인천지점
지금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에는
인천시내의 근대건축물들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답동성당, 성공회 내동교회, 각 일제 식민지 당시의 건물들...
전시관 내의 작은 모형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근대화, 조선의 근대화는
우리 스스로가 직접 설계하고 추진하는 근대화가 아니라
외부에 의해, 서양 선교사들과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근대화이어서
그 근대화의 풍경 속에는 우리의 모습이 없다.
어정쩡한 자세로 뒤쫓아가던 우리의 모습들이
아련한 슬픔으로 떠올라진다.
이런 감상은 대구 근대화거리에서도,
광주 양림동 근대문화거리에서도,
군산 근대역사의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근대화의 모습... 어정쩡함
근대건축전시관을 나와
인천 아트플랫폼으로 간다.
인천항 개항 당시의 창고와 사무실들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곳
유난히 붉은 벽돌건물이 많은 곳
건물 중간에는 커다란 퀼트 작품이 걸려있다.
올 겨울 부산 남포동 카페 올레에서 보았던 퀼트 작품들이 떠올라진다.
아트플랫폼을 지나 인천역으로 간다.
오늘 하루 동안의 인천도보여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