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정선, 태백여행기... 둘쨋날... 함백산과 정암사(10.10)
어제 정오에 청량리역에서 정동진역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타고 정선 고한역으로 왔다.
사북, 고한 터미널 근처의 모텔에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터미널로 와 만항 마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만항 마을로 가는 버스가 들어오고 버스에 올라탄다.
만항 마을로 가는 첫버스(07:30)
버스에는 승객들이 하나도 없다.
오래간만에 버스를 전세 내서 만항 마을로 간다.
양편의 산에는 단풍이, 가을빛이 가득차고...
정암사 입구를 지나 만항마을 버스종점에서 내린다.
높은 곳이라 그런지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추운 겨울아침 같은 날씨
그 만큼 공기는 신선하고 상쾌하다.
강원도의 맑은 공기
버스종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로를 따라 만항재로 올라간다.
도로에 차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
맞은편 함백산에도 단풍으로 가득차다.
가을산, 단풍산 함백산
시기를 잘 맞추어 함백산에 온 것 같다.
지난번에 태백산을 오르면서
건너편으로 커다란 철탑을 이고있는 우람한 함백산이 보였다.
그 함백산을 보면서 다음에는 함백산에 올라가봐야지 맘 먹었던 적이 있다.
도로변에 푸른 전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만항재(1,330m)에 이른다.
만항재, 함백산 등산로 입구에서 함백산으로 올라간다.
산의 입구에는 산악회 표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드문드문 두문동재라는 나무 기둥이 세워져 있고,
조그만 산을 올랐다 내려오니 자갈밭이 나오고,
다시 전나무가 두그루 자라고 있는 나무 사이를 지나
산으로 들어간다.
오름길이 순해지는 곳에는 함백산 기원단이 있다.
정선과 태백 탄광지역의 마을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족들인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세운 돌탑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탄광생활, 막장
내일이 내일일 수 없는 삶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겨운 탄광사람들의 하루하루가 그려진다.
내 마음에도 무거운 돌 하나 얹혀지는 기분
무거운 마음을 안고 다시 산을 오른다.
다시 산길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니까
앞으로 도로가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산객들이 차를 끌고 이곳까지 오셔서
이곳에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함백산은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차를 끌고 와서 산행을 하면 다른 산들보다 편할 것 같다.
도로를 건너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함백산 산행이다.
오름길이 급한 길을 계단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고...
계단길 양편으로는 조릿대가 밭을 이루고 있다.
부지런히 산길을 오르고...
아침 해돋이를 보고 내려오시는 분들인지
벌써 산을 내려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도 모르게 우문을 던진다.
우문 : 아직 정상까지는 멀었지요.
현답 : 아니에요,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올라가면 정상이에요.
기운내세요.
산에서 이런 우문은 던지면 안 되는데,
어서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는 마음에
조급한 마음에 우문을 던졌다.
그래도 만항재의 고도가 높아 쉽게 산마루에 올라선다.
아래쪽으로 산의 고장, 정선과 태백이 보이고...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날이 맑아 멀리까지 잘 보인다.
울긋불긋 단풍을 두른 산들
멀리까지 산들이 잘 보여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진다.
나도 산에 다닌 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렇게 산에서 절정의 단풍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또한 산 아래가 단풍이 들었어도
산 위에는 겨울산인 경우가 많았었다.
이번 함백산은 산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온통 단풍이다.
너무나 행복한 단풍산행
전망을 보면서 정상을 향해 힘을 내고...
정상이 가까울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주변의 나무들이 눈에 띄게 작아진다.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풍경
전에 대구 팔공산 동봉을 오를 때에도 그랬다.
힘들게 돌길을 오르다가 갑자가 나무들이 적어지고 작아져서 이상했는데,
조금 오르니 팔공산 동봉 정상이었다.
정상 부근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검은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은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다.
정말 일기예보 예보답게 비가 내릴 것 같은...
아래의 태백 선수촌과 KBS 송신탑을 보면서 정상에 도착한다.
함백산 정상 1,572.9m
높은 산을 아주 편하게 올랐다.
정상에서 사과 하나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바람이 너무 심해 바로 산 밑으로 내려간다.
바람이 얼마나 무섭게 몰아치는지
사진기를 든 내 손이 흔들려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함백산 정상 뒷편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있다.
그런데 개체수가 태백산보다 적었고,
태백산보다 건강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안쓰러운 모습
주변의 주목들을 둘러보고
능선길을 따라 적조암 삼거리로 갈려다가
갑자기 비가 내릴 것 같아
이왕 맞는 비라면
산 속보다는 도로에서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계획을 변경하여
함백산 도로를 따라 산을 내려가기로 한다.
도로 양편으로는 무르익은 단풍이 한창이고...
가을 단풍을 바라보면서 도로를 내려간다.
나무 안쪽의 하얀 수피의 나무들이 보이고...
저 나무가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일까 생각해 본다.
도로변의 붉은 단풍 나무들도 보이고...
유난히 단풍이 예쁜 곳은 사진을 찍으면서 내려간다.
도로를 따라 트레킹 삼아 산에 오르시는 분들도 계시고...
힘들게 산악 자전거를 타고 오르시는 분들도 계신다.
모두가 가을을, 단풍을 즐기는 모습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태백의 높은 준령, 넘치는 기상"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떠올라졌다.
만항재를 지나 만항 야생화 마을에 도착한다.
해발고도 1.100m
이렇게 높은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래 전에 지리산 아래 칠불암 입구에도 이런 마을이 있었다.
마을 뿐만 아니라 운동장을 가진 학교까지 있어서 놀랐던 기억
야생화 마을의 야생화들은 보이지 않고,
집 앞의 벽화들이 눈에 띄인다.
예쁜 창과 예쁜 꽃장식
어느 수퍼 앞에는 많은 화분에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서
수퍼 이전에 화원으로 보인다.
만항 마을을 지나 정암사를 향해 도로를 열심히 내려간다.
긴 내리막길
길을 걸으면서
좀 엉뚱하게도
독일의 헤르만 헤세가 가벼운 배낭에 지팡이 하나를 짚고
알프스를 오르시는 모습이 떠올라지기도 했다.
도로 옆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
걷고 또 걸어 정암사 입구에 도착
내가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어했던 절, 정암사
정암사 입구의 키 큰 전나무들
푸른 전나무가 마음마저 상쾌하게 해 준다.
일주문, 태백산 정암사
지난번에 영주의 부석사를 갔을 때에도
일주문에 태백산 부석사로 씌여 있었다.
그런 일주문을 보면서
예전에는 태백산부터 소백산 입구까지를 통틀어
태백산으로 부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일주문을 지나 정암사로 들어간다.
산 사이의 좁은 협곡 사이에 지어진 절
이런 깊은 산중에 절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초기의 사찰들은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든
깊은 산중에 절을 지었구나 하는 생각
불도를 닦는 스님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
불경을 공부하고, 자신을 공부하고, 세속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
그런 곳은 아무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곳이었다는 이야기
초기 불교의 엄중함이 느껴진다.
절내를 구경하고
정암사의 명물 수마노탑을 보기 위해 계단길을 오른다.
전탑 형식의 수마노탑
탑이 묵직해 보인다.
각 층마다 종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특이하고...
목조 건축물 모양으로 지어진 탑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기도 한다.
탑 앞에서 바라보는 정암사의 전경도 보기 좋다.
깊은 산중에 위치한 절
산의 지형에 맞추어 길을 내고 전각을 세우는 모습들
항상 마음에만 두었던 정암사를 실제 볼 수 있어서 한없이 기쁘다.
청정 공기, 깊은 산중의 나무들...
정암사를 나온다.
원래 계획은 고한읍내까지 걸어가는 일이었는데,
너무 힘들어 쉽게 포기하고 콜택시를 부른다.
키 큰 전나무들이 일렬로 자라고 있는 주차장에서 콜택시를 기다린다.
택시를 타고 고한 읍내의 시장으로 간다.
택시에 내려 고한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2층의 식당, 윤가네 한우마을에서 삼겹살을 시킨다.
삼겹살 2인분에 공기밥 2개
삼겹살과 함께 검은 된장찌개와 검은 된장, 막장이 나온다.
강원도는 서울이나 다른 지방과 달리
막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인다.
그래서 강원도의 된장찌개는 검은 색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원도의 된장찌개는 검을수록 맛이 좋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심정적으로 그 말씀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실제 맛에서도 그런지는 자신이 없다.
검은 된장찌개에 삼겹살을 구워 밥 두공기를 해치우고...
식당을 나온다.
기다렸다는 듯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태백으로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접고
가까운 여관으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낮잠을 늘어지게 자야지 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