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중국 상해, 소주 가족여행기... 넷쨋날(12.27)
아침에 함께 자던 사촌동생이 일어나서 나도 따라서 일어난다.
모닝 커피 한잔 마시고, 어머니와 사촌동생 셋이서 아침산책을 위해 호텔방을 나선다.
호텔 앞의 넓은 도로, 이름도 거창한 세기대도를 따라 걷는다.
도로 주변의 커다란 나무들
내가 좋아하는 히말리야 시다도 보인다.
나는 나대로 아침에 태극권을 하시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 곳은 푸동지역, 높은 빌딩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같은 곳이라
휴일인 오늘은 주변에 사람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산책을 마치고, 호텔방으로 돌아와 김치찜으로 아침밥을 먹고
다른 식구들이 씻는 동안, 여행기를 이어 쓰다가
다시 호텔방을 빠져나온다.
세기대도역에서 2호선을 타고 남경동로역에서 10호선으로 환승하여
신천지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온다.
신천지 방향으로 조금 걸으니, 우리가 찾는 상해 임시정부청사가 나타난다.
그런데 11시부터 13시30분까지 휴식시간이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노동자의 천국, 중국이라 점심시간도 엄청 길다.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지나쳐 신천지로 간다.
상해 속의 작은 유럽, 신천지
우리 가족들은 상해 임시정부와 신천지를 지난 5월에 다녀갔는데,
작은집 식구들은 사촌동생의 직장일 때문에 우리 가족보다 이틀이나 일찍 서울로 가는 바람에
작은집 식구들은 이 두 곳은 처음 방문이다.
상해 속의 유럽, 신천지를 돌아다닌다.
우리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는 건물들이 너무 예쁘다면서 신이 나셨다.
나도 전에 이곳에서 사진들을 많이 찍어서 이번에는 사진을 안 찍을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유럽풍의 예쁜 건물들을 사진기에 열심히 담는다.
무엇보다도 입구의 야외탁자가 놓여진 카페들이 무척 맘에 든다.
여유롭고 풍요로운 풍경들
이런 곳에서 커피 한잔 마셔야 하는데....
신천지를 나와 상해 임시정부청사 옆 조그만 식당
Urban Soup Kitchen에 들어가 점심으로 파스타와 샌드위치, 커피를 마신다.
작은 식당에 손님들로 붐벼 맛있는 집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먹고나서 다시 상해 임시정부청사로 가니 그래도 개방시간까지는 많이 남아 있어
청사 옆의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허름한 공동주택, 창 밖으로는 예의 빨래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방에 수도시설이 없어서인지, 1층 밖으로는 공동수도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신천지 옆의 가난한 주택단지
지난 5월의 상해여행 시에는 길거리 위의 빨래사진들을 열심히 찍으면서
이런 모습들이 중국인들의 관습, 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미국의 뉴요커 기자인 에번 오스노스의 "야망의 시대, 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을 읽고
그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작은 방에 낯모르는 사람들이 대여섯명 살다보니,
화장실이나 목욕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빨래를 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빨래들을 창 밖에 매달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거리 위의 빨래들은....
급속한 중국의 경제 성장기에 그 성장속도를 따라가려는 중국 서민들의 안간힘,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아Q가 되지 않으려는 현대 중국 서민들의 몸부림
그러고 보면, 노신의 아Q나 쿵이지는 중국 근대화를 따라가지 못 했던 그 당시 중국인들의 한모습이었다.
아둥바둥 부를 쫓아 살아가는 중국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거리 위에 걸린 빨래 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상의 깃발이 아닌, 삶의 곤궁함을 나타내는 빨래, 빨래이야기
개방시간에 맞춰 한국 여행객들이 청사 주변으로 모여들고, 길게 줄을 서 계신다.
애국자가 많은 한국인들의 모습
우리 가족들은 저번에 임시정부청사 안에 들어가봐서
이번에는 작은집 식구들만 안으로 들어가신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청사 안을 구경하시고 나오신 작은집 식구들을 만나
청사 건너편의 신천지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
ㅓ
현대적이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신천지 백화점
내 동생은 이런 곳에서 아이 쇼핑만 하여도 하루가 금방 지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백화점 지하연결통로를 통해 신천지역으로 간다.
10호선 신천지역에서 예원역으로 간다.
지난 5월 다녀왔던 예원, 명품고가
지난번 상해 여행에서 예원이 제일 좋았었다.
옛가옥과 정자, 정자 앞의 작은 연못들, 주변의 무성한 나무들...
5월 상해여행 셋쨋날, 작은집 식구들이랑 예원 앞까지 갔다가
갑자기 억수같이 장댓비가 쏟아져서 예원 앞에서 돌아섰던 일도 떠올라진다.
지하철에서 올라와 예원 방향으로 걷는다.
길이 눈에 익다.
지난 5월 상해 여행 시에는 노동절 연휴와 겹쳐 어딜가나 사람들로 걷기조차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에 비해 한산한 편이다.
돌아다니기에 적당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적은 것은 아니고... 인구대국 중국
명청시대의 높다란 건물들이 늘어선 예원 앞 상가지대
그 사이의 길을 걷는다.
걷다가 침향각이라는 안내판이 보여 그리로 방향을 튼다.
나는 내가 가고 싶어하는 도교사원인 줄 알았는데,
향을 피워 올리는 조그만 절이다.
대웅보전의 검은 기와와 밖의 거리와는 다른 조용함
절보다는 그런 조용한 분위기가 맘에 든다.
침향각을 나와 상가지대를 지나가는데,
지난번에 선물용으로 샀던 꽃차 가게가 보여
꽃차 한상자(150위안)를 산다.
많은 사람들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예원 앞에 선다.
한쪽에는 Starbucks가 보이고,
연못 위의 구곡교, 중앙에 호심정이라는,
전부터 내가 가고 싶어했던 정자 양식의 찻집도 보인다.
주변 상가의 지붕 위를 쳐다보니, 지붕 위로 새끼 사자들이 뛰노는 모습들이 앙증스럽게 조각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구곡교를 지나 예원 옆길로 해서 예원역으로 간다.
저녁에 식당을 미리 예약해 두어 시간이 없어 예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10호선 예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남경동로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여 루지아주이역에서 내린다.
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정대광장이,
광장 위에는 커다란 원형의 육교가, 육교 뒤로는 상해의 명물, 우뚝 솟은 동방명주가 보인다.
날이 맑아 동방명주가 꼭대기까지 잘 보인다.
중국 자본과 중국 기술만으로 만든 중국인의 자부심, 동방명주
동방명주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고, 원형의 육교를 통해 정대광장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
이 백화점도 신천지 백화점처럼 웅장하고 화려하다.
화려하고 웅장한 정대광장 백화점
엘리베이터에 긴 줄이 서 있어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8층 Ashley로 간다.
이 곳은 지난 5월 달에 한번 온 적이 있다.
넓은 통유리로 황포강과 건너편의 와이탄의 전경이 보이는 식당
특히나 야경이 멋지다는 식당
다섯시에 손님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가족들은 애슐리 앞의 조그만 의자에 앉아 그 시간까지 기다린다.
밥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작은 아버지는 상해 시내가 복잡하고,
사람들이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고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교통 질서를 하나도 지키지 않고
공중 화장실은 담배 냄새 때문에 들어가기도 싫다면서
상해가 부자 도시일 줄은 몰라도
문화시민으로서의 수준은 여전히 바닥이라면서
다시는 상해에, 아니, 중국에 오고싶지 않다고 말씀을 하신다.
깔끔하시고, 꼬장꼬장하신 선비 모습의 작은 아버지
여행 중에 불결한 상해 거리의 모습에 적잖이 화가 나신 것 같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지저분한 중국, 상해
임어당과 허세욱교수님의 책에서 읽었던 부분들이 생각난다.
중국인들은 나와 가족, 촌락, 국가는 의식하고 있는데,
촌락과 국가 사이에 사회가 빠져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사회 속에서 나는 있고, 사회가 없어, 사회의식이 아예 없다는 글
작은 아버지의 불평에 그런 글들이 떠올라진다.
좁은 골목길, 사람들로 꽉찬 곳에서조차 천연덕스럽게 자전거를, 오토바이를 밀고 들어오는 중국인들
사람들이 피할 곳이 없어 길을 막고 있으면 시끄럽고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는 무례한들
오늘날 중국인들의 맨모습이다.
다섯시가 넘고 우리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식당 안은 애슐리와 자연별곡이라는 한국식당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달에는 애슐리 하나이었는데....
이 식당이 야경도 멋지고, 중국 현지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보니,
자연별곡이라는 한국 식당이 한자리를 차지한 것 같다.
다음에 이곳에 오면 애슐리가 밀려나고 자연별곡이라는 식당이 다 차지할 것 같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이다.
한국 여행객들이 상해여행코스에 이 곳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무섭도록 빠른 자본의 이동속도
한국식의 뷔페 음식으로 배불리 먹는다.
저번에는 새우와 해산물로 배를 채웠는데,
이번에는 닭갈비와 닭갈비 볶음밥으로 배를 채운다.
한쪽에는 삼겹살이 구워지고 있고,
김밥, 떡볶이, 잡채 등 한국음식으로 뷔페상이 그득하다.
우리가족들은 한시간 넘게 성찬을 즐기고,
커피와 과일, 요거트로 성찬을 마무리한다.
배불리 먹고, 소화를 시킬 겸, 백화점 아래의 황포강, 황포공원으로 간다.
어둠 속의 황포강으로는 유람선과 커다란 상선들이 쉴새없이 강 따라 지나가고
건너편의 와이탄 일대의 유럽 근대건물들이 야경 아래 웅장한 모습을 보인다.
어느 건물의 시계탑에서 15분 마다 울리는 종소리가
강 건너편의 우리가족들이 있는 곳까지 선명하게 들린다.
웬지 묵직한 저음의, 그러면서도 은은한 종소리
황포 강변을 거닐고 가족사진을 찍은 후에,
정대광장 백화점과 원형의 육교를 지나
2호선 루지아주이역으로 간다.
지하철을 타고 세기대도역으로 간다.
세기대도역을 나와 어젯밤처럼 편의점에서 생수 2통을 사가지고 호텔로 간다.
호텔로 가는 중
내 동생이 사촌 동생에게 지난번에 중국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준다.
어느 시골의 아이가, 산아 제한으로 호적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8살 먹은 아이가 자살을 하였는데,
그 아이의 유서에는 배고파서 힘들었다고, 살면서 오늘처럼 죽는 날만 기다렸다고 씌여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면서 내 마음은 짠해진다.
울컥하고 치밀어오르는 그 무엇
아마 그것은 쌍스러운 욕이었을 것이다.
중국이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배고픈 아이의 배고픔도 해결해주지 못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서양 언론인들의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배를 채운 사람들은 공산당 간부 밖에 없다는" 비아냥도 떠올려지고...
이번에 중국여행을 준비하면서 몇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 미국 뉴요커 기자인 애번 오스노스가 쓴 "야망의 시대, 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이라는 책이 제일 맘에 들었다.
굳이 중국의 오늘날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앞으로 읽고 또 읽을 것이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그곳에서 부를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기자의 눈으로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소설이나 영화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삶의 이야기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 된 점, 중국 여행의 또 다른 수확물이었다.
그 책에 현대 중국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 들어있다.
"중국은 오늘날 자기모순적인 모습으로 분열되어 있다.
세계에서 루이뷔통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고,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를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 동시에
광고판에 <럭셔리>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마르크스, 레닌주의 당이 집권한 나라이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와 가장 가난한 도시간의 기대수명과 소득은
뉴욕과 가나만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또한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두개를 보유하고
미국보다 많은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나라지만,
사람들의 자기표현을 검열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고
최근에는 이러한 투자비용을 다시 두배로 늘린 나라이다.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도시화되고, 번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감옥에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호텔방에 들어가 씻고 어젯밤처럼 여행기를 이어쓴다.
내 앞에서는 작은 아버지가 6.25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6.25 당시 작은 아버지의 나이 네살
인민군의 포로가 되어 어머니, 큰어머니와 함께 가평의 부잣집, 기와집 광에 갇히셨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땅에 떨어진 쌀을 주워 먹었다고...
인천상륙작전이 일어나고 남쪽으로 내려갔던 우리의 국군과 미군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북쪽으로 도망가기에 급급한 인민군들
그 어수선한 틈을 타고 어머니와 큰어머니가 몸으로 광문을 밀어제끼고 도망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
경춘선 철로를 따라 청평집에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
작은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어렸을 때 겪으신 전쟁의 참혹함은
두고두고 잊지 못 하실 것이고
나이를 들수록 더욱 또렷하게 생각나실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그 당시의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싶어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참혹함, 무서움
그에 더해 북한에 대한 미움까지...
그런 것들을 전쟁을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으실 것 같다.
4박5일 중국 상해, 소주 가족여행
지난 5월의 상해여행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가 별탈없이 잘 먹고 잘 돌아다닌 즐거운 여행이었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무엇보다도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에도
우리 가족들의 훌룡한 길잡이이자 중국 문화해설사였던 내 동생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