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젊어서부터 세상에 대한 야망이 크신 분이셨습니다.
또한 그런 야망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셔야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계셨고 그에 대한 노력을 부단히 게을리하지 않으셨습니다.
지방에서 중학교를 마치시고
서울에 홀로 올라오셔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셨고
학교 졸업 후에는 지방의 병원에서 병원 사무장을 오랫동안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야망
그 야망을 이루시기 위해
오랫동안 다니시던 병원일을 그만두시고
이런저런 사업을 벌으셨지만,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제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IMF
근근이 벌여놓았던 사업들은
IMF를 겪으시면서 모두 접으셔야 했습니다.
부도 이후에는 오랫동안 세상 눈을 피해 숨어지내셔야만 했습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버지는 낙담하시지 않으셨고
재기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셨습니다.
대방동 지하 단칸방에서도 책을 읽으셨으며
여러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조건이 않 좋으셔서
나중에는 포기하셔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야망을 접으시면서
아버지의 힘도 조금씩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노년
한 때는 청계천으로 중고 옷을 사시는 재미로 지내셨고
최근에는 철원의 산에 오르시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지난 2월 갑자기 숨을 쉬시는 것이 힘드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폐암 말기이셨습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고 해서
퇴원을 하셔서 집에서 통원치료로 항암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조금만 움직이셔도 힘들어 하셨고
아버지를 간호하시는 어머니도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아들인 저는 그런 아버지를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
마음만 무거웠습니다.
하늘이 제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못난 아들
지난 토요일 16일 아버지는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산소마스크를 쓰시고 계셨고
퇴근 후에 병원에 가시면 아버지는
힘드셔서 하루가 삼년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인 저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산소마스크를 쓰시고 계셨슴에도
주무시기에도 힘들어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삶이란 숨을 쉬는 것이라는 것을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지난 21일 저 세상으로 넘어가셨습니다.
숨을 쉬기에도 힘드셔서 아무 말씀도 남기지 못한 채...
저에게 아버지는 생활의 기둥이셨고 지식의 보고이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데,
저는 아버지에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자세히 대답해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좀 특이하게도
그리스 지중해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
미국을 움직이는 엘리트 집단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고
따라서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셨습니다.
저는 저대로 아버지의 의견들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반발을 하곤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그 만큼 어리석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지금 우리 아버지는 안 계십니다.
저의 아버지는
부도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돌아가시면서 몸도 많이 아프셨겠지만,
마음도 그 일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
다니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집에 말도 없이
집을 나가
육개월 정도 혼자 떠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 동안 전화 한통 드리지 못했습니다.
부산에서 노숙생활을 하였는데,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날도 춥고
돈도 없이
배고파서,
너무 배고파서
육개월만에 처음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때 집에 아버지가 혼자 계셨는데,
육개월만에 집에 찾아온 저를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셨습니다.
그 때 저는 몇일 동안 씻지 못해서
지저분하고
냄새도 많이 났는데...
그 날 아버지가 저를 안아주셨던 그 때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제일 먼저 그리고 오랫동안 떠올라졌습니다.
그래서 많이 울었습니다.
고마운 아버지
마지막으로
하늘나라에서도
이 곳에서의 생활처럼
좋아하시는 음악들 많이 들으시고
사람들에게 큰 소리치시면서
즐겁게 생활하시기를...
마음 속으로 바랍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울면서 아버지가 저에게 얼마나 크신 분이셨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눈물로 쓴
아버지에게 바치는 글이었습니다.
솔직히 이제까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이 말을 마지막으로 바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