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당일치기 아산여행... 나무여행

자작나무1 2016. 6. 7. 07:42

 엄마가 만들어주신 빵

식빵 위에 땅콩버터와 잼을 바르고

그 위에 계란후라이와 치즈를 올린 빵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로 영등포역에 내리고

영등포역에서 익산으로 가는 무궁화호(07:43)에 오른다.

나를 태운 기차는 한시간 조금 넘어 온양온천역에 내린다.

역 광장은 프리마켓 준비로 분주하고...

그 옆의 이충무공 기념각을 찾아간다.

항상 온양온천역에 내리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기념각

성웅 이순신 장군님을 기리는 기념각이다.

길 건너 온양온천역 버스정류장에서 현충사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특히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많이 앉아 계시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겨우 현충사가 종점인 920번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에 올라타고...

지방이라 그런지 버스는 냉방을 하지 않아 버스 안은 아침부터 후덥지근하다.

창문을 열고 창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쐰다.

나를 태운 버스는 버스터미널과 아파트 단지지대를 지나고

곡교천 위의 충무교를 넘어

아산의 유명한 은행나무길 옆길로 해서 현충사로 간다.

창 밖으로 방금 모내기를 마친듯한 논들과

긴 행렬의 은행나무들이 이중으로 이루어진 장성처럼 보인다.

현충사 버스종점에 도착

이른 시간에 날도 궃어서 그런지 주변에는 사람들도, 차들도 보이지 않는다.

한산한 분위기, 조용한 분위기

 

 

 매표소에 가니, 무료 입장이라고 써 있다.

현충사 안으로 들어간다.

아산하면 온양온천과 현충사가 유명한데,

너무 유명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을 모신 성스러운 곳이어서 그랬는지

별로 갈 마음이 없었는데,

이번에 당일치기 아산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래도 아산하면 현충사인데,

현충사를 빼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현충사에 오게 되었다.

현충사 안으로 들어간다.

제일 먼저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인다.

현충사가 이렇게 정원이 이쁜 줄은 미처 몰랐다.

나무에, 정원에 홀딱 마음을 빼앗긴다.

나도 나무를 좋아해서 여러 곳을 찾아다녔는데,

이곳이 이제까지 본 정원 중에 제일 멋있다.

정성스럽게 깔끔하게 다듬어진 정원

정원이 정말 이쁘다.

정원을 둘러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뚱딴지 같이

이순신 장군님이 아니라 박정희 전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라졌다.

현충사를 확대하고 성역화 작업을 벌이셨던 박정희 전대통령

조금의 흐트러짐도 용남하지 않으셨던 박정희 전대통령

더 나아가

위기에 처한 조선을 일본으로부터 구해내신 성웅 이순신 장군님처럼

가난에 빠진 대한민국을 최소한 삼시 세끼는 걱정 없이 먹고 살게 하고싶어 하셨던

그래서 가난의 대한민국을 구한 성웅 박정희 대통령이 되고자 하셨던 박정희 전대통령의 마음

 

 입구에는 충무공 이순신장군 기념관이 웅장하게 세워져있다.

기념관 내의 이런저런 그림들과 전시품들을 보면서

역적의 집안에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으셨던 이순신 장군님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무관으로 관직을 시작하신 이순신 장군님

성웅 이순신 장군님은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시고,

그 다음에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관을 나오면서 "극기"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올라졌다.

 

 

 

 

 

 

 충무문 옆에는 타루비가 세워져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과 함께 왜군에 맞서 싸웠던 병사들이 세운 비라고 한다.

후대에 후손들이 세운 이런저런 비석이나 동상들 보다

당신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병사들이 세워준 비석이라

이순신 장군님 입장에서는 더욱 뜻 깊고 의미 있는 소중한 비석으로 보인다.

타루비

 

 

 충무문을 지나 현충사로 올라가는 길

그 길 옆에는 예의 멋진 소나무들이 일렬로 심어져 있다.

키 큰 소나무들이 길 쪽으로 몸을 휘고 있어서

그런 소나무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현충사를 오르는 기분이 든다.

오르막은 급하지는 않으나 길게 이어져 있고...

한참을 올라 현충사 앞에 이른다.

현충사 안에는 이순신 장군님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우산을 받쳐쓰시고 올라오신 네 분의 아주머니와 함께

현충사 앞에서 묵념을 올린다.

현충사는 그런 곳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님께 예를 올리는 곳

현충사 주위에는 키 큰 대나무들이 빼곡하고

뒤를 돌아보니 현충사 주변과 멀리 은행나무길과 그 너머의 산들이 아득하게 보인다.

 

 

 

 

 현충사를 내려와 옛집을 찾아간다.

이순신 장군님은 서울에서 태어나셨고

아버님이 역적으로 몰려

본가가 있는 아산으로 내려오셨다고 한다.

초가집

초가집 뒷편으로는 깔끔한 장독대가 놓여있다.

집 앞 언덕 위에는 500년 이상된 우람한 은행나무 2그루가 웅장하게 심어져 있다.

현충사에 멋진 나무들이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이 은행나무 두그루가 제일 멋있었다.

이순신 장군님의 어린시절을 함께했다는 은행나무

장군님처럼 늠름하고 당당한 멋진 은행나무이다.

장군 은행나무 2그루

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쉰다.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쉬신다.

 

 장군님 은행나무를 내려와 입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여행을 떠난 날에는 비가 오거나 날이 안 좋았다.

지난 1월 나주, 해남여행 시에는 눈폭탄을 맞아 아쉽게도 여행을 접어야 했고,

지난 4월 공주여행에도 비가 내려서 우산을 받쳐씌고 돌아다녀야만 했다.

내가 춘천에 살 때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춘천에서 서울에 가거나 멀리 어딘가를 갈 때면

아침에 눈이 내리거나 비가 구슬프게 내렸다.

그래서 그 친구의 어머니는

인생이 얼마나 슬프면 길 떠날 때 마다 비가 오느냐고

하소연을 하셨던 일이 먼일처럼 떠올라진다.

 

 

 아름다운 정원이었던 현충사를 나와

그 앞의 은행나무길을 찾아간다.

길 옆 논에는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심어져있다.

예전에 이맘 때 남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나와 함게 산에 다니던 형이

남쪽에는 이미 모내기가 끝났느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무심히 지나쳐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가

형한테 심하게 혼난 적이 있다.

농사를 한번도 안 지어본 처지라서

그런 것까지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형한테 혼난 것 보다도

우리의 농촌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농부님들의 수고를

무심히 지나친 

미처 헤아리지 못한 내가 너무나 미웠다.

 

 

 은행나무길

이 길은 가을에 와야 좋은데,

작년과 재작년 그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는 가을에 집착하지 않고 오게 되었다.

노란 은행잎을 매단 은행나무길도 장관이지만

짙은 녹음의 은행나무길도 보기 좋다.

은행나무길을 보자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도 떠올라지고...

한산한 길을 천천히 걷는다.

은행나무길 옆으로는 곡교천이 흐르고...

기분 좋은 산책길이다.

 

 

 길 중간에서는 벼륙시장이 열리고 있다.

작고 예쁜 수공예품을 파는 곳

무엇보다도 녹색의 은행나무와

빨갛고 노란 원색의 파라솔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은행나무길을 지나고 가까운 식당, 산수갑산에서 갈비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또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면서

곡교천 위의 충무교를 건너

온양민속박물관을 찾아간다.

이 곳은 다른 님들의 블로그를 통해

야외정원도 이쁘고 박물관의 진열품들도 볼만하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

개인이 운영하시는 박물관인데,

내용물들도 다양하고 이것저것 볼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다른 박물관은 벽면에 읽어야 할 글들이 많아

그 글을 읽다보면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그런 글들이 적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7첩 반상

나는 7첩 반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찬이 일곱가지인 줄 알았는데,

밥과 국, 양념을 제하고 반찬이 일곱가지인 상차림이라고 한다.

전시실 안의 7첩 반상은

소박하면서도 결코 빈약하지 않은 상차림으로 보였다.

 

 

 온양민속박물관의 야외정원

현충사처럼 나무들이 많았고

그 아래 석불이나 석등, 연자방아 등 다양한 민속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예쁜 정원의 야외전시장

 

 민속박물관을 나와 그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920번 시내버스를 타고

온양온천 버스정류장으로 온다.

온양온천역 앞 광장에는 프리마켓 행사와 청소년 문화행사로 축제 분위기이고...

나는 나대로 공세리 성당을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 공세리 성당으로 가는 600번 삽교행 시내버스가 온다.

삽교행 시내버스는 내가 좀전에 다녀왔던 온양민속박물관 앞을 지나쳐

충무교를 건너고 은행나무길 반대방향으로 내달린다.

곡교천을 따르던 버스는 갑자기 우회전을 하여

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이런 산골에도 버스가 다닌다는 것이 의아스럽고...

작은 집들과 소 축사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고...

언덕길 위에는 사원아파트까지 갖춘 KCC공장이 나타난다.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와

앞으로 영인산이 올려다보이는 영인면을 지난다.

이곳은 오래 전에 아는 형이랑 영인산에 갈려고 온 적이 있었다.

넓은 저수지를 지나고 왼편으로 파나클랜드를 지나

공세리 성당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공세리 성당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초희님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아산땅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또한 언젠가는, 대중교통이 없다면 택시를 타고서라도 꼭 가야지 맘 먹었던 곳

이번에 당일치기 아산여행을 정하면서 그 첫번째는 공세리 성당 때문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공세리 성당을 찾아간다.

오르막길

앞에 사람들의 모습들이 그저 편안하게 보인다.

느릿느릿하고 여유로운 모습들, 발걸음

공세리 성당은 그런 곳이었다.

 

 

 오래된 나무들로 둘러쌓인 공세리 성당

주변에 200년, 300년 된 나무들이 많아 남도의 숲처럼 느껴진다.

엉뚱한 나는 나대로

남도의 노거수들이 세곡선을 타고 이곳까지 왔나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곳은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세금으로 걷은 쌀을 저장하는 곳이었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임금님이

이곳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이런 숲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름다운 숲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세워진 아름다운 성당, 공세리 성당

주변의 나무들하고도 잘 어울린다.

저번에 순천의 선암사에 갔을 때

절 주위에 나무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숲 안에, 나무 주위에 절이 앉혀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도 아름다운 숲 안에 성당에 세워져 있다.

숲 속 성당

아름다운 숲 속의 아름다운 성당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정말 잘 왔다는 뿌듯함과 함께...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 간격이 넓어 자칫하면 서울로 가는 기차시간을 놓칠까봐...

작은 새들의 울부짖음으로 시끄러웠던

인주파출소 버스정류장에서 온양온천역으로 가는 600번 시내버스를 탄다.

한참을 달려 온양온천역 버스정류장에 당도하고...

갑자기 배가 고파져 시장 안의 롯데리아에 들어가

불고기 버거와 밀크 셰이크를 사 먹고.... 

축제로 복잡한 온양온천역 앞 광장을 지나쳐

2층의 역으로 올라간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부지런히 승강장으로 가

용산역으로 가는 누리로호(17:26)에 올라탄다.

 

 

 당일치기 아산여행

아산,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이고, 자주 가봤던 곳이라

이번 여행은 그렇게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생각 외로 볼거리가 특히 멋진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뜻 밖의, 그 만큼 고마운 여행이었다.

현충사의 아름다운 정원

은행나무길

온양민속박물관 앞의 야외정원

아름다운 숲속의 아름다운 성당, 공세리 성당

한마디로 당일치기 아산여행은

작년 5월의 2박3일 고창여행에 이어

나에게 두번째 나무여행이었다.

행복한 나무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