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부여여행... 백제이야기
오늘은 오래간만에 아는 형이랑 함께 부여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형은 그동한 회삿일과 임플란트 치료 때문에 한동안 함께하지 못했었다.
이른 아침 신도림역에서 형을 만난다.
지하철로 교대역으로, 남부터미널역으로 가서
서초동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표를 끊고 얼마간 기다리다가 승차장에서 부여로 가는 고속버스에 오른다.
출발
형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버스 안에서 할 이야기가 많다.
형은 그 동안 회사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 해주고,
형에게 불리하게 일어났던 일들을
보고서를 잘 씀으로써 전화위복이 되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이야기 해준다.
회사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비애감과 함께...
하긴 남의 돈 받아 먹는 것이 쉬울 수는 없겠지...
힘들게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형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들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잘 이겨나갈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산을 오르셨던 경험과 함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를 태운 고속버스는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로 신나게 달리고
천안에서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 대신 공주로 가는 1번 국도로 달린다.
지난번에 공주에 갔을 때에도 이 길로 갔는데...
아마도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가 많이 막히어서 우횟길로 가는 것 같다.
공주를 지난 버스는 강변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고...
강폭이 넓은 금강, 백마강
공주와 부여가 백제의 땅이었을 때에는
이 강을 통해 서해에서 많은 배들이 오르고 내렸을 것 같다.
무역국가, 백제의 모습
강변 둔치에는 드넓은 꽃밭이 펼쳐져 있다.
남자이면서도 꽃을 좋아하는 형
와하는 탄성과 함께 창 밖을 내다보신다.
2시간 20분을 달려 부여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을 나와 주변사람들에게 물어 서동공원을 찾아간다.
나는 부여에 세번 정도 온 것 같은데, 통 지리를 모르겠다.
서동공원을 찾아가는 길
중간에 부여가 고향이신 신동엽 시인의 생갓집 이정표가 보이고
로타리 중앙에는 계백 장군님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5천의 결사대를 이끌고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과
목숨 걸고 싸우러 가신 장군님
이순신 장군님이 한 도시를 지키시는 곳은
서울, 부산, 통영, 여수, 목포 등등
여러 곳을 보았는데,
계백 장군님이 지키시는 모습은 부여가 처음이다.
특별함
백제의 고도, 부여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안쪽 길로 들어서고
소나무 가로수에 개복숭아 나무가 자라는 길을 따라
서동공원으로 간다.
부여에 몇번 왔슴에도 서동공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꽃과 능수버들이 아름다운 곳
명성에 걸맞게 드넓은 연밭에 연꽃이 많이 피어있다.
연꽃축제는 다다음주이고
연꽃의 절정은 다음주가 아닐까 싶다.
세미원의 연꽃보다 연대가 더 긴 것 같다.
무성한 잎에 고운 색의 연꽃들
여름의 꽃 연꽃
나처럼 서동공원이 처음인 형도 좋아하신다.
부여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연꽃이 장관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연꽃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서동공원을 돌아다닌다.
돌아다니다가 건너편으로 궁남지가 보여 그리로 간다.
넓은 호수
호숫가의 머리를 쓸어내린 능수버들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항상 다른 님들의 블로그에서 궁남지의 사진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궁남지에 가야지 맘 먹었던 적이 많았다.
넓은 연못
긴 다리가 이어지고 그 끝에 단정한 정자가 보인다.
시원스러운 풍경
남원의 광한루보다 호수가 넓어서 그런지 시원스레 보이고,
내년에는 남원의 광한루에도 가봐야지 맘 먹는다.
궁남지에서 남원의 광한루를 생각한다.
긴다리 위로 걸어가시는 사람들이 이뻐 보인다.
가운데 정자는 포룡정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자에 앉아 계신다.
다시 다리를 건너와 아이스께끼를 파시는 아주머니에게 아이스께끼를 사
나무 밑 의자에 앉아 먹는다.
서동공원
백제시대 서동과 선화공주님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신분과 국적을 초월한 사랑이야기
"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가서
서동 도련님을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
서동과 선화공주님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당시에는 백제나 신라, 고구려 사이의 차이가
지금처럼 크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책에서는 말도 그렇고 풍습도 달라
세나라가 한민족이라는 의식은 없었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이웃나라라는 어떤 친근성 그런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꽃과 능수버들이 아름다운 서동공원을 나와
이정표를 따라 정림사지 석탑을 보러간다.
백제의 대표적인 석탑
내 눈이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에 눈이 익어서 그런지
정림사지 석탑은 좀 실망스럽다.
아름다운 백제문화에서 정림사지 석탑은 이름값을 못한다는 생각
그럼에도 백제시대 석탑이라는 상징성에 눌려
정림사지 석탑을 보러간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정림사지 한켠에는 보리수 나무에 보리수가 빨갛게 달려있다.
시골출신인 그래서 나무과일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형이
쪼르르 보리수 나무로 달려가 보리수를 따 드신다.
나는 이번에 처음 보리수를 따 먹었는데,
시큼 달콤하다.
그래도 맛 있어서 여러개 따 먹는다.
먹고나서 처음 보리수 열매를 먹었다고 하니까
형은 촌놈 딱 한마디를 하신다.
솔직히 촌놈이면서도 내가 촌놈인 줄 잊고 지내는 때가 많다.
정림사지를 나와 부소산성 방향으로 걷다가
점심시간이라 중간의 청주본가라는 식당에서
왕갈비탕을 먹는다.
내가 특별히 갈비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지난 당일치기 아산여행에서도 갈비탕을 먹었는데,
이번에도 갈비탕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나서 부소산성으로 가다가
부소산성 건너편에 작은 카페가 보여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작은 카페,
카페 안에 작은 수공예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작은 공방에 와 있는 느낌이다.
손님도 없던 카페를 나와
도로를 건너 부소산성으로 간다.
부소산성은 오래 전에 형과 함게 온 적이 있다.
그리고 부소산성 하면 제일 먼저 편안한 산책길이 떠올라졌다.
입구의 부소산문(사비문)을 지나고...
초입의 삼충사에 들어간다.
백제 멸망시 충신 세 분을 기리는 곳
성충, 흥수. 계백
나라가 망할 때 옳은 사람들은 다 산속으로 떠나고
간신들만 남아 나라를 망치는 경우는 흔한 일인데,
백제는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할 말을 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러 나갔던 장군들이 있었다는 것은
후세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역사적인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삼충사는 아산의 현충사와 분위기가 비슷하였다.
다만, 사람들이 현충사처럼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삼충사를 나와
숲 속의 영일루와 군창지를 지나
반월루에 오른다.
반월루에서는 부여시내가 잘 보인다.
오른편으로 백마강이 흘려가고...
형은 시내에 높은 빌딩은 없어 보인다고 말씀을 하신다.
부여 시내가 한눈에 보여 한참을 쳐다본다.
사진기에도 담고...
반월루를 내려와 고란사 방향으로 걷는다.
양편으로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막아주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형은 지난번에 혼자서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셨던 일을 이야기해준다.
전날밤 야간버스로 새벽에 백무동에 도착하고
새벽 세시 삼십분에 혼자 지리산을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참을 올라가는데, 머리에 찬 헤드랜턴이 갑자기 불이 꺼져
밧데리가 다 되어서
어둠 속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한참을 길가에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
어디에선가 곰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무서운 마음에 꿇어 앉아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고...
얼마 후에 랜턴빛에 의지해 오르시는 등산객을 만나
그 분 뒤를 따라 산에 오를 수 있었다고...
정상인 천왕봉에 도착
갑자기 날이 훤해지면서
그곳에서 운해를 보았다는 말씀
운해라는 말에 나는 아직 한번도 운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니까
형은 그래서 한평생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배우면서 살아야한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말씀
부소산성의 편안한 산책길에서 견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조그만 터
그곳에서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웬 횡재
기쁜 마음에 앞 의자에 앉아 오카리나 연주를 듣는다.
한두사람의 오카리나 연주는 들어보았는데,
열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오카리나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관이다.
여러 곡들 중에 "베사메무쵸"가 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숲속 작은 음악회, 특별한 체험
작은 음악회를 뒤로하고 고란사로 향한다.
큰길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옆에 백화정과 낙화암의 이정표가 보여 그리로 간다.
큰 바위 위에 백화정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가 낙화암이다.
낙화암과 삼천궁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는 백제 왕실의 타락상을 강조하기 위해
삼천궁녀 이야기를 만들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백제 왕실에 충성을 다하는 삼천궁녀의 이야기로도 들린다.
형은 형대로 그 시대 백제 인구를 감안하면
턱도 없는 이야기라고 말씀을 하신다.
낙화암에서 바라보는 백마강
주변에 인위적인 건물들이 적어 그저 편안한 강으로, 풍경으로 비친다.
고즈넉한 강변풍경
그 뒤로 연이어진 작은 산들의 능선들
맑은 날씨에 바람도 적당하게 불어온다.
여행하기 좋은 날
한참을 낙화암에서 사진도 찍고 강변 풍경도 즐긴다.
백화정과 낙화암을 돌아나와 고란사로 내려간다.
가파른 돌계단이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고란초와 고란약수로 유명한 고란사
주변의 큰 나무 아래의 고란사라 더욱 고즈넉해 보인다.
앞의 시원한 강변풍경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시원하다.
대웅전 뒷편의 고란정으로 가서
기다란 바가지를 이용해 약수를 마신다.
그런데 약수가 생각보다 시원하지가 않다.
맛도 예전보다 못한 것 같다.
고란사를 나와 그 아래 고란사 선착장으로 가
구드레 선착장으로 가는 배편을 끊는다.
사람들이 찰 때까지 기다리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배에 오른다.
배를 타고 구드레 선착장으로 간다.
배 위에서 절벽 위의 낙화암을 바라본다.
지금은 절벽 아래가 강이지만,
백제 시대에는 절벽 아래가 백사장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뜬금없이 떠오른다.
또 말없이 흐르는 강이 한번 성이 나면
가차없이 모든 것들을 쓸어내리듯이
역사라는 것도 평상시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한번 성이라면 모든 것들을 쓸어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준엄한 심판
또한 그 심판이 공명정대한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든다.
배 위에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진다.
역사의 강, 백마강에서...
구드레 선착장에 도착
구드레 선착장을 올라와
구드레 조각공원 방향으로 걷다보니, 내 마음에 쏙 드는 카페가 보여
형한테 저곳에 가서 커피 한잔 더 마시고 가자고 말을 한다.
형은 항상 O.K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
외벽에 나무와 사진기를 들고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안으로 들어가자 ㄷ자 형태의 카페에
그 안의 마당에는 오래된 단풍나무가 서 있고
그 주위의 탁자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앉아
음료수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말 오후의 조금은 헐거운 시간들...
카페가 너무 맘에 든다.
부여에서 예쁜 카페를 발견한 나는 나대로 신이 나서
카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카페사진을 찍는다.
두고두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카페
"Ha:poom"
카페 이름도 재미있다.
넉넉한 분위기의 카페 "Hapoom"을 나와 구드레 조각공원 옆을 지나간다.
이곳은 유달리 갈비집이 많아 보인다.
전에 형과 함께 부여에 왔을 때에는 이곳 구드레 쌈밥집에서 쌈밥을 먹었었다.
그런데 형은 그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신다.
부소산성 입구에서 다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부여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여행이 일찍 끝나서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부여 시외버스터미널 도착
서울로 가는 표를 끊고 화장실에 갔다오니까
형이 뜬금없이 오늘이 6.25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오늘은 즐겁게 돌아다니느라고 오늘이 6.25라는 것도 잊고 있었다.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인데,
놀다보면 그런 것들을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6.25를 잊은 채 다녀온 당일치기 부여여행
날도 맑고 바람도 많이 불어주고
볼거리도 많았던
즐거웠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