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경주여행... 첫쨋날
오늘은 1박2일 경주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에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
부리나케 씻고 밥 먹고 집을 나온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고...
기차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라탄다.
출발(07:45)
흐린 하늘 아래 서울 시내를 빠져나간다.
철도 옆으로 노란 달맞이꽃이 무심하게 피어있다.
오송을 지나고 대전을 지나고...
서울역부터 앞에 비치되어 있는 KTX 매거진을 읽는다.
전보다 내용이 알차져서 그런지 한참을 읽는다.
예전에는 대전역에 도착하기 전에 다 읽었는데,
이번에는 대구역이 가까워져서야 다 읽게된다.
요즘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시 이야기와
시집만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히 읽는다.
신촌역 앞에서 시집 전문 서점이 생겼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번 찾아가보고 싶다.
기형도 시인과 마지막 시집 "흙 속의 검은 잎"에 대한 소개도 재미있게 읽는다.
대구역을 지나 신경주역에 도착
서울역에서 두시간 조금 넘어 도착했다.
당일치기 경주여행도 가능하다는 이야기
그런데 KTX 요금이 비싸 그건 아닐 것 같다.
역 앞으로 나오니, 여름 햇살이 따갑다.
습도가 낮은 대신 그 만큼 뜨거울 것 같은 예감
역 건너편의 선도산이 가파르기는 해도 낮아보여
한번쯤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 검색을 해보니, 선도산은 높이가 390m이다.
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70번 동천행 시내버스를 타고
경주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지난 11월에 경주에 왔을 때
경주 고속, 시외버스 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시외버스 터미널 방향을 반대편으로 알아
시내쪽으로 가다가 시외버스 터미널을 못 찾아
택시를 타고 남산 입구의 삼릉에 갔었던 어이 없었던 일이 떠올라진다.
한번의 실수
이번에는 실수없이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아간다.
터미널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서 양남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운전기사님이 11시 10분에 버스가 온다고 해서
서천 옆의 벚나무 아래 그늘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날이 더워도 나무 그늘 아래는 시원하다.
가끔 뒷편에서 바람도 불어오고...
한참을 기다려 많은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양남으로 가는 150번 좌석버스에 오른다.
고속버스 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
금방 만차를 이룬다.
학교 다닐 때 수학 여행지 경주가
많은 젊은 사람들한테 여전히 인기가 있구나 싶은 마음도 들고...
예전에 순천역에서 순천만 가는 버스 안에서도 배낭을 맨 젊은이들이 많아
서서 갔던 일도 떠올라진다.
중앙시장 앞 버스정류장에서는 시장을 다녀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르르 올라타신다.
젊은 사람들은 앉아가고, 어르신들은 서서 가시고...
그런 분위기가 불편하였는지 눈치 빠른 학생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앙보하고...
그런 모습들이 훈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모습들...
착한 학생들...
감포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는 편인데,
양남으로 가는 버스는 그리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
아마 50분 마다 버스가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버스는 항상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셨지만...
젊은 사람들은 보문관광단지 입구에서 대부분 내리고...
나이 드신 분들은 앉아서 추령을 넘어가신다.
가을 고개, 추령
추령을 지나 한참을 달리자
예전에 보지 못했던 크나큰 건물이 나타난다.
무슨 콘도인가 했더니,
콘도가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경주로 이전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옮긴 곳의 마을이름은 원마을이다.
원마을을 지나면서 도로 옆으로 푸르른 논들이 펼쳐진다.
가지런한 논들이 너무나 이쁘게 보인다.
푸르른 빛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빛이 너무나 고와 보인다.
농부님들의 수고와 자연의 순환이 함께 어울려 이룬 푸른 정원
몇년 전에 울산의 간절곶을 가면서
중간의 온양읍을 지나면서 산 밑의 작은 논들이 떠올라진다.
대종천을 따라 동해바다 쪽으로 간다.
대종천
몽고침략 시 몽고인들이 황룡사 9층 목탑을 불태우고,
황룡사의 동종을 대종천으로 옮겨가려다가
욕심이 지나쳤는지
동종이 하천에 빠졌다는 전설이 깃든 대종천
탑마을, 감은사지 버스정류장에 도착
푸른 논 위로 감은사지 석탑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감은사지 석탑
이 석탑을 보기위해 1박2일 경주여행을 떠난 것이다.
내 마음 속의 석탑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대학원생이 저 석탑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석탑
오래간만에 내가 좋아하는 석탑을 보게 되어서 기쁘다.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감은사지 석탑으로 간다.
석탑 입구의 식당에서 무엇인가를 사 먹을 생각이었는데,
식당은 없고 가게 두개만 있다.
매점을 겸한 감은사지 자료실에서 냉커피를 사 마신다.
자료실 앞 나무그늘에서 냉커피를 마신다.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들이 불어오고...
시원함에 빠져 한참을 앉아 냉커피를 마시고...
냉커피를 다 마시고 감은사지 석탑을 보러 간다..
빈들판 위의 감은사지 3층 석탑 2기
크기가 커서 더욱 멋있다.
작고 앙증맞은 탑이 아니라
크고 우뚝하고 묵직한 감은사지 3층 석탑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다.
아들인 신문왕이 돌아가신 아버지인 문무왕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세운 사찰 감은사
보은 사찰
죽은 문무왕은 동쪽의 왜구로부터 통일신라를 보호하기 위해
용이 되었다는 이야기
통일을 이룬 통일신라에게도 왜구는 골칫거리였나 보다.
왜구
왜구는 일본에서 가까운 동해나 남해 바닷가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서해의 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쳐들어와 약탈을 일삼았다고 한다.
감은사지 석탑 앞에서 그 당시의 왜구를 떠올린다.
가까우면서도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이웃나라
또 하나
나에게 경주는 아름다운 석탑이 많은 도시이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 분황사지 모전석탑, 남산 용장사지 삼층석탑 등등...
감은사지를 나와 바닷가의 이견대를 찾아가던 중 배가 너무 고파
바닷가 횟집으로 들어가 매운탕을 시켜 먹는다.
사장님께서 혼자라고 남은 생선뼈로 매운탕을 해 드리겠다며
만원만 내라고 한다.
매운탕에 밥을 말어 꽁치구이와 함께 먹는다.
고마우신 사장님(해암회식당)
맛있는 매운탕을 먹고 횟집을 나와
다시 이견대를 찾아간다.
중간에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 - 고유섭" 비석을 보고
다시 도로를 올라 이견대로 간다.
문무왕의 주검을 화장 후에 유해를 바다에 뿌리고(산해처)
문무대왕의 수증릉이 보이는 곳에 세운 정자, 이견대
지금은 그런 뜻과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정자에 누워 쉬고 계신다.
언덕 위, 바닷가 앞으로 바람이 시원하다.
날이 흐려 바다 전망은 그저 그렇고...
문무대왕릉을 보기 위해 다시 도로로 나와
도로를 따라 봉길 해수욕장으로 간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갈매기들이 많이 앉아있고
강변을 따라 조사님들이 세월을 낚고 계신다.
날이 흐려 봉길해수욕장에는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저 건너편으로 문무대왕릉이 보인다.
문무대왕릉 가까운 곳에서 문무대왕릉을 사진 찍는다.
나는 감은사지 석탑 때문에 봉길 해수욕장에 자주 왔었다.
10여년 전 이야기
그 당시에도 해수욕장에는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았었다.
지금처럼 횟집도 없었고...
2002년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아마 월드컵 열기가 뜨거울 때
봉길 해수욕장에 왔었는데,
그 때에도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구에서 오셨다고 말씀을 하셔서
의아아했는데,
누군가가 대구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가 이곳이여서
이곳에 많이 오신다고 말씀하셨던 일이 떠올라진다.
문무대왕릉과 봉길 해수욕장
이 곳은 기가 센 곳이라 무속인들이 많이 찾아오신다.
그 날 밤 바닷가 옆의 민박집에서 잠을 잤는데,
어느 무속인이 혼자 오셔서 바닷가에서 징과 장고를 밤새도록 쳐서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었던 기억들
그 당시 윤 대녕님의 소설들을 많이 읽고 있었는데,
그 윤 대녕님의 소설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민박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생각난다.
아들이 쓰던 방이라고 해서 값도 싸게 내 주셨고,
아침에 일어나니,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해서
아주머니와 아저씨와 함께 아침을 얻어 먹었던 일
내가 경주역으로 간다고 하니,
아저씨도 경주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시다면서
아저씨의 트럭으로 손수 태워주셨던 일
지난 일들이
고마웠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진다.
해수욕장을 나와 경주시내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로 올라선다.
버스정류장을 찾아 도로길을 걷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럴수가...
잽싸게 가까운 카페, Isaac toast & coffee로 들어가 커피를 마신다.
비가 쉬이 그칠 것 같지 않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카페에 앉아 있는다.
여행 중 만난 비
비에 갇힌 여행자
카페에 앉아 배낭에 있던
견우한의원 마포본점 원장님이 쓰신 "나는 '어깨통증'없이 산다"를 읽는다.
이 책은 작년에 푸른하늘(여행)님이 주관하시는 모임에서
원장님이 직접 그 때 모임에 참석했던 모든 분들에게 나누어 주셨던 책이다.
진작에 읽어야 하는데, 다른 책들에 밀려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어깨통증에 관한 한의학적 이야기를 쉽게 씌셔서 읽기 편하다.
가끔 전문용어에 생소한 이야기라 어려울 때도 없지 않지만...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자세를 바르게 하고
나도 모르게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하게 만드는 책
"서양의학은 검진기계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만을 전부로 보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그러나 사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서양의학이 언제부터 보이는 것만을 인정했던가?
서양의학도 한의학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에서 출발했으나
발전과정 중 기계와 과학적 설비의 도음을 받으면서
차차 자연의학으로부터 독립해 나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중에 한의학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개별이 아닌 기성에 발전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양방은 체질에 관계없이 투여가 가능한
보편적인 진통제, 소염제, 스테로이드, 항생제와 같은
치료위주로 발전한 반면,
한방은 그 본연의 성질을 잃지 않고,
넘치는 것은 빼고 부족한 것은 채우는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자연을 추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한 것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신 이 부분이 맘에 들었다.
창 밖으로는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지나가는 한 때의 소나기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다.
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내기를 펼친다.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이 신경이 씌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더 시켜 마신다.
결국 내가 내기에서 이긴다.
비가 그치고...
카페를 나와 봉길리 버스승강장으로 가
경주시내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주변에 나처럼 버스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으셔
그리 지루하지 않는다.
버스는 금방 온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150번 시내버스
나를 태운 버스는 한국 수력원자력 본사를 지나
추령을 오르기 시작하고...
곡선의 터널을 지나면서 또 다시 무지막지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버스에 앉아계신 아저씨들은 비가 시원스레 내린다고 좋아들하신다.
비가 엄청 쏟아져서 옆의 보문호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아까 비 때문에 카페에서 냉커피를 두잔이나 시켜 먹으면서 갇혀 지냈는데,
또 비가 이렇게 쏟아지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
다행히 비는 경주시내로 들어서면서 차츰 약해지고...
종점인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이슬비로 바뀌었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 앉아 막바지 비를 피하고...
그 사이 홍천에 계신 어머니와 집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하고...
비가 거의 그친 것 같아 나와
여관골목 근처의 식당, 진성식당 착한부페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다.
원래는 작년에 갔었던 삼겹살집에서 삼겹살을 먹을려고 했는데,
점심을 늦게 먹어 배가 고프지 않아
가격이 쌀 것 같은 식당에 들어가 간단히 저녁 한끼를 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