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산책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하다가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치즈를 얹어먹고
집을 나온다.
신도림역에서 종로3가역으로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경복궁역으로 간다.
경복궁역 버스정류장에서 1020번 정릉행 시내버스를 타고 부암동으로 간다.
서촌 입구 도로변에는 커다란 화분 위에 무궁화꽃을 매단 무궁화 나무가 있고,
오른편으로 삼각뿔 모양의 북악산이 삐죽이 서 있다.
자하문 고개를 넘으면서
고향이 개성군 개풍이며
6.25 당시 자하문 아래 동네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셨다는
소설가 박완서님을 떠올린다.
또한 박완서님의 소설 "엄마의 말뚝"을 떠올린다.
자하문 아랫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신 박완서님의 자전소설
부암동 주민자치센터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이정표에 전통문화원 무계원이라는 새로 생긴 듯한 이정표가 보여
호기심에 이정표를 따라 무계원으로 간다.
부암동 주민자치센터 옆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새로 지은 한옥인 듯한 무계원이 나온다.
무계원
건물에도 그들 나름의 사주팔자가 있다고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와 맞물려 사연이 깊은 한옥.
대원군 아래 궁인이었던 내시가 처음 이 집을 샀고,
양아들에게 물려주었는데, 방탕했던 양아들은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고,
그 사람이 서울에서 유명한 요정을 열었다고 한다.
서울의 3대 요정 중 하나
7.4 남북공동성명과 관련한 중요한 장소
한 때는 호텔업자가 이곳에 호텔을 세우려고 했으나,
동네사람들의 반발로 호텔 대신 무계원이라는
전통문화체험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무계원의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무계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해설사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은 없다.
다만, 해설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옥은 우리 선조님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집이며,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운 무계원 해설사님
무계원을 나와
부암동 주민자체센터 앞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저 멀리 언덕 위에 한옥 한채가 보인다.
석파정
처음 부암동 산책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석파정이었는데,
석파정이 미술관 안에 있어서
미술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만 볼 수 있다고 해서
석파정은 입장료 만원이 아까워 가지 않기로 했다.
언덕 위의 석파정을 보면서 만원이 아까워 석파정에 가지 않았던 내가
조금은 속 좁게 느껴진다.
속 좁은 나
또 하나
석파정 이야기
자신의 아들을 임금으로 만든 대원군은
석파정이라는 집이 탐이 났는데,
임금인 고종을 데리고 와
이 집에서 하룻밤 묵는다.
그 당시의 법도에 따르면
왕이 민가에서 하룻밤을 자면
그 집은 개인의 집에서 왕실의 소유로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석파정은 대원군의 손으로 들어왔다.
욕심 많은 대원군
그런데 부암동 산책을 준비하면서
다시금 석파정 이야기를 되새기니,
대원군의 욕심이 다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원군에 오른 이하응은
양반들의 지지가 아닌 양반들의 반발을 억누르면서
자신의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양반들과의 전면전에 앞서
기선 제압 차원에서 민가를 빼앗은 것은 아니었을까...
대원군은 그렇게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을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아침에 버스에서 내렸던 부암동 주민자치센터 버스정류장을 지나
골목길을 통해 박노해님의 사진전이 열리는 라 카페 갤러리로 간다.
11시에 문을 여는 라 카페 갤러리
내가 30분 일찍 가서 카페는 조용하다.
아침시간에 산 밑이라 조용한 카페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이 먼저 사진전을 관람하라고 해서
텅빈 사진 전시실에 들어가 사진을 구경한다.
이번 사진전은 인도네시아 사진전
"칼데라의 바람"
커다란 사진
그 주변에 작은 설명문이 붙여있어
사진들을 이해하기가 더 편하다.
비탈진 밭
가지런히 놓여진 감자
허리를 구부리고 감자를 심는 사람들
박노해님의 사진들은 이렇게
세계 각국의
척박하고 거친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노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있다.
자신의 생존조건을 탓하기에 앞서
그런 어려운 환경에 순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삶의 성자처럼 보인다.
저번 전시에서는 사막에서 열심히 올리브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쓰나미를 막기 위해 바까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다.
그 어린 나무가 쓰나미를 막을 수나 있을까 그런 걱정에 앞서
그럼에도 열심히 바다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성스럽고 거룩하게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서 절망하기보다는
그럼에도 꿋꿋이 미래의 삶의 희망의 싹을 키워 올리는 사람들
사진을 보면서 나도 바다 위의 바까오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
바다 위의 숲을 이루기를...
그래서 무서운 쓰나미가 이곳에는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간절한 마음
배움과 감동이 큰 박노해님의 사진전을 나온다.
라 카페 갤러리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곳은 산 밑이라 밖도 시원하다.
부암동
북악산과 인왕산, 북한산 사이에 있는 동네
그래서 그늘이 많고 나무들이 많은 동네
골목길을 오른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산모퉁이 카페를 지나 백사실 계곡을 찾아간다.
날이 맑아 건너편의 북한산이 훤히 잘 보인다.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 보현봉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잘 보인다.
이정표를 쫓아 백사실 계곡에 들어선다.
입구의 커다란 소나무들
길이 넓어 숲이 편안하게 보인다.
인적이 드문 숲
조용한 숲
밤나무에는 조그만 밤이 오밀조밀 매달려 있다.
계곡에는 몇분의 어르신들이 쉬고 계신다,
그런데 요즘 여름 가뭄이라 계곡에는 그리 물이 많지 않다.
계곡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고...
계곡 옆에는 현통사라는 조그만 절이 나온다.
절 앞 계곡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한분과 함께
계곡 탐방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과 계곡이 어울리는 여름풍경
절 안으로 들어간다.
대웅전에서는 스님 한분이 목탁을 두드리면서 염불을 읊조리고 계신다.
조그만 마당이 염불소리와 목탁소리로 가득찬다.
절을 나와
좁은 골목길을 내려와
개천을 건너
부암동 주택가로 들어선다.
주택가를 지나가는데, 부암동 김밥이라는
작은 카페처럼 예쁜 식당이 보여
안에 들어가
점심으로 김밥을 먹는다.
특별히 맛있는 김밥이라기보다는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밥처럼 수수한 맛이다.
그래서 그런지 김밥을 찾는 이 동네 사람들이 많으시다.
어떤 아주머니는 봉천동에서 일부러 김밥을 사러 오셨다고 한다.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홍제천을 건너고 세검정을 지나쳐
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석파정 별당을 찾아간다.
이 집은 오래전에 아는 형과 한번 들렀던 집이다.
석파정 별당
안내문에 따르면 대원군은 이곳에서 책을 읽고 난을 치셨다고 씌여있다.
다시 대원군 이야기
조선후기, 격동의 시기의 대원군
한 때는 날아가는 새들도 떨어뜨렸던 세도가
그럼에도 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권력의 부침이 심했던 대원군
권력에 대한 야심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대원군
책을 읽으면서도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독서가 독서가 아니었을 것이고
추사의 제자라는 명성 아래
난을 그리고 그 그림들을 한양의 상인들과 중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려고 했던 대원군의 입장에서는
그림도 선비로서의 여유, 한가함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풍운아, 대원군
전에 갔을 때에는 정원이 예뻤던 한옥이었는데,
지금은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별당에 들어가기에도,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기에도
웬지 조심스러웠다.
석파정 별당을 나와 입구의 상명대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부암동 산책
조선후기 대원군과 세계평화운동가이며 시인이신 박노해님을 만나는
조금은 특별한 산책길이었다.
둘 사이에는 손톱 만큼의 관련도 없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