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경주여행... 첫쨋날... 남산 고위봉 산행기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씻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빵을 먹고
물과 함께 빵 하나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지하1층의 Angel in us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담배 두개를 피우고...
승강장으로 내려가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라탄다.
출발(08:10)
창가 자리가 아니라
창 밖 대신 KTX 매거진을 읽고
집에서 가져온 의정부에서 김연종 내과의원을 하시는
김연종님의 "닥터 K를 위한 변주"를 읽는다.
가끔 창 밖으로 단풍이 내려앉은 산들을 바라보고...
산 정상에서부터 파스텔톤으로 번져가는 단풍빛, 가을빛
경주여행을 준비하면서
지진여파로 경주로 갈까, 진주나 순천으로 갈까 많이 망설였다.
솔직히 지진 걱정으로 경주 대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몇일 전에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으로 가면서
가로수 옆에 매달린 현수막
한나랑당이 내걸은 현수막
"경주로 놀러 오세요"라는 현수막을 보고
경주로 가기로 최종 결심을 하였다.
추석 이전 발생한 경주 지진
큰지진 이후에 한달 가까이 4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하였다.
보통 큰 지진 이후에는 몇차례의 작은 지진이 여파로 발생한다는
기존의 지진에 대한 상식을 뒤엎은 경주 지진
한달 가까이 발생한 지진에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SNS에 불안한 마음들을 올렸는데,
정부에서는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고 윽박지르던 일
국민을 사랑하지도, 무서워하지도 않은 최고 권력자의 민낯
경주로 가면서 지난번의 경주지진이 떠올라졌다.
신경주역에 도착
역 안이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소리로 가득차다.
역 안에서 누군가가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계신다.
"Nella Fantasia"
내가 좋아하는 곡
나의 경주여행을 환영해주는 것 같다.
신경주역 버스승차장에서 51번 용강주공행 시내버스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고...
그곳에서 11번 불국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화랑교육원 삼거리 버스승강장에서 내린다.
원래 통일전 버스승강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내 마음이 너무 급해서 한정거장 일찍 내렸다.
경북산림연구원 앞길로 해서
화랑교육원을 지나고
통일전으로 간다.
나무가 울창한 경북산림연구원은
많은 나무들에, 새들도 많이 보였고
새소리도 많이 들렸다.
도로 건너편으로는 누런 황금논이 펼쳐지고...
이번 가을에는 경주에서 황금논을 본다.
경주의 숨은 매력 중의 하나
경주 시내에서도 논들을 볼 수 있다는 점
나에게 경주는 넓은 논들이 많은 도시이다.(하나)
산 밑의 통일전에는 단풍이 한창이다.
통일전을 지나 조그만 가게, 님산휴게소에서 사이다를 사
그 앞 탁자에서 집에서 가지고 온 빵과 함께 먹는다.
먹고나서 가게 앞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마신다.
길 따라 가니, 서출지가 나온다.
둥그런 연못과 시들어가고 있는 연꽃밭
연못 가장자리에는 낡은 한옥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여름, 연꽃이 한창일 때 찾아왔으면 좋았을 서출지
서출지를 지나 조금 가니 조그만 절 무량사가 나온다.
길 옆의 사찰 무량사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사진을 찍는다.
절 뒤에는 둥근 바위가 켜켜이 쌓여있고,
그 위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화순 운주사에서 보았던 석탑이 떠올라졌다.
화순 운주사의 다양한 시도들이 이곳에 이어져 있다는 느낌, 생각
낡아가는 전각들과 마당 안의 석탑 1기, 석등 1기
마당 한켠에는 개가 위엄을 갖추고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혼자 와서 무얼 그리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니...
무량사를 나와 한참을 길 따라 지나가니,
이번에는 염불사지 삼층석탑이 나타난다.
절 앞의 두기의 석탑
석탑이 크고 멋있다.
감은사지 석탑에 견출만한 석탑
이곳에서 멋진 석탑을 보게되어 기쁜 나
나에게 경주는 멋진 석탑들이 많은 도시이다.(둘)
시간은 어느새 한시가 지나가고 있고...
칠불암 이정표를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산 초입의 사과과수원
나무에 빽빽이 달린 사과들...
널찍한 길을 따라 부지런히 산으로 들어간다.
남산
경주하면 남산이다.
지난 가을에는 경주에 와서 제일 먼저 남산 금오봉에 오른 적이 있다.
이번에는 남산 고위봉에 오를 것이다.
남산, 금오봉, 고위봉
계곡을 수차례 건너면서 산으로 올라가고...
산을 오르면서 지난번에 올랐던 산들을
하나하나 숫자를 세면서 헤아려본다.
그러고 보면 올해는 산에 한번도 오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올해 들어 처음 산에 오르는 것이다.
한참 게을려진 나
게을려진 나를 토닥이면서 산길을 오른다.
그나마 길이 가파르지 않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오른다.
스님 한분이 앞의 돌계단길을 쓸고 계시는 대한당에 도착
스님은 이 건물이 템플스테이에 사용하는 건물이라고 말씀을 해주신다.
입구에서 이곳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왔다.
대한당 툇마루에 앉아 한참을 쉰다.
겉옷은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물을 찾아 물도 마신다.
산 속에 앉아있는 기분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아 한참을 앉아 있는다.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이 나를 지나쳐 산으로 오르시고...
한참을 쉰 후에 또 다시 계단길을 오른다.
양편을 둥그렇게 감싼 대나무 터널
멋지다.
나에게 경주는 대나무가 잘 자라는 곳이다.(셋)
여수 오동도의 대나무숲이 떠올라진다.
그 아래의 돌계단길을 오르니, 칠불암이 나온다.
산 중턱의 암자
그래도 절 마당은 넓다.
마당 옆에는 마애불상군이 있다.
대웅전 앞의 자판기에서 무료커피를 뽑아마시고...
자판기 앞 나무의자에 앉아
신도님들과 여스님의 나누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된다.
일상적인 이야기들
그럼에도 그 이야기에는 따뜻함이 묻어있다.
산 속 착한 사람들이 나누는 착한 이야기들...
스님의 건강과 이렇게 자주 찾아와 주셔서 고맙다는 스님의 말씀
그들 사이에는 따뜻한 정이 넘쳐 흐르는 것 같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마음도 절로 따뜻해진다.
커피를 마시고 암자 뒷편의 길을 따른다.
바윗길이 이어지고...
경주 전망이 보이는데, 날이 흐려 영 신통치 못하다.
바위길과 계단길을 오르니,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이정표가 보여
이정표를 따라 마애보살반가상을 보러간다.
커다란 바위 위에 그려진 마애보살반가상
마애보살반가상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당나라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통일신라시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삼국을 통일했다는 자부심에 이어
이 나라를 불국토로 만들려고 온 국민이 힘을 합친다.
불국토, 불국사를 만들고
남산에 많은 불상과 마애불, 절과 암자로 불국토를 만들고,
다시 대구 팔공산으로, 서울 북한산으로 달려들고...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기죽지 않고
팔만구암자로 금강산 전체를 불국토로 만들려는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의 염원
불교의 힘,
불교의 나라, 통일신라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의 극성스러움
바위 위에 새겨진 예술작품, 마애보살반가상을 보고
좁은 길을 따라 능선 위로 올라가고...
능선길을 따라 고위봉으로 간다.
능선길이라 길이 편하다.
마음도 따라 편해지고...
길 옆의 소나무숲
삼거리에서 고위봉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려간 만큼 올라가야할텐데...
내림길이 그치고 한동안 평지길을 걷다보니,
긴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저 위가 고위봉일 것 같다.
마지막 힘을 내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고...
고위봉 494m에 도착
주변이 나무에 둘러쌓여 전망은 없다.
그나마 나무에 쌓여있어 포근한 느낌이다.
중간의 바위 위에 앉아 사과를 꺼내 먹는다.
오늘은 주말인데, 산 정상에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한두사람 정도...
다른 곳으로 다들 단풍구경을 가셨는지...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의 남산 고위봉
고위봉에서 용장마을로 내려간다.
바위 위의 작은 모래알들
길이 미끄러워 조심히 내려간다.
더구나 바닥이 젖어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간간이 계단길이 이어지고...
바위 위에서는 아래 마을이 코 앞으로 내려다보인다.
오른편에는 지난 가을에 갔었던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보일 것 같은데,
날이 뿌옇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앞의 이무기 능선
경주의 강산님이 자주 소개해 주셨던 길
나는 나대로 이무기 능선이 바위가 많아 힘들 것 같아
그 옆의 능선길을 타고 내려왔는데,
이 길이 더 안좋은 것 같다.
조심조심 내려가고...
한참을 내려가도 바윗길과 계단길이 길게 이어지고...
열반재를 지나자 좁은 계단길이 밑으로 쭉 이어져있다.
이 길은 길이 나빠서 그런지
오르는 사람도, 나처럼 내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적막하고 그래서 조금은 무서웠던 길
좁은 계단길을 한참 내려가자 관음사가 나온다.
절에는 사람이 없고 이 절도 적막하다.
조용한 절
큰 바위 앞의 대웅전
무엇보다도 절 앞의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 가을 경주 여행 시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에서 이런 감들을 본 적이 있다.
만추의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감나무와 감나무에 매달린 무수히 많은 감
관음사 이후에는 시멘트길이다.
길 따라 이번에도 한참을 내려간다.
담배는 피우고 싶고,
그럼에도 길은 쉬이 그치지 않는다.
시멘트길 앞으로 누런 논이 보이기 시작하고...
산을 다 내려왔다는 안도감
길 따라 내려오니, 지난 가을 금오봉에서 내려왔던 길과 만난다.
가게 앞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용장마을로 내려간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개천
개천 옆으로는 검은 기와의 집들과 그 건너
종탑이 세워진 교회가 보인다.
용장마을 주차장
주차장 안쪽의 찻집 "Coffee 금오신화"에 가서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지난번에 남산 금오봉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냉커피를 마셨었다.
두번째 방문
앞의 테라스에 앉아 냉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운다.
산행 후 가지는 느긋함
커피를 다마시고 앞의 배양골 버스승강장에서
경주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시내버스는 쉬이 들어오지 않고...
좀전의 냉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금방 추워진다.
저번에도 그랬다.
금오신화에서 냉커피를 마시고
이 버스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추워서 장갑을 꺼내 끼었던 일
이번에도 갑자기 배낭 속의 장갑을 꺼내고 싶어진다.
배낭 안에 장갑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
사람의 감각 중에서 촉각이
당시에는 그리 큰 인상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기억은 시각이나 후각보다 더 오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무의식적인 기억들
기다리던 500번 터미널행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버스에 올라탄다.
나를 태운 버스는 지난번에 다녀왔던
삼릉과 포석정, 오릉을 지나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고...
터미널 뒷편의 초량 참숯불구이식당에서
삼겹살에 밥 두그릇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저녁을 먹고 여관골목 안으로 들어가
오늘 하루 잘 여관을 찾는다.
그 사이 흐린 하늘 아래로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