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제주도 여행... 첫쨋날(6. 4)
새벽 4시
알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오늘은 제주도 여행을 가는 날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시간이 7시이라 꼭두새벽부터 서두른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그래서 항상 가고 싶은 섬이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번거러움이 있어
제주에는 그리 많이 가보지 못했다.
부산, 광주, 대구 등은 나하고 아무 연고가 없슴에도
수시로 들락날락하는데, 제주는 그렇지 못하다.
씻고, 커피 한잔 마시고...
새벽 5시에 아파트 앞에 미리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간다.
새벽이라 한산한 거리풍경
김포공항에 도착
t'way 항공사 앞에서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오고있을 성주를 기다린다.
여행 이야기에 앞서 성주 이야기
성주는 중학교 1,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이어서
나하고 오롯이 그 당시를 함께했던 친구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한동안 붙어다녔는데,
내가 갑자기 서울로 이사를 가고,
성주는 성주대로 대학 졸업 후에
군대를 가고, 서울에 취직을 하면서
서로간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다.
작년에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해 여름에 춘천에서 고등학교 동창회장 일을 하고 있는
영구를 통해 성주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고,
25년이 넘어 서로 연락이 되었다.
너무나도 반가웠던 친구, 성주
그래서 작년에는 한달에 한번씩
춘천으로 성주를 만나러 다녔었다.
이번 제주여행도 우리 어머니가 제주에 가고 샆다고 하셔서
성주가 비행기와 렌터카, 콘도를 미리 예약해 놓았다.
얼마 후 성주가 오고...
비행기표를 발부받아 탑승장 안으로 들어간다.
아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의자에서 집에서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또 한참을 기다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간다.
t'way TW 701편(07:00)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들
구름, 바다, 섬, 강들
날이 맑아 멀리까지 잘 보이고 장면장면이 한폭의 그림이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기분 좋은 비행
한시간의 비행
제주공항에 도착
야자수와 소철이 자라는 제주공항
멀리 한라산 정상도 잘 보인다.
제주는 한라산이고, 한라산은 제주이다.
봉고를 타고 렌터카 업체에 가서 미리 예약한 렌터카를 빌리고,
제주도 동부방향으로 달린다.
지난 1월 달에 다녀왔던 관덕정과 동문시장을 지나쳐
용두암 주차장으로 간다.
갑자기 배가 고파져 주차장 옆 캐나다 삼촌집에서 해물전복라면을 시킨다.
일반 라면에 전복 2개, 8천원
이건 정말 아니다.
달랑 전복 2개 들어갔다고 해서 배로 받는 것은 상도가 아니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의 말씀
된장찌개에 해산물이 들어갔다고 1만5천원씩 받는 것은
제주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라는 말씀
식당을 나와 용두암으로 간다.
용두암은 지난 1월 제주가족여행 넷쨋날
작은집 식구들이랑 다녀온 곳인데,
그 날 바람이 엄청 심해 제대로 용두암을 보지 못했고,
그 옆의 용연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러 다시 찾아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기영님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서
소설의 배경으로 용두암과 용연이 나와
다시금 찾아가고픈 곳이었다.
바다 위에 검은 머리를 내민 용두암
소설 속 어린 주인공이 용두암에 올라타
바다 위로, 더 큰 세상으로 나갈려고 했던... 야망
많은 사람들이 용두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계신다.
검은 돌들, 오늘 따라 유난히 잔잔한 바다, 제주의 바다
용두암을 나와 용연을 찾아간다.
길거리의 무심한 듯 피어난 꽃들
도로 옆에는 산담을 두른 제주의 묘도 한 기 보인다.
일상으로 내려온 주검
그 주검조차도 편안하게 보인다.
제주에서의 삶과 죽음
출렁다리를 건너 용연, 정자로 간다.
"용연은 양안에 병풍처럼 세워진 기암절벽들과 파란 물빛이 어우러져서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래서 왕조 시대에 역대 제주 목사들이
뱃놀이를 즐기러 일쑤 찾던 곳이었다. 서편 절벽에 글씨로 음각된
홍종우의 이름 석자가 생각난다. 김옥균을 암살한 대가로
미천한 신분에서 일약 제주 목사로 껑충 뛰어오른 자객 홍종우,
그가 얼마나 공명심에 불탔으면 석공을 절벽의 허공에다 매달아놓고
제 이름을 파게했을까. 용연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그 신비로운 푸른 물 속에
용이 산다는 전설이 있었다. 동편 절벽 위, 늙은 팽나무 신목들이 얼크러진,
음습한 그늘 속에 자리잡은 당집은 그 용을 섬겨 제사 지내는 곳이었다.
가뭄이 심하면, 거기에서 기우제를 올려, 시끄러운 풍물소리로
깊은 물 속에 잠들어 있는 용을 깨워낸다고 했다.
용은 비와 구름을 몰고 다니는 영물이었던 것이다."
현기영님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중에서 p.266~267
검은 돌 아래의 맑은 물
현기영님의 소설에서 이 많은 물들은 밀물 때 들어온 물이 아니라
땅 속에서 솟구쳐 오른 용천수라고 한다.
예전보다 물이 흐려져서 작가가 실망했던 용연의 물
정자 옆 노점에서 커피를 사 나무 그늘 아래의 의자에서 마시고,
용두암 주차장으로 올라간다.
주차장을 나와 동부 일주도로 방면으로 달린다.
오른쪽으로는 한라산이, 왼쪽으로는 마을 뒤로 제주바다가 멀리 보인다.
새로 짓는 아파트 공사현장들
도로 옆으로 예쁜 카페들도 많이 보인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바다가, 바다 빛깔이 예뻐 차를 멈춘다.
구좌읍 김녕리 해변
오래 전에 중학교 행정실 식구들이랑 제주도에 왔을 때
한눈에 반한 바다이기도 하다.
에머랄드빛 바다풍경
긴 방조대 끝에는 사각정자 2개
바위 위에는 검은 돌탑들이 어지러이 쌓여있다.
오늘따라 잔물결도 일지 않는 잔잔한 바다
그 바다 모습에 내 마음도, 우리 어머니 마음도
한없이 편안해지고, 너그러워진다.
바닥에 노란꽃을 피운 민들레와 민들레 꽃씨
다시 차를 타고 성산방향으로 달린다.
도로를 달리다가 예쁜카페가 많은 종달리를 지나
그 옆동네 행원리 작은 카페 "깡"에 들어간다.
콘테이너를 이용한 작은 카페
작은 카페 안을 책과 사진,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창 밖으로는 예쁜 바다가 보이는...
카페 내부를 사진 찍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수제 쿠키를 먹는다.
수제 쿠키가 달지 않고 맛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카페와 카페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 맘 먹는다.
다시 카페를 나와 성산방향으로 달린다.
오늘은 동부 일주도로 드라이브
운전을 하는 성주는 힘이 들겠지만,
나와 우리 어머니는 그저 편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어머니는 많은 여행 중에서
오늘 여행이 제일 맘 편하시다고 몇번씩 말씀을 하신다.
그런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내 마음도
한편으로 흐뭇해지고 편안해진다.
어머니와의 제주 여행
편안한 드라이브
왼편으로 멋진 모습의 성산 일출봉이 보이고,
성산읍을 지나 표선으로 들어선다.
바닷물이 어딘가로 도망을 가 바닥의 모래가
드러난, 둥근 호 형태의 표선해수욕장
그 옆에는 표선민속촌도 보인다.
서귀포로 진입하여 서귀포 월드컵 축구장 옆의 E마트에 들어간다.
E마트에서 제주 흑돼지 전지와 채소, 고추장, 소주와 사이다를 사고...
E마트에서 장을 보고나서 우리가 이틀 동안 머물 중문의 한국콘도로 간다.
콘도에서...
나는 꼭두새벽부터 부산을 떠느라고 피곤하여 한 숨 잘려고 했는데,
어머니와 성주가 저녁준비를 하여
나 혼자 누워 있는 것은 경우가 아닌 것 같아
나도 일어나 어머니의 일을 돕는다.
성주가 항상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은 눈치가 빨라 어디를 가든 혼나는 경우가 없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고...
오늘도 눈치없이 잘 수가 없어서 일어나
반찬을 꺼내고 돼지불고기를 데우면서
음식을 만들면서 나온 그릇들을 설겆이 한다.
눈치껏
성주는 어릴적부터 친구이기는 하지만
바른 소리를 잘해 나한테는 그리 만만한 친구가 아니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
제주 흑돼지 고추장 불고기
어머니와 성주는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보통 때보다 많이 드신다.
나는 나대로 소주를 반주삼아 저녁을 먹는다.
성찬
식사 후, 봉지 커피를 타 마시고, 누워서 TV를 보다가
9시가 넘어 모두들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