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부산여행... 둘쨋날(6.25)
아침에 일어나 TV를 켠다.
KBS 영상앨범 산
오늘의 산행지는 히말라야 카조리 북벽
네팔을 거쳐 북벽을 등정한다.
고산에서의 비박
눈과 눈보라로 결국 산행 등정에는 실패한다.
보통 TV에서는 등정 성공기를 보여 주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는 대원들
영상앨범 산을 보고나서
MBCMUSIC GOODMORNING에서 뮤직비디오를 본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나갈 준비를 서두른다.
씻고 배낭을 챙겨 모텔을 나온다.
모텔 앞 김밥천국에서 베이컨마늘 김치볶음밥을 먹는다.
카페 같이 꾸며진 김밥천국
예전에는 카페이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식당을 나와 서면 지하상가를 통해
부산시민공원을 찾아간다.
전에 한번 부산시민공원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미군부대 캠프 하야리아를 시민의 공원으로 꾸민 곳
넓은 부지에 많은 나무들과 시설물들
공원 주위로 보이는 얕으막한 산들
그 때 너무 좋아서 다시 한번 찾아가는 것이다.
지하상가를 나와 부전역을 지나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부산시민공원을 찾아간다.
부산시민공원
휴일 아침의 부산시민공원
부지런한 사람들이 산책과 운동을 즐기시고 계신다.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온 젊은 여성분들도 보이고...
겨울 연못, 연못 안의 부부송을 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길 중간중간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이런저런 건물들이 나타난다.
미군들이 사용하던 건물들을 공방으로 꾸며놓았다.
공방 앞에는 망루 위에 미군 병사의 모형이
그 옆에 미군 부대차와 박스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 공원의 역사를 가늠하게 해주는 모형들
한쪽으로는 공사중인 건물이 있고
양쪽의 화단과 키 큰 소나무를 보면서 걷는다.
아침 산책길
지저분한 개울물 옆의 붉은 접시꽃
돌계단을 건너고...
호수 그 옆의 정자
모래 사장에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파라솔이 펼쳐져 있다.
바닷가 느낌
부산시민공원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공원, 부산시민공원
이른 아침 몇몇의 아이들이 모래 사장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있다.
그늘 아래에서는 어른들이 쉬고 계시고...
앞으로 플라타너스 나무숲이 보여 그리로 간다.
부산시민공원에서 이 곳과 숲 속 북카페가 제일 좋다.
기억의 숲
작은 숲이지만 나무들이 많아 숲같이 느껴진다.
촘촘하게 자라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의 그늘
그런 모습들이 참 편안하게 보인다.
지친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숲, 숲의 고마움
일본 정원, 블라디보스톡 정원을 지나고...
내 마음 속의 카페, 숲 속 북카페로 간다.
공원에서 약간은 외진 곳에 위치한 카페
북카페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잘 왔다.
손님들이 없어 한산한 카페
카페 내부를 사진 찍고
커다란 창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여행 중 느끼는 여유로움
이런 시간들이 있어 자꾸 길을 나서는가 보다.
카페 직원분에게 내가 갈려는 송상현 광장에 대해 알아보고...
공원 앞 버스정류장, 화인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서
33번 만덕동행 시내버스를 타고
송상현 광장으로 간다.
부산에서 송상현 선생님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는 광장
부산에 여러번 왔슴에도 내가 송상현 선생님을 지나쳤다는 생각에 오게 되었다.
부산에서 송상현님의 위치가 떠올라진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을 목숨 바쳐 지키신 선비
공원이 아닌 광장
내 눈에는 광장보다는 송상현님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으로 보인다.
앞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중간의 넓은 풀밭
군더더기 없는 광장
너무 깔끔해서 일본의 어느 공원처럼 느껴진다.
광장 위쪽의 충렬공송상현선생상이 세워져 있다.
충렬공 송상현 선생님 이야기
1592년(선조25년) 일본군이 70여쳑의 배를 이끌고 부산에 상륙합니다.
일본군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동래부사 송상현에게 최후의 통첩을 보내게 됩니다.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빌려달라
라는 목판을 세우고 돌아가게 됩니다.
이를 본 송상현은
"싸우다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
라고 답하면서 병사들과 성 안 백성들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동래성은 반나절만에 함락되고 송상현은 순절하였습니다.
이것이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시작입니다.
위의 글은 네이버 Learning ENG with 상민에서 무단으로 가져왔습니다.
광장을 나와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이바구 마을을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린다.
86번 충무동행 시내버스
나를 태운 버스는 서면로타리를 지나고 범일동을 지나
산복도로를 오른다.
오래간만에 산복도로를 달린다.
부산은 산과 바다 사이의 좁은 공간에 이루어진 도시라
집들이 산 위로, 위로 올라가고 있다.
그런 곳의 사람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산복도로
다른 도시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집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는 시내버스
골목길을 오를수록 산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넓게 보인다.
옹기종기
마을 사람들이 사이좋게 살아갈 것 같은 마을
부산의 진짜 모습은 해운대 해수욕장이나 광안대교가 아니라
이런 산 위로 올라선 집들과 골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민주공원의 거대한 시설물이 보이고...
아래로는 부산시내와 부산 앞바다가 잘 보인다.
이바구길 안내판이 보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초량6동 시내버스 정류장
도로 건너 골목길 앞에 까꼬막 카페 이정표가 보인다.
골목길 아래로 들어서고...
카페 옆 까꼬막 전망대에서 시내를 내려다본다.
도시와 바다가 함께하는 부산의 모습들
높은 곳이라 시원한 바닷바람도 불어온다.
언덕 위에 닥지닥지 붙은 집들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아둥바둥 살아가는 일
힘들면 주변사람들과 힘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일
살아가는 일에 힘겨움, 고달픔이 절로 느껴진다.
눈물을 머금고 살아가야 할 일...
까꼬막 전망대에서 옆길로 올라오니까
유치환 우체통이 나온다.
빨간 느린 우체통과 유치환님의 동상,
그 옆의 유치환님의 행복이라는 시비
행복 - 유치환
(시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中 - 1976년作)
-사랑 하는 것은
사랑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홍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어쩌면 한 망울 연연한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내가 고등학생 때 여자친구와 펜팔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연예인이 꿈이었던 친구
그 친구가 좋아했던 시이다.
그리고 청마 유치환님은 좋은 시를 많이 쓰셨다.
바위, 울릉도, 생명의 서 등등
나중에 유치환님의 시집을 사 읽어봐야겠다.
예전부터 읽고 싶어했던 시집
유치환 우체통을 나와
도로를 따라 걷는다.
민주공원이 더 가까이 보이고...
산 아래 도로도 보인다.
데크길로 이루어진 길을 걷다가
골목을 따라 아래로 내려선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식당이 보이지 않고...
아래로 내려선 도로길에는 식당이 있는데,
일요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위로 장기려 기념관도 보이는데,
배도 고프고 힘들어서 가기를 포기한다.
다음에는 장기려 기념관에 가보고 싶다.
부산에서 빼놓은 수 없는 의사님
부산의 슈바이처
한참을 걸어내려가 부산 고등학교 앞을 지나쳐
초량 불백집에서 불백 정식을 먹는다.
이 곳은 불백이 유명한지 불백 식당이 나란히 서 있고,
식당 앞에서 긴 줄을 선 채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후라이팬 위의 구운 양념불고기
채소와 밑반찬들
밑반찬으로 꼴뚜기가 나와
오래간만에 맛있게 먹는다.
점심, 성찬
식당을 나와 그 아래 카페 "coffee An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중국 상해에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카톡이 온다.
카톡
너무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서둘러 집으로 가라고...
내일을 위해 집에 가서 조금이라도 쉬라고...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는 내 동생
리모콘 엄마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알겠다고 카톡을 보내고...
부산역으로 가서 6시에 출발하는 열차표를
3시 20분에 떠나는 기차표로 바꾸고...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역 앞에서 냉커피에 담배 두대를 피운다.
짧은 1박2일 부산여행
외할머니, 어머니의 죽음
그에 따른 충격, 괴로움
그런 것들을 잊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여행 내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는
그런 여행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길을 걷는 아이들이
유독 눈에 잘 띄던 여행길
어쩌면 여행 내내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그런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어젯밤 내 동생의 꿈에 나타난 어머니의 모습처럼
곱고 붉은 색의 옷을 입으시고
여기에서처럼 하늘나라에서도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시기를...
또한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뿐만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사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은 따뜻해진다.
어머니, 아버지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