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당일치기 춘천여행... 내 마음 속의 섬, 남이섬(7. 1)

자작나무1 2017. 7. 15. 12:18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 위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어젯밤 공덕동에서 용선이를 만나

술과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정 가까이에 집에 들아오고...

그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난다.

오늘은 춘천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날

약속시간이 저녁이라

오전 시간대에 남이섬에 다녀와야지 맘 먹었었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남이섬에 가보고 싶어졌다.

가고 싶은 곳은 꼭 가는 나

아침 일찍 일어나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고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 용산역, 상봉역, 가평역

지하철을 타고 떠난 여행

틈틈이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을 읽는다.

일본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나

솔직히 도래인이라는 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본문화는, 일본문화가 따로 있기는 있는지...

그런 것도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반일 감정이라는 틀에 갇혀

가까운 이웃, 일본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들

나의 지적 게으름을 연신 탓하게 된다.

가평역을 나와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33-5번 군내버스를 타고

남이섬으로 간다.

하늘 위로 제비들

반가운 제비들

남이섬 선착장 입구의 마을에는

많은 제비들이 살고 있다.

반가운 제비, 제비 소리

표를 끊고 배를 타러 간다.

단체 중국인 여행객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배 안에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선가 단체버스를 타고 오신 여행객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남이섬으로 소풍을 가는 기분

강을 건너 남이섬에 도착

입구의 눈사람 모형

한여름에도 눈사람이 있는 남이섬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남이섬으로 들어간다.

 

 

 

 

 

 

 

 남이 장군묘 

남이섬의 이름을 낳은 남이 장군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다하게 하고

    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리

    사나이 스무살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리요"

 

 젊은날의 기개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시

대장부다운 시도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나 보다.

글도 칼처럼 무서울 수 있다는 이야기

죽음을 부른 젊은 날의 시

춘천에는 남이 장군과 신숭겸 장군님의 묘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남이장군의 묘는 화성 비봉에,

신숭경 장군님의 묘는 대구에 또 있다.

춘천의 어르신들은 춘천에 있는 묘가

진짜 묘일거라고 말씀들을 하셨다.

남이 장군묘를 나와

길을 따라 섬 안으로 들어간다.

나무 위에 하얀 풍선이 걸린 길

색다른 길

남이섬에는 이렇게 볼거리, 사진 찍을 것들이 많다.

길 옆 연못에는 여름의 꽃, 수련이 피어있고...

주변에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지난달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겪었던 슬픔들, 아픔들

그 슬픔들을 여과없이 거치면서

내가 가보고 싶어했던 곳은

숲이었다.

그런데 산은 너무 덥고 힘들 것 같고

그래서 나 나름대로 정한 곳이

부산의 시민공원과 남이섬이었다.

길과 풀밭, 나무들, 나무로 지어진 건물들

나무로 이루어진 남이섬

몇년전 여름에는 아는 형이랑 찾아 왔었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 찾아왔다.

슬픔을 겪으면서 물론 주위의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얻었지만,

그럼에도 나무들에게서, 숲에게서

어떤 위안을 얻고 싶었다.

무심한 듯 서있는 나무들

작은 바람에도 잎을 뒤척이는 나무들

여름을 맞아 진한 녹색을 띠는 나무색

그런 것들이 보고 싶어졌다.

 

 

 

 

 

 상가 지역

식당 앞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식사를 하는 많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모습조차 착하게 보인다.

남이섬 풍경들

어느 카페 뒷편의 구름 쉼터에서 담배를 피는데,

머리 위에서 커다란 새의 소리가 갑자기 들린다.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보니,

커다란 공작이 나무 위에서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내가 건방지게 자신이 쉬고 있는 공간으로 들어와

담배를 피워서 기분이 나빴나 보다.

한성질하는 공작

둥근 원형의 공연장에서 노래소리가 들려 노래를 들으러 간다.

무대에서 몇 분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시고 계신다.

오후 공연을 위한 리허설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듣고 계신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공연

노래가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남이섬

남이섬의 매력은 넘치고 또 넘친다.

유명한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오늘은 이 길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길을 지나간다.

사진을 찍어 중국에 있는 내 동생에게 카톡으로도 보낸다.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강변길을 따라 왼쪽길로 돈다.

입구의 시인의 집

단독으로 이루어진 펜션이 보인다.

우리 가족들...

우리 가족들도 나름대로 작은집 식구들이랑 여행을 많이 다녔었는데,

이런 곳에는 와보지 못했었다.

또 나 혼자 미친듯이 돌아다녀서 가족들이랑 함께하는 시간들이

적었다는 때 늦은 후회들

 

 "나무들이 조용히 있으려고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효도를 할려고 하나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

 

 단순히 동양적인 효사상을 강조한 교훈적인 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이 글이 얼마나 가슴 아픈 글인지 알겠다.

눈물이 날 정도로 내 마음을 때리는 아픈 글

뭐가 그리 급해 일찍 저 세상으로 가셨는지... 모르겠다.

불효자에게 남는 것은 뒤늦은 후회와 자책뿐이다.

 

 산다는 일은 얼마나 슬퍼야만 흘러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길 앞으로 조그만 자작나무숲이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숲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안쪽의 호텔 정관루

호텔 정원이 맘에 들어 정원을 돌아다닌다.

호수 위의 오리들

주변의 정원들이 호텔답게 잘 꾸며져 있다.

호텔 옆 길바닥에 누런 흙탕물이 고여있고,

그 물에 참새 두마리가 목욕을 즐기고 있다.

귀여운 모습

그러면서 웬지 안쓰럽기도 하다.

안쪽의 노란 새

그 노란 새는 여름새 꾀꼬리가 아닐까 싶다.

나무도 많고, 새도 많은 남이섬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가 옛날 도시락을 시켜 먹는다.

전에 3월달에는 북촌에서 치즈 도시락을 사 먹었는데...

옛날 도시락,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적었다.

두 개를 먹어야만 양이 찰 것 같다.

다음에 또 오면 이곳에서 도시락 두 개를 시켜 먹어야지...

식당 앞 야외테이블에서는

동남아에서 오신 젊은 여성분들이

젓가락으로 도시락을 드시고 계신다.

이야기에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시느라고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나무 아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숲 속에서 마시는 기분

기분 좋음

숲 속 카페

가만히 앉아 지나가시는 분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남이섬에서의 편안한 시간들

커피를 마시고 카페 뒷편 숲으로 간다.

내가 남이섬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남이섬 입구에서 오른편 강변을 따라 이루어진 숲

이 숲에는 인공 시설물도 적고 사람들도 드문 곳이다.

조용하고 길 위로 청설모가 돌아다니는 곳

넓은 풀밭

풀밭 뒤로 높다란 나무들이 나무성을 이루고 있다.

 

 

 

 

 

 

 

 

 

 

 

 천천히 길을 걷고

남이섬 입구에 도착한다.

공연장에서는 에콰도르에서 오신 분들

Vientos Andinos의

악기 연주와 노래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흥겨운 남미풍 노래

안데스의 바람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그 분들의 공연 모습을 내 사진기에 담고

옆에 판매대에서 그들의 노래CD를 산다.

배를 타고 남이섬을 건넌다.

남이섬에서의 행복한 시간들

올 가을에 다시 한번 오고싶다.

내 마음 속의 섬, 남이섬

내 마음 속의 숲, 남이섬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