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영주여행... 내 마음 속의 절, 부석사
"부석사의 절정인 무량수전은 그 건축의 아름다움보다도 무량수전이 내
려다보고 있는 경관이 장관이다. 바로 이 장쾌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기
에 무량수전을 여기에 건립한 것이며 앞마당 끝에 안양루를 세운 것도 이
경관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안양루에 오르면 발 아래로는 부석사 당우들
이 낮게 내려앉아 마치도 저마다 독경을 하고 있는 듯한 자세인데, 저 멀
리 산은 멀어지면서 태백산에서 연봉들이 남쪽으로 치달리는 산세가 일망무
제로 펼쳐진다. 이 웅대한 스케일, 태백산맥 전체가 무량수전의 앞마당인
것처럼 끌어안은 것이다. 이것은 현세에서 감지할 수 있는 극락의 장엄인
지도 모른다. 9품 계단의 정연한 질서를 관통하여 오른 때문일까 , 안양루
의 전망은 홀연히 심신 모두가 해방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지루한 장마
끝의 햇살인들 이처럼 밝고 맑을 수 있겠는가."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 - 산을 강을 넘지 못하고" 중에서 p.84 ~ 85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난다.
일어나기 바쁘게 씻고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한다.
파리바케트의 모닝빵
집을 나와 신도림역으로 간다.
아침 6시
주말 이른 새벽에도 신도림역에는 사람들이 많다.
2호선에서 올라오시는 많은 사람들
주말 새벽에도 바쁜 신도림역
서울사람들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간다.
시간이 많이 남아 밖에 나와 캔커피에 담배 두대를 피운다.
오늘은 날이 무척 맑다.
멀리 도봉산이 선명하게 잘 보인다.
부석사에서도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은근 이번 여행이 기대가 된다.
백두대간 연봉들이 멋지게 보일 부석사에서의 전망
영주로 가는 ITX 새마을호를 타고 영주로 간다(07시50분)
출발
기차에서 KTX MAGAZINE을 읽고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부치고 부족했던 잠을 청한다.
중간중간 잠에 빠져 영주로 간다.
원주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오르고...
창 밖으로 높다란 치악산이 보인다.
치악산의 도시, 원주
단양을 지나고 터널을 통해 경북 영주 풍기로 간다.
희방사역에 정차했다가 풍기역으로 간다.
소백산 아랫자락에는 사과나무 단지이다.
붉은 사과가 매달려 있다.
소백산 사과
풍기역에서 내려 소백산을 쳐다보니,
연화봉의 천문대가 가깝게 잘 보인다.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27번 부석사행 좌석버스를 탄다.
버스 안에서...
튼실한 산줄기의 연봉, 소백산이 보이고,
도로 옆으로는 사과밭, 복숭아밭이 보인다.
또한 영주의 만만치 않았을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적들이 보인다.
거기에 오래되고 멋진 나무들
볼 것 많은 영주
버스 종점인 부석사 주차장에서 내리고
건너편 부석사 식당에 가서
간고등어 정식을 먹는다.
항상 부석사에 오면 들르는 식당
지지난달에도 윤반장과 부석사에 오면서
이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많은 밑반찬과 간고등어, 제육볶음
고등어가 크고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뽑아 식당 앞에서
담배 두대와 함게 커피를 마신다.
식당을 나와 부석사로 간다.
부석사 가는 길
부석사는 내 마음 속의 절이고
그래서 자주 왔던 곳이다.
항상 마음 속에 남아있는 절
오래 전에는 친구들이랑 경주의 친구집에 갔다가
춘천으로 오는 길에
내가 부석사에 들렀다가자고 해서
운전하던 승열이가
절보다는 새로 설치한 네비게이션을 시험삼아 들렀던 곳
절에 올라 절보다는 절 앞의 전망에 흠뻑 빠졌던 친구들
내려오는 길에는 도로변에서 사과를 샀던 기억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부석사로 올라간다.
은행나무의 환대를 받는 오름길
노란 은행잎이 없어도 괜찮다.
왼편의 당간지주
계단길
계단길을 오르면서 어떤 할머니께서 힘들어 하셔서
오른편에 편한 길이 있다고 가르쳐 준다.
계단길 옆의 높다란 축대
돌로 쌓아 올린 축대
묵직한 아름다운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돌계단, 돌축대
통일신라시대의 절들은 절에 찾아오는 손님들에
그리 너그럽지 못했다는 생각
절에서의 공동생활
그들만의 공동생활을 위해
오지 중의 오지에 절을 짓고
절을 찾아오는 길이 그렇게 편하지 못하다.
절에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적다.
고행
그래, 절에 가는 것도 또 다른 고행이다.
시들어가는 수국꽃이 아래에 있는 석탑을 지나고
안양루 아래의 계단을 통해
석등과 무량수전이 있는 절 앞마당에 선다.
안양루 옆에서 바라보는 풍경, 전망
날이 맑아 시원스런 전망이 펼쳐진다.
소백산 능선이 길게 뻗어있고,
그 아래 도로와 논과 마을이 보인다.
적망강산
내가 부석사를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
특급 전망
이 전망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내 마음 속의 절이 된다.
사진을 찍어 중국에 있는 내 동생에게
카톡으로 보낸다.
시원스런 전망
마음마저 뻥 뚫리는 전망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시원스런 전망 앞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른다.
이런 곳에 어머니와 함께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멋진 전망 앞에서 또 다시 때 늦은, 뒤늦은 후회가 든다.
어머니가 이런 전망을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냐고 좋아하셨을텐데...
안양루 안에는 김삿갓의 시가 걸려있다.
평생에 여가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냐
백발이 다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밀려있고
천지는 부평같이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오듯
우주간에 내 한 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인간 백세에 몇번이나 이런 경관 보겠는가
세월이 무정하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조선 방랑자, 김삿갓의 뒤늦은 후회
그 후회 위에 내 마음의 빚을 얹어놓는다.
부석서를 내려온다.
계단길 옆의 비탈길
절에 오르시는 사람들이 많으시고...
단풍이 한창일 때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 후에
다시금 찾아오고픈 부석사
언젠가는 부석사 앞에 민박을 정하고
저녁과 아침 일찍 해 뜨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 마음 속의 절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 것이다.
부석사 주차장 위의 버스종점에서
영주로 가는 27번 영주행 좌석버스를 타고
소수서원으로 간다.
소수서원 입구의 소나무숲
키 큰 소나무들로 이루어진 숲
내 스스로 천년의 숲이라고 이름을 정했다.
소나무들의 연수가 천년은 되지 않았겠지만
이후에도 천년 동안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이름을 정했다.
천년을 바라보는 천년숲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숲
영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 많다.
소나무숲을 지난다.
소나무숲 안의 당간지주
전에 내 블로그에서 이 당간지주를 보면서
강화에 계시는 대빈창님은
이게 숭유억불 정책을 쓰던 조선의 한단면이라고
댓글로 쓰셨던 부분이 떠올라진다.
통일신라시대 이곳은 숙수사라는 큰 절이 있었다고 한다.
고려와 조선으로 내려오면서 절은 폐사가 되고
그 터 위에 조선시대 최초의 서원이 세워졌다.
어찌 보면 고려말 불교의 타락상을 뒤엎고
세워진 조선, 조선의 성리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소수서원은 여기저기 공사중이다.
지붕 교체공사
어수선한 분위기
그럼에도 서원 안의 나무들은 볼만하다.
입구의 500년된 은행나무
이곳도 가을에,
은행나무가 노란 은행잎을 달고 있을 때 찾아오면...
참 좋을 것 같다.
나에게도 언젠가 그런 호강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저번에 왔을 때에는 초겨울이었는데,
은행나무 주변으로 노란 은행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 풍경마저도 장관이었다.
소수서원을 나와 양반촌으로 간다.
한옥으로 이루어진 식당과 매점
양반촌을 돌아다닌다.
한옥찻집이 있을 것 같아 돌아다녔는데,
보이지 않는다.
양반촌을 나온다.
도로 너머 소백산 연능들이 보이고...
도로 건너편의 금성대군 신단을 찾아간다.
연륜이 깊은 영주
영주를 영주이게 하는 곳은
부석사가 아니라 금성대군 신단이다.
조선 세조시대
세종의 아들인 금성대군을 중심으로 단종복위을 꾀했다는 역모죄로
영주에는 수 없이 많은 의로운 선비들이 죽임을 당했다.
순흥도호부가 폐쇄되고...
그러면서 이 곳에서는 100년 동안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폐해를 입으면서
영주는 양반의 마을에서 의를 숭상하는 마을로 바뀌었다고...
안동의 꼬장꼬장한 양반들조차
영주에서는 큰소리를 칠 수 없었다는 이야기
그런 뜻 깊은,
영주를 영주이게 하는 곳인데,
신단도 조그맣고 주변에 사람들도 없다.
쓸쓸한 풍경
앞에 모과나무의 모과만이 그 쓸쓸함을
위로해주는 것 같다.
옛시대의 의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내 마음도 쓸쓸하다.
먹고 살기 바빠 그런 것들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우리 사회에는 없는 것 같다.
바랄 것을 바라지...
그런 면에서 난 좀 미련한 것 같다.
나를 탓하면서 금성대군 신단을 나와
도로를 따라 순흥면 사무소 방향으로 걷는다.
걷기 여행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주변의 풍경을 내 사진기에 담는다.
논, 사과 과수원, 논 위로 펼쳐진 소백산의 강인한 산줄기
사진이라는 것이 아름다운 특정의 무엇을 찍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걸으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사진 찍는 것이
제대로된 사진 찍기가 아닐까 싶다.
지난 주에 석모도에 가서 내가 찍고 싶었던 것은
수목원이나 보문사가 아니라
도로변의 논, 벼이었다.
다음달 추수를 기다리는 벼
풍요로운 풍경
그런데 차 안이고,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니어서
내가 찍고 싶었던 논은 내 사진기에 담을 수 없었다, 아쉬움
그런 아쉬움을 여기에서 짧게나마 덜 수 있어서 좋다.
순흥면사무소 옆의 오래된 정원, 봉도각
항상 버스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면서
이곳에 가보고 싶어했었다.
연못과 연못 주위의 오래된 나무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좀 허술하고 방치된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나무들이 오래되고 멋있어
예전부터 찾아가고픈 곳이었다.
연못 위의 수련
돌다리를 통해 연못 안의 섬
그 조그만 섬에도 커다란 나무들이 있다.
섬 안의 조그만 정자
조금만 관리를 하면 훌룡한 우리의 옛정원이 될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지방은 지방 나름대로 재정상태가 여의치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지방을 돌아다닐 때면
방치된 문화유적들이 의외로 많이 보인다.
안쓰러움
우리나라 전체가 역사박물관이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나 보다.
앞으로의 먹고 사는 일도 벅찬데,
과거의 문화유산들에 일일이 돈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봉도각을 나와 순흥면 사무소 앞 마당으로 온다.
영주답게 오래된 나무들
또한 머리가 없어진 불상과 척화비가 있다.
머리가 없어진 불상을 보면서
영주의 순흥과 부석은
고려시대까지 불교왕국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백산 안에 있던 많은 절들이
소백산 아랫마을, 부석과 순흥으로 내려오는 과정이 머릿 속에 그려진다.
버스정류장에서 풍기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쉽게 오지 않는다.
애꿏은 담배를 피워물고...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내 인생이라는 것이
낯선 도로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리면서
애궃은 담배를 빨아대는 모습이 아닐까
그런 쓸데 없는 생각마저 든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고...
빈택시가 지나가기에
반가운 마음에 택시를 타고 풍기역으로 간다.
역 앞 상가에서 저녁으로 먹을 빵과 우유를 사고,
의자에 앉아 기차시간을 기다리면서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를 읽는다.
한달 넘게 읽고 있는 책
이번에 다 읽었다.
기차 출발시간이 되어 청량리역으로 가는 무궁화호(18시 11분)를 탄다.
기차 안에서...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로 산들은 검은 실루엣으로 다가오고...
오래 전에 아는 형이랑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청량리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썼던 글 하나가 내 마음 속에서 떠올라진다.
치악을 지나며...(2012. 11. 18)
형과 함께 영주의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풍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서울로 되돌아가는 길
초겨울의 짧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기 시작하고
우리를 태운 기차는 단양과 제천을 지나 원주로 접어들고
창 밖으로 석양에 비춘 치악이 붉게 물들고 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든 시기
치악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비로봉은 흰눈을 씌고 있고
나무들도 잎을 다 떨구고
겨울채비에 들어가 있다
산 밑 둥치에 낙엽송만이
붉은 잎을 매단 채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다
기차는 원주를 지나 양평으로 내달리고
해는 서산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어느새 치악은 어둠 속으로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