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박4일 제주여행...한라산 산행기(10.14)

자작나무1 2017. 10. 21. 10:26

 어제 저녁에는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와서,

제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골든파크 관광호텔에서 잠을 잤다.

 

 제주도는 한라산이고, 한라산은 제주도이다.

 

 새벽 5시 기상

부리나케 씻고, 옷을 챙겨입고, 호텔을 나온다.

깜깜한 거리

근처의 제주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매표소에서 성판악으로 가는 표를 산다.

승강장으로 가서 성판악으로 가는 281번 서귀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많으시다, 부지런한 사람들

새벽 6시 출발

어두운 거리

검은 실루엣의 먼나무 가로수

작은 호텔들과 작은 카페들이 유독 눈에 띄인다.

제주여고와 제주대학병원, 제주대학을 지나고...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나왔던 산천단을 지나

성판악 시내버스 정류소에 내린다.

성판악 휴게소에 들어가 선짓해장국을 먹고

캔커피 하나 사 먹는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라산으로 들어간다, 입산

길이 넓고 잘 정비되어 있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산길을 걷는다.

기분 좋은 출발

등산로 양편으로 무성한 나무들

지난 1월 가족들과 함께 갔었던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이 떠올라진다.

그 날처럼 까마귀가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제주 중산간지대를 장악한 까마귀들

까마귀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산길을 따른다.

돌길, 나무데크길

국립공원답게 등산로를 잘 닦아놓았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뒷모습조차 편안하게 보인다.

등산로 양편의 조릿대가 밭을 이루고,

조릿대 위의 단풍나무들은 조금씩 단풍에 물들어가고 있다.

단풍 시작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달 말에 오면 단풍이 한창이겠다고 말씀을 하신다.

어느 구간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편백길이 나온다.

쭉쭉 뻗은 편백

와하는 탄성과 함께 그 길을 지난다.

무인대피소, 속밭대피소 1,100m

화장실에 들렀다가 대피소 안에서 집에서 가져온 사과 하나를 먹는다.

 

 

 

 

 한참을 쉰 후 다시 길을 오른다.

산을 뛰어내려오는 산악마라톤 선수들

서양인, 일본인, 여성분들도 많으시다.

선수들이 내려올 때마다 길을 벼켜주시고, 박수를 치거나 화이팅을 외쳐주신다.

선수들은 급한 와중에도 고맙습니다, Thank You를 말하면서 뛰어내려간다.

대단한 사람들

무릎이 온전할까 그런 걱정이 앞선다.

간간이 가는 비가 내리고 비를 맞으면서 산을 오른다.

속밭 대피소까지는 신나게 길을 올랐는데,

속밭 대피소를 지나면서 몸이 급격히 무거워진다.

서서 쉬다가 올라가고, 또 쉬다가 올라가고...

아직 정상까지는 까마득한데...

한라산은 1.000m 마다 해발고도를 나타내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1,200m, 1,300m, 1,400m

고도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올라간다.

진달래 대피소 1,400m

이곳에서 그 유명한 컵라면을 먹어야 하는데,

배고프지 않다고 커피 한잔 마시고 그냥 지나친다.

한라산에서 첫번째 실수

정상에서 시간제한(12시30분)이 있어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진달래 대피소를 나와 부지런히 길을 따른다.

계속해서 산악마라톤을 하는 사람들

앞에 번호를 보니 4,000번 이상 번호가 이어진다.

1,500m를 지나면서 고사목들이 나타나고,

고사목들의 공동묘지가 거칠고 황량하게 펼쳐진다.

고사목 지대를 지나면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고...

위로는 우뚝 솟은 한라산이,

아래로는 올망졸망한 애기오름들이, 그 뒤로는 집들과 건물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

이제까지 고생하면서 오른 보람을 이곳에서 한꺼번에 보상 받는다.

이제까지 제주에서 거린사슴전망대가 전망이 제일 좋았는데,

그곳보다 이곳이 훨씬 낫다.

이래서 힘들게 산에 오르나 보다.

한참을 쉬면서 전망을 보고, 배낭에 있던 빵도 먹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또 다시 계단길을 오른다.

위로 천국이 아닌 한라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훤히 올려다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고지가 저기다

정상이 위로 뻔히 보인다.

계단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드디어 이글루 모양의 이동통신 송신소를 지나

사람들이 많고도 많은 한라산 동능 정상 1950m에 도착한다.

아래로는 구름층 아래 제주와 제주 앞바다가 보이고,

반대편 분화구 아래로는 그 유명한 백록담이 보이는데,

백록담에는 물이 적어 작은 웅덩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

학교의 실장님이 백록담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라고 하였는데,

실망스러운 모습에 카톡으로 보내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백록담의 모습

물이 그득하고, 노루가 찾아와 물을 먹는 모습

꿈이 너무 야무졌다.

야무진 꿈은 꿈으로서 끝난다.

사람들로 가득찬 능선길을 지나 관음사 방향으로 걷는다.

사람들이 없는 빈터, 나무 위의 검은 까마귀들

까마귀들은 까마귀끼리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까마귀 사진을 찍고 계신다.

까마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중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검은 주제에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새(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어릴적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집 뒤에 찾아와 밤새 불길하게 울었던 재수 없던 새

(함께 산에 다니는 형)

관음사로 내려가는 계단길

계단에 앉아 한참을 쉰다.

산은 먹은 만큼, 쉰 만큼 산을 오르고 내릴 수 있다.

계단길을 내려서고, 어느 정도 내려가니, 백록담의 바깥쪽이 높은 벽으로 서 있다.

높은 벽 옆으로는 부드러운 능선과 밋밋한 봉우리

장엄한 모습에 한참을 쳐다보고...

한라산의 다양한 모습에 큰 감동을 받는다.

벅찬 감동

한라산의 장엄한 모습에, 한라산의 웅장한 교향곡이 들려오는 것 같다.

한라산 정상 부위에 구상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팻말이 없어 찾지 못한다.

계단길을 내려서고, 또 내려서고...

이 코스도 만만치 않다.

또 성판악 코스보다는 사람들이 적고, 나처럼 혼자 오르시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긴 내림계단길 끝에 널찍한 헬기장에 도착

 

 

 

 

 

 

 높다란 벽 아래에는 단풍이 시작되고...

시멘트 구조물 위에 앉아 두번째 사과를 먹는다.

이곳은 휴식자리인지 많은 등산객들이 앉아서 쉬시면서 무언가를 드시고 계신다.

데크길이 끝나고 비좁은 산길이 나타난다.

급경사길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배낭에서 우비를 꺼내 입는다.

오늘은 일기예보 상 비소식이 없었는데...

길 건너편으로 고운 단풍들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내려간다.

지금은 없어진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고...

헌수교를 건너 샘터에서 호스의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이곳에서 빈병에 물을 담아야 하는데, 그냥 지나친다.

한라산에서 물이 귀한데...

한라산에서 두번째 실수

 

 

 길은 다시 오름길로 바뀌고...

저 멀리 운무가 보인다.

오르락내리락 비 속에 길은 계속 이어지고...

길이 순해지면서 무인대피소 삼각봉 대피소 1,500m에 도착한다.

대피소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해 앉아 있는다.

대피소를 나와 뒷편을 올려다보니, 긴 삼각뿔 모양의 삼각봉이 멋지게 보인다.

한라산, 높이 만큼 멋진 곳들이 많다.

우리나라 명산, 한라산

비가 잦아들기 시작하고, 대신 바닥의 검은 돌, 현무암이 매우 미끄러워

조심 또 조심하면서 내려간다.

오래 전에 대구 팔공산에서 진창길에 넘어져 옷을 망친 적이 있다.

가지고 온 바지가 단벌이어서 다음날 여행길이 걱정되었던 일

그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더더욱 신경을 쓴다,

긴 내리막길

한참을 내려가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한라산

2년 넘게 산에 다니지 않은 주제에 한라산을 넘본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나 자신을 과신했다면, 미친 놈이고,

한라산을 쉽게 보았다면, 내가 이 길에서 고생하는 것은 마땅하다.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산길을 내려간다.

얼마나 힘든지 담배 생각도 어디론가 도망갔다.

얕은 바람에 도토리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 대신 도토리가 내린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머리에 맞아 아프시다고 투덜거리신다.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가 작다.

 

 

 

 탐라계곡 대피소 975m

너무 힘들어 대피소 앞 평상에 벌렁 들어눕는다.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금방 잠이 들 것 같은데...

주위가 소란스러워 잠은 오지 않는다.

누워 있는 것도 옆의 사람들에게 민폐인 것 같아 일어나 앉는다.

물도 먹고 싶고, 배도 고프고, 잠도 자고 싶고...

이제까지 내가 다닌 산 중에 한라산이 제일 높았고

그 만큼 제일 많이 힘들었다.

다시 내림길을 이어간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산은 어느새 소나무숲으로 바뀌었다.

굵고 붉은 줄기의 키 큰 소나무, 소나무숲

긴 계단길을 내려서고 옆으로 탐라계곡이 보인다.

물이 마른 긴 탐라계곡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때론 계곡을 넘나들면서 길을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도 길은 편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는 관음사 코스는 절대 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런 다짐을 하면서 끝없이 이어진 길을 내려간다.

지루하고 또 지루한 길

4시가 넘어가면서 주위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길 아래 탐라계곡이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잇다.

이제는 조릿대길

한라산은 조릿대 천국이다.

다시 긴계단길을 힘겹게 오르고, 산죽 사이의 길을 따른다.

때때로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다.

이젠 다리의 힘이 다 풀렸다.

한참을 걷고 걸어 관음사 탐방소에 도착한다.

더 어둡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

야영장 수도 앞에서 수돗물을 연거푸 마신다.

그러고 보면 한라산을 오르면서 준비가 너무 허술했다.

먹는 것도 그렇고, 물도 그렇고...

한라산에 물이 없다는 것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나

한라산을 내려오면서 스스로를 많이 반성했다.

건너편의 관음사 휴게소에서 캔커피를 사고,

한동안 피우지 못한 담배를 피우면서 캔커피를 마신다.

관음사 등산로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475-2번 영주고행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대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또 다시 365-1번 한라대행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도로 건너 젊은이들로 복잡한 산성로에 들어서고

벽돌집이라는 고깃집에 들어가 삼겹살 2인분에 공깃밥 2그릇을 먹는다.

허겁지겁

식당을 나와 예쁜 카페를 찾아가고 싶었으나

너무 힘들어 가까운 모텔, 줄리아나 모텔에 들어가 찬물에 목욕을 하고,

jtbc 뉴스와 KBS 9시 뉴스를 보고 잠이 든다.

다리가 뻐근해져 걷기조차 힘든 그런 하루였다.

 

 등산코스> 성판악 - 속밭 대피소 - 진달래 대피소 = 한라산 동능 정상 - 삼각봉 대피소 - 탐라계곡 대피소 - 관음사 탐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