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박4일 제주여행... 제주시 여행(10.16)

자작나무1 2017. 10. 22. 09:27

 

 

 어제는 우도에 가기 위하여 성산포항 여객터미널에 갔는데,

기상악화로 배가 안 떠 다시 제주 시내로 왔다.

오후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심란한 마음에 일찍 시외버스터미널 옆 캐피탈 모텔에 들어가

낮잠을 자고,

롯데와 NC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보면서

공책에 어제 올라갔던 한라산 산행기를 쓰고,

밤에는 EBS에서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보았다.

첫사랑, 첫사랑 이후의 만남

두개의 축으로 엮어진 영화

사람들 말처럼 첫사랑은 나중에 다시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첫사랑에 대한 환상이 깨지므로...

멍청할 정도로 순진했던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일에 매달리고,

약혼자의 눈치를 보아야하고...

또 다른 성공을 위해 어머니를 두고 미국으로 떠나야하고...

오랜 이혼 소송과 아버지의 병원생활

지친 여주인공은 첫사랑에게서 어떤 위안을 얻고 싶어했으나,

처음부터 무리였다.

누구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세상의 떼를 묻히고, 그 떼에 얽매이고...

그게 삶이고 사랑일 것이다.

사랑의 상처와 아버님의 병환으로 고생하는 첫사랑을 지켜주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

첫사랑에게 지친 자신을 위로받고 싶어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

이 영화는 첫사랑이 아닌 첫사랑의 상실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지난 유월달에 어머니랑 성주랑 다녀왔던

남원의 서연의 집이 떠올라졌다.

그 마당 앞의 수국까지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 밖을 내다본다.

어제부터 쉬지 않고 끊임없이 줄기차게 내리는 비

비가 많은 제주의 모습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씻고 모텔을 나온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한라 수목원을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월요일 아침시간

회사에 출근하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로 복잡하고...

한라 수목원이 종점인 330번 시내버스를 타고 한라 수목원으로 간다.

버스 안도 만차

도로에도 차들이 많아 길게 정체를 이룬다.

공항을 지나가고, 공항 버스정류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 앉아간다.

노형동을 지나가는데, 델레 노래방이 많이 보인다.

아파트와 학교, 학원의 동네가 어느새 환락가로 변해가는 모습

제주고는 남녀공학인지 많은 남녀 고등학생들이 내린다.

한라수목원 버스정류장에 내려

도로를 건너 한라 수목원으로 걸어간다.

아침이라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적적한 길

주차장을 지나고 입구의 편의점에서

우유와 닭튀김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이번 제주여행에서 먹는 것은 빵점이다.

아침에는 빵 아니면 치킨에 우유

가난한 여행길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리고...

까마귀 소리도 들린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수목원을 한바퀴 크게 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공기가, 아침공기가 맑으면서도 무거운 느낌

차분한 분위기에 천천히 수목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우산을 받치고 수목원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혼자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고독하게 보인다.

누군가도 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

전에 고양시의 강강술래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그 집 화장실에 이런 구절이 문득 떠올라진다.

사람들이 자신은 외롭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렇다는 구절

감나무와 감, 대추나무, 제주의 나무 먼나무도 보인다.

체육공원에서 푹신한 멍석길을 내려오니,

건물 앞에 커다란 워싱턴 야자수도 보인다.

이 나무이름은 지난 1월 달에 안선생님이 가르져 주셨다.

제주 시내에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

한림 수목원에서는 이 야지수로 성을 이루고 있었다.

수목원을 나와 이번에는 Angel in us coffe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오늘 아침의 여행기를 쓴다.

오늘은 서울로 가는 날

너무 카페에서 지체를 하는 것 같아

여행기 쓰는 것을 멈추고 카페를 나온다.

 

 

 

 한라 수목원 버스정류장에서 310번 함덕행 시내버스를 타고 조천으로 간다.

노형동과 시내구간에서는 도로가 많이 막힌다.

도로 중간에서는 버스 중앙차로 정류장 공사가 한창이고...

외지인들이 제주도 한달살기 열풍으로 제주도에 많이 와서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지난 일요일에 KBS1 시사다큐 창 "환상의 섬, 그늘진 민낯"에서

그런 내용들이 방영되었다.

교통문제,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 등등

제주도는 지금 과포화 상태이다.

월정리 이장님이 나오셔서 하신 말씀

이제는 제주에 관광객을 늘리기보다는

그 수를 줄여 제주민들의 삶의 질을,

더 나아가 환상의 섬, 제주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가르침, 일침

조천읍 사무소 버스정류장 도착

검은 돌담길을 따라 바닷가로 나간다.

묵은 동네, 조천

 

 

 

 

 

 

 

 

 

 

 

 

 

바닷가에는 용천수가 나오는

남자 목욕탕, 여자 목욕탕, 빨래터가 나온다.

제주의 미덕,

예전 마을 사람들의 공동시설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앞에 설명문도 잘 붙여있다.

올레 코스

마을길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황씨 종손가옥

지금은 사람이 안 사는지 스산한 분위기가 든다.

 

 

 

 

 

 

 

 내가 가고자 하는 연북정을 찾아간다

조선시대 사신들과 귀양객들이 이곳에 올라 임금님을 바라보면서 연모했다는 곳.

바다로 갇힌 제주를 벗어나고자 북쪽의 임금님만을 바라보던 곳

나는 그들이 사무친 마음이

비록 전근대 왕조시대의 슬픈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간절함이 느껴져서 이곳에 예전부터 오고 싶어했다.

돌축대 위의 정자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저 무심하다.

사람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바람에 따라 출렁거리는 바다

그 옛날 이곳에 오른 선비들은 그 바다가, 파도가 밉상스럽게 보였을 것 같다.

다시 마을길을 지나 도로로,

조천 우체국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 옛날 조선시대에는

조천이 제주시내보다 더 번화가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3.1운동 만세운동이 제일 먼저 일어난 곳

그럼에도 관덕정과 제주 향교가 제주에 있었으므로

제주가 중심가였겠다.

301-1번 한라 수목원행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동문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동문시장 앞 오메기 떡집에서 떡을 사

학교 행정실에 택배로 보내고...

이곳은 시장이고, 중심가여서 사람들이 많으시다.

다시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삼성혈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삼성혈로 간다.

오늘은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최대한 시간을 아껴야 한다.

삼성혈 못미처 삼대국수집에 들어가 고깃국수를 먹는다.

이 집은 지난 6월 달에 성주가 알려준 집이다.

그 때 어머니랑 성주랑 와서 고깃국수를 먹었었다.

그 때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적다.

 

 

 

 고깃국수를 먹고 국수집 건너편의 민속자연사 박물관으로 간다.

그 때 성주랑 어머니랑 박물관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면서

박물관 안쪽에 나무들이 좋아 언젠가 가봐야지 맘 먹었었다.

나는 월요일이라 휴무이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휴무가 아니다.

입장료를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당 안의 커다란 나무들

구실밤잣나무도 있다.

이 나무는 여수 오동도에서 처음 보았다.

신령스러운 팽나무

제주에는 느티나무보다는 팽나무가 더 많아 보인다.

그래서 느티나무인줄 알고 가까이 보면 느티나무가 아니라 팽나무일 때가 많다.

하긴 제주가 고향이신 현 기영님은 돌아다니다가 팽나무를 보시면 제주가 떠올라지신다고 하셨다.

제주의 나무, 팽나무

마을 입구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나무

특별실에서는 제주 옛감빛의 기억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은 백의민족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는 감빛의 옷을 더 많이 입으셨다는 이야기

덜 익은 감으로 색을 입혀 입으셨다고 한다.

감빛... 향토적인 색깔

힘든 노동을 위해 흰옷 대신 감빛옷을 입으셨을 것 같다.

특별실을 나와 그 옆의 계단을 올라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박물관 안에는 돌의 나라, 제주답게 화산석들이 진열되어 있고,

제주의 동식물, 제주민들의 생활상들이 모형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커다란 배, 마을사람들이 모여 제를 지내시는 모습,

잠녀들의 모습에서는 숨비소리가 자연스레 떠올라졌다.

순한 눈을 가진 노루와 커다란 고래

다양한 전시물들을 둘러본다.

나는 은근히 해상무역을 하던 제주의 모습을 기대하였는데,

그런 모습들은 보기 힘들었다.

제주에 먹거리가 풍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상 무역까지는 어림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볼 것 많은 자연사 박물관을 나와

그 옆의 삼성혈로 간다.

삼성혈은 지난 1월 달에 어머니와 안선생님, 내 동생이랑 한번 왔던 곳이다.

경주의 계림처럼 신성한 숲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일부러라도 또 찾아오고 싶은 곳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제주여행은 나무여행이었다.

한라산의 나무들, 한라수목원의 나무들,

자연사 박물관 정원의 나무들과 삼성혈의 오래된 숲

 

 

 

 

 

 

 

 

 

 

 

 삼성혈 입구의 두기의 돌하르방

제주에 남은 46기의 오리지널 중에 포함되는 소중한 하르방이다.

그런데 저번에 왔을 때 그 모습이 별로여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원래 문화재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초보나 문외한에게는 보잘 것 없는 것들이

고수들에게는 소박함이고 제주 민중의 모습을 담은 소중한 것으로 여겨지고...

그래서 그런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안으로 들어간다.

삼성혈 주변의 무성한 나무숲

나무들의 키가 엄청 크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나무숲을 보시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

나무들이 많아 새들이 많이 찾아오고,

여름에는 매미소리로 시끄럽고

벌레들도 많이 꼬인다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들을 때마다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이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들을 수도 없다.

너무나 당연했던 일들이 어느날 갑자기 신기루처럼 없어졌다.

삼성혈을 돌아다니면서 제일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라진다.

우리 어머니도 제주도를 좋아하셨는데...

 

 

 

 삼성혈을 나와 보성시장 버스정류장에서 365번 한라대행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 공항으로 간다.

비도 내리고 날도 안 좋고

짧은 시간에 많은 곳들을 돌아다녀서 다행이다.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려서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었다. 아쉬움

나는 12월 사흘연휴에 다시 제주도로 올 것이다.

제주의 나무들을 보기 위해...

그 때는 이번에 가보지 못한 우도도 갈 것이고...

중문의 여미지 식물원도 가 볼 것이다.

제주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다음 제주여행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제주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