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박4일 제주여행... 둘쨋날... 우도(12.23)

자작나무1 2017. 12. 27. 20:28

 우도

 신생대 제4기 홍적세(약200만년 ~ 1만 1천여년전) 동안에

화산활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다.

조선조 숙종 23년(1697년)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

국마를 관리,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고,

헌종 10년(1844년)에 김석린 진사 일행이 입도하여 정착하였다.

이 섬의 이름은 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또한, 이 곳을 물에 뜬 들판이라는 뜻에서

연평리로 칭하여 구좌읍에 속해 있었는데,

1966년 4월 1일 우도면으로 승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어제는 일과 후에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Jeju 항공(20시25분)을 타고

제주공항에 내렸다.

공항 앞 버스정류장에서 465-2번 축산마을행 시내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 내려 가까운 캐피탈 모텔에 들어가 씻고,

케이블 tv에서 송강호님 주연의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보았다.

효자동,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와 가까운 동네

그 인연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하는 이발사가 된다.

엄한 대통령, 경호실장과 정보부장의 갈등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 전속 이발사로서의 삶

이발사의 어린 아들이 설사를 한다고 해서

그 아버지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그 아들은 정보부에 끌려가 심한 전기고문을 받는다. 미친 사회

아버지의 뇌물로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아들은 예전의 그 건강하고 똑똑했던 아들은 아니다.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아들

그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참담함

그 때 송강호님의 얼굴 표정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억울하고 황당한 일 앞에서 무능력한 아버지의 얼굴, 망연자실

아버지는 아들을 그 예전의 아들로 돌려놓기 위해

전국의 용하다는 한의사를 찾아 아들을 업고 전국을 헤매고...

아버지의 간곡한 노력으로 대통령의 서거 이후

기적처럼 일어나고...

보통 청년처럼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사회의, 험난했던, 어두웠던 암흑의 사회에서

밝은 광명의 사회를 만들었다는 희망의 영화이겠지만,

걱정이 많은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만큼

튼튼한가 그런 의문, 걱정이 들었다.

쓸데 없는 일에 쓸데 없이 걱정이 많은 나의 모습

 

 어젯밤에 자정이 넘어 잤는데, 아침에는 일찍 일어난다.

어젯밤 편의점에서 사 온 빵과 우유를 먹고 부지런히 씻고

하룻밤 묵었던 모텔을 빠져나온다.

옆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산항으로 가는 210번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지붕들과 건물 너머로 눈 쌓인 한라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8시25분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탄다.

나를 태운 버스는 제주 시내를 지나 한라산 아래 516 도로를 달린다.

한라산 정상이 더 가까워졌다.

한라산... 제주에서 제일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

교래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사려니 숲길을 달린다.

양편의 키 큰 나무들

그 길을 비록 걷지는 않더라도 차 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행복의 길

내가 제주를 좋아하는, 더 나아가 편애하는 이유

편백, 삼나무, 워싱턴 야자수 등 키 큰 나무들이 많아서이다.

버스는  사려니 숲길을 지나고 산굼부리를 지나

오름의 고향, 조천을 지난다.

창 밖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광치기 해변과 성산 일출봉을 지나

버스 종점인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려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로 간다.

지난 10월 제주여행 셋쨋날, 우도에 가기 위하여 종합여객터미널에 왔었는데,

그 날은 비가 내리고 파고가 높아 우도로 가는 배가 운행하지 않아

도로 제주 버스터미널로 되돌아왔었다.

여객터미널에서 승선명부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우도로 가는 배삯을 치른다.

주말이라 배 안은 선객들로 가득차고...

3층의 무인 매점에서 산 새우깡을 의자에 앉아 먹는다.

조금 있다가 배가 출발을 하고...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보면서 우도로 간다.

바다와 그 건너편의 우도, 바다 위에는 새우깡을 먹기 위한 갈매기들이 한바탕 법석을 떤다.

물로 가득찬 파란 바다, 바다 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서울에서 그간 쌓였을 스트레스들이 한방에 날아가는 것 같다.

아! 좋다.

 

 

 

 

 우도 천진항 도착

도착한 곳에서 가까운 곳에 등대가 있어 등대를 보러간다.

조그만 등대... 등대보다는 바다 건너편의 성산 일출봉이 멋지게 다가온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우도도 전체적으로 잘 보이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항구 입구 교차로에는 우도해녀항일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는데, 배가 고파 가까운 식당, 해물라면 걸리버에서

하얀 라면을 먹는다.

라면을 먹고나서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다른 사람들은 1인용, 2인용 스쿠터를 타고 좁은 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젊은 사람들에게 여행지에서 체험행사는 그 만큼 중요하다.

 

 

 

 

 해안길을 걷다가 마당 안에 벤치가 놓여진 카페 "PoYoYo"에 들어간다.

이 카페는 블로그에서 많이 보았던 카페이다.

그 유명세에 비해 카페 안은 조용하다.

우도에서 유명하다는 우도 땅콩을 볶는 기계가 돌아가고 있고,

특이하게 잉꼬 두마리를 키우고 있다.

입구 창가자리에 앉아 땅콩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공책에 어젯밤에 tv에서 보았던 영화 "효자동 이발사" 감상문을 적는다.

카페를 나온다.

검은 돌담 앞의 노란 유채꽃

제주에는 겨울이 없다.

겨울임에도 푸른 잎을 매달고 있는 나무들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름을 모르는 작은 꽃들이 두서없이 피어있다.

겨울의 꽃, 동백꽃이 닥지닥지 피어있어 그로써, 겨울임을 알 수 있다.

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무척 맑다.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바다, 역시 제주이다.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서빈백사

이름도 이쁘지만, 이 곳은 바닷빛이 옥빛이다.

건너편의 삼각뿔 모양의 산봉우리와 어울려 분위기가

협재 해수욕장과 비슷하다.

 

 

 

 

 

 또 다시 길을 걷는다.

섬 안쪽으로는 검은 돌을 쌓은 밭담과 밭이 보이고...

말농장도 자주 눈에 띄인다.

커다란 여객선이 정박한 하우목동항

우도에는 이렇게 항구가 두개 있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하우목동항에도 방파제 위에 등대가 보여 사진을 찍으러 간다.

방파제 주변에는 방파제 낚시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

 

  "등대란...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이자, 오랜 바다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육지가 가까이 있다는 희망이 될 수 있겠지만,

 저처럼 육지에서 육지로만 돌아다니는 사람에게는 등대는 육지 너머에 더 큰 세계가 있다고 알려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바다 너머의 세상...

 육지의 끝이 바다가 아니라, 바다 너머에 또 다른 육지가,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고 무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에 바다에서 등대를 볼 때 마다 사진을 찍고...

 그러면서 바다 저편의 세상에 대해 또 다른 동경을 하는 것 같아요."

 2012년 6월 6일 팔미도에서...

 

 하우목동항을 나와 다시 길 위에 선다.

길을 걸으면서 몇년 전에 양양 낙산사에서 소나무 아래 돌에 새겨진 글귀가 떠올라진다.

길에서 길을 묻다.

 

 

 해변을 따라 걷다가 안쪽으로 검은 돌담과 푸른 계통의 지붕이 예쁘게 보여

해안길을 버리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좁은 검은 돌담길

이 길을 걸으면서 이런 길들이 진정한 올레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가는 길, 집과 집을 이어주는 골목길

돌담과 지붕을 묶어서 내 사진기에 담는다.

예쁜 마을, 오봉리를 나와 다시 해안길을 걷는다.

 

 

 

 

 예쁜 마을, 오봉리를 나와 다시 해안길을 걷는다.

걷다가 이쁜 카페가 보여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Cafe "우도 하영"

카페 내부는 여성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책과 기타, 작고 앙증맞은 소품들

여자 옷마저 천연덕스럽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오늘 아침의 여행기를 쓴다.

카페를 나와 다시 길 위에 선다.

우도를 한바퀴 돌겠다는 처음의 계획은 쉽게 접는다.

우도도 그리 작은 섬은 아니었다.

하우목동항에서 마을버스표를 파는 아주머니의 말씀으로는

아침 첫배로 섬에 들어와 부지런히 걸어야 오후 세시쯤에 마칠 수 있다고 말씀을 해 주셨다.

 

 

 

 

 

 

 

 얼마간 걸으니, 전흘동 망루와 등대가 나온다.

망루와 등대를 한화면에 사진기에 담는다.

망루에 올라간 많은 사람들

그 옆에서 불턱과 돌탑, 쌓다만 방사탑 세기가 있다.

검은 돌탑 뒤로 보이는 제주의 바다

전흘동 버스정류장에서 하우목동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탄다.

마을버스는 만차이다. 주말이라고 우도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다.

잡을 데가 없어 더욱 힘들다.

하우목동항에서 내린다.

부지런히 걸어 성산포항으로 가는 우도사랑2호를 탄다.

우도를 한바퀴 돌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우도에 왔다는 뿌듯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성산포항에 도착

갑자기 배가 고파져 여객터미널 내 제일 성심당에서

고로케 2개와 우유를 사 먹는다.

여객터미널을 나와 중문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일출봉 방향으로 걷는다.

아침에 내렸던 버스종점을 지나고 성산항 입구를 지나

성산항 입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얼마간 기다린 후, 201번 서귀포 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간다.

피곤하고 버스 안이 더워 스멀스멀 잠이 몰려온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얕은 잠에 빠진다.

거리가 어두워져서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옆 서귀포 버스터미널에 내린다.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오니, 언덕 위에 모텔이라는 빨간 불빛이 보여

도로를 건너 언덕길을 오른다.

도중에 돈샷이라는 고깃집에 들어가 제주 오겹살 2인분에 공깃밥 2그릇을 시켜 저녁으로 먹는다.

내 옆자리의 세분, 고깃집 사장님과 제주에서 장사를 하시는 듯한 두분

세사람이 소주를 마시면서 제주에서 1년 관광객이 1천3백만명인데,

그럼에도 장사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열심히 토론을 벌이고 계신다.

SNS 광고 이야기도 나오고, 제주에 온 관광객들이 밤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옆에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나름대로 제주에 온 사람들이

놀기보다는 쉬러 오신 분들이 더 많을텐데...

문제의 촛점이 빗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의 문제

그것은 한마디로 제주가 제주답지 못하고, 서울을 닮아가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주가 서울과 다르지 않다면 누가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오겠는가...

제주에서의 오겹살

그 흔한 소금기름장도 없다.

구운 돼지고기를 갈치젓에 찍어 먹는다.

예진에 전남 강진에서도 이렇게 먹은 적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골목 안쪽 아일랜드 모텔로 들어간다.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었는지 불후의 명곡을 보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