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제주여행... 셋쨋날(12.24)
성탄 전야
열일곱살의 똘이
새벽에는 야채즙 배달을 하고,
학교를 파한 후에는
밤에 찹쌀떡 장사를 한다.
성탄을 하루 앞둔 전날밤
부전시장에서 노란 냄비에
찹쌀떡 스무개를 받아
비탈진 수정동 골목길을 오른다.
밤이 깊어갈수록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겨울 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옷속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달달 떨게하는 매서운 겨울 밤바람
오르막길은 오르막길로
좁은 골목길은 골목길로 계속 이어지고...
오가는 사람들도,
찹쌀떡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창문 밖을 내다보는 사람도 없다.
골목 끝은
수정산으로 막혀있고
건너편에
조그만 교회 하나 보인다.
지붕 위에는 붉은 십자가가 세워있고
교회 앞 마당에는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 놓여져 있다.
교회 안에서는
교회 신도들이 부르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늦은 밤의 적막을 깨우고 있다.
교회 안의 불빛이
너무나 따뜻하게 보여
따뜻한 불빛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교회당 안으로 들어간다.
환한 불빛이 켜져있는
교회당 안에는
몇몇의 신도들이 모여서
내일 아침에 부를 캐롤곡들을
연습하고 계신다.
똘이가 교회문을 열고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교회당 안에서 제일 나이가 많으신 노할머니께서
똘이에게 다가와
아무 말씀없이
두손을 따뜻하게 감싸 잡으신다.
똘이의 손이 차갑다는 것을
알게된 노할머니
이번에는 똘이를
따뜻하게 껴안아 주신다.
노할머니가 똘이를 안아주는 동안
목사님은 똘이를 위해
따뜻한 스프와
따뜻한 식빵을 준비하신다.
노할머니는
노란 냄비 속의 찹쌀떡을 보시고는
똘이에게 값을 치르시고
스무개의 찹쌀떡을 교회당 안의 신자들과 함께
나눠 드신다.
밤이 깊어
교회당 안의 신자들과 함께
교회당 안에서 밖으로 나오자
교회 앞마당에는
골목길 옆의 지붕 위에는
산 밑에는
어느 사이에
솜털같은 하얀 눈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성탄 전날,
크리스마스의 기적
열일곱살의 똘이는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미고
두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또 다시 맞은 성탄 전야
지하철에서 내려
아이들을 위해
빵집에서
작은 크리스마스 케잌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몇십년전
성탄 전날
처음 본 사람들이
따뜻하게 자신을 대해 주셨던 모습들이
따숩던 기억으로 떠올려진다.
추운 겨울날의 따뜻한 연탄처럼...
(2013. 12. 22)
어제 일찍 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그런데 창 밖으로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창문을 열어보니, 빗소리와 함께 천둥과 번개도 친다.
TV마저 신호가 미약하다고 나오지 않는다.
심란한 아침
핸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어제의 여행기를 이어쓴다.
비가 조금씩 그치는 것 같아
에이스 크래커에 치즈를 얹어 아침을 먹는다.
오늘 아침식사
지난 2월 2박3일 목포, 해남, 나주여행 둘쨋날에도 이런 식으로
아침을 때웠다.
씻고 모텔을 나온다.
비는 다행히 소강상태
택시를 타고 여미지 식물원으로 간다.
도로 가운데 키 큰 워싱턴 야자수
도중에 비가 또 다시 억수같이 쏟아진다.
여미지 식물원 도착
건너편의 편의점에서 긴우산을 사고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비가 와도 식물원이 넓어 괜찮은 여행지
예전부터 말로만 듣던 여미지 식물원에 가고 싶어했다.
커다란 온실
온실 안은 다섯개의 작은 온실로 나누어 있고,
각각의 주제에 맞춰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중앙의 커다란 나무들
푸른 잎은 보는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프리카와 호주의 바오밥 나무
오래 전에 아프리카와 호주가 한대륙이었다는 증거
설명문에는 바오밥 나무 구멍 속에 사람이 살거나
시체를 매장하기도 한다고 씌여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바오밥 나무
벤자민 고무나무도 키가 엄청 크다.
카페에서 자주 보았던 벤자민 고무나무
파파야 나무도 보인다.
파파야 열매를 달고있는 파파야 나무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오는 식물원
온실도 엄청 커서 돌아다니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전망은 비가 내려서인지 그저 그랬다.
소원지를 매단 소원 나무
여러 명의 아주머니께서 소원지에 소원을 적으셔
나무에 걸으셨는데...
그 후 아주머니들은 모여서 소원지에 쓰신 이야기를 하시는데,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이 가족의 건강을 쓰셨다고 말씀들을 나누신다.
밖에 나오셔도 가족들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
중앙의 매점 bloom에서 코코넛을 사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맛
밖에 비가 조금은 잦아들어 밖으로 나와 야외 정원을 돌아다닌다.
먼나무... 붉은 열매도 눈에 띄이지만, 수형도 맘에 든다.
제주의 나무
이태리 정원... 기하학적으로 꾸며진 정원
전에 TV에서 유럽의 정원들은 정원에서 보다는
위에서 전체적인 모습을 한번에 보아야 그 정원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내용
그래서 선택된 소수의 귀족만이 누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진다.
귤나무, 제주의 나무들
일본식 정원도 있다.
흰 모래와 큰 돌로 이루어진 정원
내가 무식해서 그런지 비정상으로 보인다.
잡초를 허용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작은 마음
일본 정원 옆의 무성한 대나무들을 보고 여미지 식물원을 나온다.
중문관광단지 버스정류장에서 위미리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 동안 참았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우중 여행
510번 남원읍행 시내버스
버스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이라고
캐롤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밖에 비가 내려서 그런지 흥이 나지 않는다.
덤덤함
좁은 도로 옆으로 길게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여기가 동백농원 앞인지 알겠다.
버스기사님이 정류장이 아닌 농원 앞에 세워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애기동백농원으로 간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음에도 사람들이 많다.
겨울의 꽃, 동백
키 큰 나무에 붉은 동백꽃이 닥지닥지 붙어있다.
날이 맑았다면, 분위기가 환해질텐데...
날이 흐려 그러지는 못하다.
2년전 여수 동백섬, 오동도에서 보았던 동백꽃들도 떠올라지고...
좁은 농원 안의 동백나무 단일종
바닥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들
동백농원을 나와 도로 건너편의 동백나무 카페로 간다.
cafe "DONG BAK NANG"
검은 돌담 앞의 키 큰 동백나무와 동백꽃
커다란 귤을 달고있는 귤나무
유럽식의 예쁜 집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스테라를 먹는다.
카페 안도 이쁘게 잘 꾸며져 있다.
1,2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카페 사진을 찍는다.
내 마음에 쪽 들었던 동백나무 카페
세천동 시내버스 정류장
한참을 기다린 후, 201번 제주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어제 성산항 입구에서 서귀포 버스터미널까지 탔던 버스이다.
이 버스가 제주 동부해안을 일주하는 버스이구나 알게 된다.
향토오일장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건너편 식당, 마블링에서 매생이 갈비탕을 먹는다.
이 식당은 메뉴가 딱 2가지이다.
매생이 갈비탕과 갈비탕
갈비탕을 천천히 먹는다. 늦은 식사
식당을 나와 제주 민속촌을 찾아간다.
제주 민속촌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무들과 제주 초가, 제주 민속에 대한 설명문
나무들이 좋아 초가가 있는 커다란 정원으로 보인다.
집안의 신, 아버지, 어머니, 일곱 형제
추위를 타시는 어머니는 따뜻한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으로...
위로 다섯 형제는 오방토신으로...
여섯째는 마루의 뒷문을 지키는 뒷문전으로...
똑똑한 막내는 마루의 앞쪽을 지키는 일문전으로...
재미있는 제주의 민속 이야기
제주의 삼보 중의 하나, 민속, 민속 이야기
촘항
빗물을 받는 항아리
나무에 짚이 맞대어 빗물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
항아리 안의 물이 썩을까봐 항아리 안에 개구리를 넣는다고 한다.
제주인들의 삶의 지혜
오래전에 성읍 민속촌에서 애기구덕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식이라는 것은 책을 통해 쌓을 수 있지만,
삶의 지혜는 삶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생각
화단에는 팬지꽃이 심어져 있다.
겨울에도 꽃이 피는, 겨울이 없는 제주의 모습
제주 민속촌을 나와 표선 해수욕장으로 간다.
바람이 많이 불어도 바다가 얕아서 그런지 잔잔하다.
평온한 바다
그런 바다를 보는 내 마음도 한없이 편안해진다.
표선 해수욕장을 나와 민속촌으로 가는 길
도중의 커피가게 쉬고가게에 들어간다.
내부에 파라솔이 있는 카페
카페 이름도 재미있다.
커피가게 쉬고가게
제주민속촌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제주 버스터미널로 가는 220-1번 시내버스가 바로 온다. 아싸
나를 태운 버스는 중산간 마을, 성읍 민속마을을 지나간다.
마을 자체가 민속촌인 마을
중산간 지역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있다.
도로 옆의 억새들이 바람에 이리지리 휘청이고 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도시들은 불빛들로 반짝이고...
조금은 감상적인 풍경들...
도시를 지나 버스종점인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
터미널 옆 유자 삼계탕 식당에서 옥돔구이 백반을 먹는다.
옥돔을 먹으면서 내가 어렸을 때,
작은 아버지와 작은 엄마가 결혼을 하시고, 제주도로 신혼 여행을 다녀오셔서
사 온 선물이 옥돔이었다는 것이 떠올라진다.
제주의 고기, 옥돔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엊그제 묵었던 캐피탈 모텔에 들어간다.
씻고, 양말을 빨고,
TV에서 기염 뮈소 원작, 김 윤석님, 변 요한님 주연의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을 보면서
어제와 오늘의 여행기를 이어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