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중국 항주여행기... 첫쨋날(1.18)
"무명이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진시황을 암살하고자 비장의 검술을 익혔다.
그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다.
이제 그는 비장의 검술로 왕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왕을 죽이는 대신 자기의 죽음을 택했다.
그 이유는 진시황의 뜻 때문이다.
"전국 칠웅이라 불리는 진, 초, 제, 한, 위, 조, 연의 일곱 나라가
시시때때로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은 죽음과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린다.
백성을 편히 살게 하고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강력한 집권 국가로 뭉쳐야 한다.
그 일을 다름 아닌 진시황 자신이 해낼 수 있다."
무명은 진시황의 꿈을 믿었다.
강력한 집권 국가가 난세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죽음으로 천하 통일이라는 대의를 지키고자 했다.
이 이야기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영웅 : 천하의 시작>의 한 장면이다.
진시황이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해야 했던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강력한 집권 국가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는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춘추전국시대의 천하 통일이라는 역사적인 의미
부여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하나의 중국
강력한 집권 국가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유효하며 현재 진행 중이다."
중국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 슈퍼차이나 KBS<슈퍼차이나>제작팀 p.326~327
어제 아침에 작은 어머니로부터 친척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오셨다.
그런데 외동 아들이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내일부터 장례에 들어간다고 하셨다.
내일은 중국 상해에 가는 날인데...
불행 중 다행이라고 비행기 출발시간이 12시라 아침 일찍 장례식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번 중국여행은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리지가 않았다.
사촌 동생이 여권 만기일을 뒤늦게 알아 볶아치고,
여행사에 비자를 신청하였는데, 나와 사촌 동생의 성별이 뒤바뀌어
부랴부랴 재신청을 하였다.
처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내 동생은 카톡으로 이번 여행은 조심 또 조심하자고 재차 강조를 하였고,
사촌 동생은 마음이 안 놓였는지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여행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분리수거를 하고, 모닝빵에 필라데피아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다.
나의 요즘 아침식사
씻고 배낭과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집을 나온다.
신도림역에서 신촌역으로, 신촌역에서 세브란스 병원 셔틀버스를 타고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으로 간다.
작은 집과의 약속시간이 20여분 남아 장례식장 1층의
STARBUCKS COFFE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작은집 식구들을 기다린다.
8시가 넘어 작은 집 식구들이 오시고,
지하 2층의 장례식장에서 친척 할아버지네 가족들을 만난다.
상이 차려지자, 절을 하고, 부조를 하고
부리나케 병원 지하 주차장으로 가
작은 아버지 차를 타고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로 간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데,
마음들이 급해 모두 서두른다.
긴 줄의 맨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동방항공 티켓팅을 마치고 출국수속을 마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아버지는 이번에 중국에 가시지 않는다.
지난번 중국여행 시 지저분한 중국 거리와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중국 사람들
무질서하고 무례한 중국인들에 질려 앞으로 가시지 않겠다고 하신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다.
떼놈의 나라, 중국에는 떼돈을 주어도 가지 않겠다고...
깐깐하시고 꼬장꼬장하신 우리 아버지, 작은 아버지
면세점에서 담배 두 보루를 사고 얼마간 기다리다가
상해 홍차오 공항행 동방항공(12:00)을 탄다.
출발
이번이 네번째 중국여행이다.
2시간의 비행 끝에 상해 홍차오 공항에 도착
짐을 찾고 입국수속을 거쳐 입국장을 빠져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내 동생을 만난다.
새로 생긴 홍차오 공항
공항과 연결된 10호선 홍교1호 항점루에서 지하철을 타고
홍차오 화차점으로 간다.
대륙의 기차역, 홍차오 화차
항주로 가는 표를 끊고 기차시간을 기다린다.
작은 어머니는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최신식 고속철
저번에 이 고속철을 타고 소주와 우전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때에는 이 고속철을 보면서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떠올렸는데,
이번에는 중국 공산당의 대륙 지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영토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이런 빠른 고속철이 필요하다는 생각
더 나아가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고속철은 유럽으로, 중동으로 뻗어나간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이룬 막대한 부
그 부를 바탕으로 세계의 넘버원이 되려는 야욕
그래서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을 만들기 위해
중국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고
서부 사막에서 태양열을 모으고,
사막 아래에서 지하자원을 캐고,
그것도 모자라 아프리카에서 자원외교를 벌이고...
세계 지배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중국
걱정이 많은 나
중국의 묵인 내지 방조 아래 이루어진 북한의 핵
그게 10년, 20년, 50년 후의 중국의 계획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해결이 그 만큼 힘들겠다는 걱정
옆나라 중국의 빠른 발전이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일테지만,
걱정이 많은 나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항주로 가는 고속철에서...
내 동생이 미리 준비한 계란과 귤, 초코렛, 과자, 콜라를 마시면서 간다.
우리 가족의 소풍
항주 화차에서 내려 두대의 택시를 타고 내 동생이 미리 예약한
서호 주변의 호텔, 미가아취 주점으로 간다.
명청시대의 옛집 형태의 호텔
이름처럼 아름다운 집이자, 고아한 정취가 느껴지는 호텔이다.
오랜 역사를 잘 활용하는 중국의 상술
2층의 방을 배정받고 호텔 옆의 식당, 취백루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항주자사이자 시인인 백거이가 술을 마셨다고 취백루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동파육, 굴튀김, 만두, 거위요리
단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는 대로 차례로 나온다.
3박4일 중국 항주여행 첫날 저녁
우리 가족들은 성찬을 즐긴다.
식사 후에는 호텔로 돌아와 1층의 식당에서 보이차와 용진차를 마신다.
사촌 동생은 느끼한 중국 음식을 먹은 후에는 보이차가 좋다고 했고,
내 동생은 용진차는 항주에서 나는 유명한 차라고 말한다.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녹차맛, 용진차
여행 첫날밤은 중국 차와 함께 깊어만 가고...
호텔방으로 올라와 씻고,
오늘의 여행기를 공책에 쓰다가 졸려워서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