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경주여행... 첫쨋날(11.10)

자작나무1 2018. 11. 17. 21:30

 아침에 일어나 씻고

모닝빵에 치즈를 얹어 우유와 함께 먹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 두대를 피우고

역으로 올라가 기차시간을 기다린다.

기차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가고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라탄다.

출발(08:00)

안개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날이 흐리다.

멀리까지 보이지도 않고...

흐린 창 밖을 바라보면서 경주로 간다.

서울과 경기에도 단풍이 져가고 있다.

틈틈이 KTX MAGAZINE을 읽고...

영동을 지나면서 단풍색이 좀 더 짙어져간다.

이번 경주여행을  단풍시기를 맞춰 기획을 하였는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단풍이 일러 단풍시기를 놓친 것 같다.

일주일 전에 왔어야 하는데...

신경주역 도착

서울역에서 세시간 걸렸다.

신경주역을 나와 신경주역 버스승강장에서

61번 용강(현진 에버빌)행 시내버스를 타고

무열왕릉으로 간다.

논에는 이미 벼가 다 베어져 있다.

텅빈 논

그 논 위로 겨울 추위가 닥쳐올 것이다.

무열왕릉 앞 버스승강장에서 내려

건너편의 진미 돼지국밥에서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뜨거운 국에 밥을 넣어 말아먹는다.

점심을 마치고

식당 위의 무열왕릉으로 간다.

 

 

 

 

 

 

 

 경주 입구에 있는 무열왕릉

그럼에도 무열왕릉에 와 본 적이 없었다.

첫 방문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간다.

오른편의 커다란 거북이상과 비석

높다란 소나무들, 그 뒤의 거대한 능

능이 많은 경주의 모습

오능의 박혁거세 능보다 더 커 보인다.

능 뒷편에는 무열왕릉 직계선조들의 무덤이 세워져 있다.

뒷편의 능들도 무열왕릉처럼 높고 거대해서

무열왕릉 집안은 무인들의 집안이었나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게한다.

능 옆으로는 대나무숲이 빽빽하여

따로 담을 쌓을 필요가 없다.

대나무가 많은 경주의 모습

누런 벌판 위의 능들의 행렬

그런 모습마저 장엄하게 보인다.

능을 한바퀴 돌고 내려오면서

삼국통일의 기틀을 닦은 무열왕과 김유신

그 당시에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시대여서

사회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군인사회로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능들도 무인사회처럼 높고 거대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무열왕릉을 나와 골목길을 통해 선도산으로 간다.

골목길 안쪽의 도봉서당

 

 

 

 전에 양동마을에 갔을 때

어느 해설사님이 서당은

존경의 의미로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세운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졌다.

마을 서당

도봉서당 뒷편에는 서악동 삼층석탑이 우뚝 세워져 있다.

 

 

 

 

 

 서당 마당에서 바라보는 석탑이 멋지다.

주변에는 구절초가 심어져 있는데, 꽃들이 많이 시들어져 있다.

구절초가 한창일 무렵에는 꽃과 석탑이 장관이었을 것 같다.

탑 주변으로 여러 기의 무덤들이 있고...

무덤 사이의 길을 따라 선도산을 오른다.

임도 형태의 넓은 길

계단이 없는 대신에 꾸준한 오름길이다.

묵묵히 땅을 바라보면서 산을 오른다.

나는 원래 무열왕릉 뒷편의 산은 벽도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여행을 떠나면서 알아보았는데,

벽도산이 아니고 선도산이었다.

벽도산이든, 선도산이든 산을 오른다.

길가에 쉴 곳이 마땅치 않아 계속 걸어올라간다.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바닥에 앉아

올라온 길을 바라보니, 뒷편으로 경주시가지가 보인다.

앉은 김에 윗옷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물도 마시고, 그 동안 흘린 땀도 수건으로 닦는다.

끝물인 단풍

산이 높아 보이지 않아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른다.

계속된 임도길

삼거리에서 이정표가 나온다.

다 왔다.

조금 더 올라가니, 마애여래삼존입상이 나타난다.

 

 

 

 

 

 절벽 앞 세 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가운데 부처님은

내가 이제까지 알고있는 부처님하고는 너무나 다르다.

머리는 날라가고, 두 팔은 없고, 몸도 여기저기 훼손이 되어있다.

괴상한 이미지

그런 이미지에 한참을 쳐다보니,

괴상한 이미지 대신에 뭔가 알 수 없는 슬픔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천년의 세월, 천년의 세상과 싸우고 돌아오신 부처님

부처님이라고 시간과 세상과의 싸움에서 모두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망가진 몸

그 부처님은 세상을 온전히 몸으로 싸우고

망가진 몸으로 이 자리에 서 계시는 것 같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힌다.

이제까지 내가 본 어느 불상보다

더 인간적이고, 사실적이고, 슬픈 부처님

평상에 앉아 귤을 먹으면서 불상을 쳐다본다.

한참 쳐다보고 있으니,

그 부처님이 나에게 말을 건네주신다.

세상은 머리나 재주, 말빨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온 몸으로 부딪치면서 사는 것이라고...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부처님

결코 잊을 수 없는 부처님이시다.

물론 꿈에 나타나신다면 악몽이 되겠지만...

내가 경주를 좋아하는 이유

경주에는 이렇게 특별한 문화유적들이 많다.

다보탑, 석가탑, 감은사지 석탑, 분황사 모전석탑

계림, 오늘 본 마애여래 삼존입상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 자주 경주를 찾고있다.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올라 선도산 정상 390m에 이른다.

정상 주변의 세기의 돌탑

주변에 나무가 가려져 경주시내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비탈길을 내려오고

무거워진 마음에 석불입상은 보지 않은 채

임도길을 내려간다.

중간중간 경주시내가 보이고,

옆으로 남산이, 동편으로 토함산이 보인다.

내가 오른 선도산은 경주의 서쪽을 지키는 산이다.

산을 내려와 산을 오르면서 지켜보았던

서악서원으로 간다.

 

 

 

 

 

 이렇듯 선도산 아래에는 볼거리가 많다.

서악서원 안에는 한무리의 오산중학교 학생들이 있었다.

선생님과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조용해야할 서원이 시끄러울 정도이다.

죽은 듯 조용한 서원보다는 훨씬 보기가 좋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 같고...

서원 입구의 영귀루라는 누각이 맘에 들었다.

시끄러운 서원을 나와

좀전에 내렸던 무열왕릉 앞 버스승강장에서

60번 용강(현진 에버빌)행 시내버스를 타고

고속버스 시외버스 버스승강장으로 간다.

승강장 옆의 2층으로 이루어진

STARBUCKSCOFFE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항상 보기만하고 지나치기만 했던 카페인데,

오늘은 안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면서 배낭에 있는 책

이디야 문창기 대표이사님의 "커피 그 블랙의 행복"을 읽는다.

 

 "커피와 인연을 맺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커피를 통해 인생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기 시작했다. 마치 복잡다단한 인생의 맛처럼

 쓰고, 떫고, 시고, 구수한 다각의 맛을 지닌 커피, '로스팅'에서 결

 정되는 커피 스타일은 인생의 다양한 변주처럼 화려하고, '블렌딩'

 이라는 인생의 거름 과정 같은 단계를 통하여 풍미를 더해간다. 그

 토록 매혹적이고 특유의 강렬한 향을 뱉어내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

 우리의 삶과 닮아 있을까. 삶이 벅찰 만큼 숨 가쁘게 뛰어가면서도

 우리는 여지없이 삶의 지혜와 아픔과 배움을 혼합하고 걸러내는 과

 정들을 오롯이 견뎌내야만 하지 않았던가" p.4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와

횡단보도를 두번 건너 시외버스 터미널 버스승강장에서

감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100번 감포행 시내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고 감포로 간다.

나는 예전부터 경주에 오면

잠은 감포에 가서 잤다.

그래서 이 버스를 많이 탔다.

시장 부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타셨던 버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보문단지에서 내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추령을 넘어갔던 일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넓은 호수의 보문 호수를 지나고 덕동댐을 지나

추령을 지나 감포로 간다.

항상 추령을 지날 때에는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이 길을 지나고 싶어했었다.

오색 단풍들이 가파른 산사면을 따라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착각

그런 행복한 착각이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쉬움

 

 

 

 감포항에서 내려 가까운 바닷가 식당에서 우럭구이를 먹는다.

우럭구이는 예전에 창원의 마산항에서 먹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우럭 매운탕을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우럭 구이가 더 맛있다.

저녁을 먹고 다시 농협창고 버스승강장에서

100번 경주 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타고

전촌 삼거리 버스승강장으로 간다.

버스승강장 건너편의 슈퍼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에이스 크래커와 치즈, 우유를 사고

그 옆의 모텔로 들어간다.

20여년 전부터 자주 이용했던 모텔

바닷가쪽은 바다가 보인다고 1만원을 더 요구했던 모텔

지금은 주인도 바뀌고, 모텔도 낡아 리모델링 중이었다.

모텔방에 들어가 씻고

이불 위에 누워 KBS 2TV 불후의 명곡, 최양숙편을 본다.

최양숙님, 이름도 처음 들어보았다.

1960년대 샹송가수

눈이 내리네, 가을 편지 등등 좋은 노래들이 많았다.

신동엽님의 말씀처럼 그 당시, 트로트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런 아름다운 노래들을 작사하고 불렸다고 하니 더 신기롭다.

Jtbc 뉴스룸과 KBS 1TV 뉴스와 세계는 지금을 보고

잠자리에 든다.

토요일 저녁 여행 첫날밤은 TV프로가 항상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