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안동여행기... 첫쨋날(12.8)... 하회마을
"하회의 집들은 감추어진 삶과 드러나는 삶의 꿈을 동시에 구현한
다. 길은 연결과 드러남의 구도이고, 집은 차단과 감춤의 구도이다.
길이 여러 집을 에돌아서 대문에 당도할 때, 그 길은 드러남과 감춤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그 길은 익명성에 매몰되어 다만 기
계의 신호에 따라 작동하는 고속도로가 아니다.
하회의 길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며, 이웃에게로 돌아가는 길이
다. 그 길은 감추어진 삶과 드러나는 삶의 사이를 지나서 인간의 안쪽
과 바깥쪽으로 함께 뻗어 있는 길이다. 다시 대도시로 돌아가는 고속
도로는 체증에 막혀 있고, 교통 방송의 내용은 막힘뿐이었다."
김훈님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 중에서 p.144
아침 일찍 일어난다.
일어나기가 바쁘게 씻고
어젯밤 내 동생이 사온 빵을 먹고 집을 나온다.
집 밖은 엄청 춥다.
추운 겨울바람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
올들어 가장 추운 겨울 아침
신도림역에서 청량리역으로...
청량리역 역사 밖에서 담배 두대를 피운다.
비둘기들도 추운 지 담 아래 무더기로 모여있다.
사람들에게도 힘든 계절인 겨울은
당연하게도 비둘기에게도 힘든 계절일 것이다.
그런 비둘기들을 보면서
어제 저녁에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들었던
'철수 생각'이 떠올라졌다.
어머니는 가난이 싫어 가출을 하고,
신체 장애를 가지신 아버지도 어느 날 집을 떠나고...
단둘이 남은 남매
전기와 물이 끊기지 오래...
가스렌지, 부탄가스, 양초 3개
이것으로 겨울을 난다.
집에 들어오지 않은 오빠를 위해
가스도 양초도 아껴야 하는 여동생
우리가 현대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현대를 사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배철수님의 말씀
누군가는 현대가 아닌 근대를
전근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저녁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내 마음은 어느새 짠해진다.
슬픈 이야기
공선옥님의 단편소설 이야기
실제로 작가이신 공선옥님이 이렇게 사셨다고 한다. 실화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가난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는데...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행복한데도,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부유하면서도,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불행하지도, 가난하지도 않는데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 불행하고, 가난하다는 생각
주위의 도움에 응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 수도 있는데,
자신에, 자신의 생활에 급급해 그러지 못하다는 생각 등
벽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비둘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릉행 KTX 산천을 타고 만종역으로 간다.(08:45)
방송으로 강릉역에서 탈선사고가 나서
기차가 평창역까지만 간다는 이야기가 정차역 마다 나온다.
평창역에서 셔틀버스로 강릉역까지 모시겠다는 말씀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는 강릉역까지 가는 승객들에게 환불을 하겠다는 메시지가 계속 온다.
코레일측의 발 빠른 대응
만종역에 도착
역 입구에서 성주를 만나 성주차로 안동에 간다.
지난번에 성주가 이번주에는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모두 쉰다고
어딘가로 여행을 가자고 전화가 왔었다.
갑자기 온 전화 한통
처음에는 부산을 생각했는데,
부산은 원주에서 먼거리이고,
내가 좋아하는 부산은 혼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부산 대신 안동을 택했다.
4년 전에 한번 다녀온 곳
무엇보다도 안동은 대중교통이 안 좋아
여행하기가 힘든 곳인데,
이번에 성주차로 조금은 편하게 돌아다녀야지 맘 먹었다.
만종 인터체인지를 통해 중앙고속도로를 달린다.
중앙고속도로는 경부나 서해안 고속도로보다 차들이 적은 편이다.
신나게 달려 나간다.
치악 휴게소에 들러 HOLLYS COFFEE에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사 마시고,
화장실이 급해 그 아래 단양 휴게소도 들른다.
연달아 휴게소를 두번이나 들르면서
편한 여행길이 내 몸으로 느껴진다.
차 안에서 성주는 주식이론이 과거의 추세는 잘 맞추는데,
미래의 예상은 잘 맞추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다.
하긴 미래는 불확실성이 핵심인데,
그런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사람이 한달에 천만원 이상 벌면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고,
그래서 갑질을 하면서 그게 갑질인 줄 모른다고 이야기 한다.
자기도 한달에 몇천만원씩 번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눈에 차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래서 자신도 그들에게 막 대했다는 뒤늦은 후회
성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동으로 간다.
영주 인터체인지를 나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려 안동으로 간다.
산으로 이루어진 마을
조그만 농사와 소를 키우는 마을
한적한 분위기
안동으로 들어와 하회마을을 찾아간다.
경북도청을 지나고 하회마을 주차장에 도착
입구의 식당가
한옥의 초가와 기와로 이루어진 식당가
성주는 분위기가 용인의 한국민속촌이라고 말을 한다.
또 젊었을 때 여지친구를 많이 사귀었던 성주는
여자도 두 종류가 있는데,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여자는 시내의 영화관으로 데려가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여자는 용인민속촌 같은 곳이 좋다고 말을 한다.
여자와 주식 등등 모르는 것이 없는 내 친구 성주
또한 자신이 아는 것들을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 해준다.
그래서 내가 성주를 좋아한다.
청기와 식당에서 안동의 대표음식, 안동 간고등어 정식을 먹는다.
전라도처럼 반찬이 풍성하다.
한동안 내가 먹고 싶어했던 무말랭이
입구 테이블에는 무를 잘게 잘라 말리고 있다.
겨울 한철, 추워졌다 따뜻해졌다 하면서 말라가는 무말랭이
소주를 곁들여서 점심을 먹는다.
소주도, 고등어도, 무말랭이도, 깻잎도 다 맛있다.
점심을 먹고, 표를 끊고, 셔틀버스를 타고 하회마을로 간다.
오늘같이 추운 날에도 버스에는 하회마을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
4년전 안동여행 시에도 제일 먼저 하회마을에 갔었다.
안동의 대표여행지
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 봉정사와 영산암
셔틀버스에서 내려 둑방에 올라 강 건너편 부용대를 올려다보고...
하회마을 바깥쪽으로 큰 원을 그리면서 마을길을 걷는다.
초가와 담장으로 이루어진 골목길
과거로 되돌아가는 정겨운 길
감나무에는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날이 추워서 그런가 초가지붕의 이엉이 따뜻하게 보인다.
사람들을 따뜻하게 받아 줄 것 같은 초가집들
집들 마다 사람들이 계시는지 집 앞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
강변 옆의 울창한 소나무숲
집 앞 장터에서는 여러 물건들을 천원에 팔고있다.
성주가 머리를 안마하는 기계 하나를 샀는데,
가게 안에 주인이 없어 어떤 통에 천원을 넣고 나온다.
무인 가게
가게 위의 멋진 소나무 한그루
그 뒤로는 서애 류성룡님이 한양에서 내려와 서재용 건물로 만들었다는
원지정사가 있다.
높은 기단 위에 세워진 누각, 연좌루
정자에서는 낙동강과 부용대가 잘 보일 것 같다.
서애 류성룡님의 징비록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셨던 류성룡님은
임진왜란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영의정에서 물러나
이 곳 하회마을로 오신다.
이 곳에서 임진왜란에 대한 참회록, 징비록을 쓰신다.
그런데 이 책은 하회마을의 어느 건물에 쳐박혀 있다가
일본 사람 손에 넘어가 일본에서 출간이 되었다.
우리는 과거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기도 힘들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벗어날려는 노력도 적은 것 같다.
어떤 일에 대해 책임자가 분명히 있을텐데
그 책임자조차도 어떤 잘못에 대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고작 유서로 그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야 뉴스에서 보았지만...
너무 추웠던 하회마을을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하회마을 입구로 간다.
입구의 하회세계탈 박물관에 들어가
입구의 카페, 탈빙고에서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마시고,
탈 박물관을 둘러본다.
우리나라와 세계 각지의 탈들...
성주는 제주에 있을 때에도 주식이 잘 되어 돈을 많이 벌었는데,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탈을 사서 집에 가져왔는데,
그 이후부터 돈을 벌 수 없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사람 얼굴 모양의 탈에는 영혼이 깃들여 있어
밖에서 집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하긴 탈은 웬지 무섭게 생겼다.
굳이 집에 가져오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차를 타고 이번에는 하회마을에서 가까운 병산서원에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이라는 병산서원
안동에 여러번 왔슴에도 병산서원에 가본 적이 없다.
삼거리에서 산길을 걸어가기 싫어서...
삼거리에서 길은 비포장길로 바뀌고...
비포장길이 질색인 성주는 성주대로 화를 낸다.
미리 비포장길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난 몰랐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병산서원을 향해 걸어간다.
낙동강, 깍아지른 듯한 절벽
여름에는 풍광이 시원할 것 같다.
병산서원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성이 났던 성주도 그 새 성이 줄어들었다.
서원 입구
비탈 위에 세워진 병산서원
문 안쪽의 널찍한 누각, 만대루
사진으로 보았을 때에도 시원스런 누각이었다.
이 만대루를 볼려고 병산서원에 가고 싶어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던 병산서원
앞에 풍광이 좋아 공부가 잘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서원 안의 오래된 배롱나무
확실히 병산서원은 한여름에,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토해 낼 때 와야하는 곳이다.
한여름 붉은 배롱나무꽃들이 아름다운 병산서원을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 같은...
서원 옆에는 달팽이 뒷간이라는 귀여운 뒷간이 있다.
병산서원을 나와 월영교로 간다.
성주가 저녁은 월영교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것이라고 하면서...
안동시내 외곽도로를 달려 월영교로 간다.
안동댐 아래의 월영교
성주는 어디를 가나 낙동강이 흐른다고 말을 한다.
낙동강을 옆에 낀 안동
날은 추워도 다리 위에는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사진 찍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강 위의 목조다리
다리 위에서의 풍광도 좋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살, 석양 아래
강이 흐르고...
그 뒤로 안동시내가 보이고...
조금은 낭만적인 풍경 하나
월영교를 건너고 강변길을 따라 민속박물관으로 간다.
길 옆의 오래된 벚나무
이 길은 봄에도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안동여행을 준비하면서
블로그를 찾아보았는데,
안동은 가을 단풍 무렵에 좋다고 나와 있었다.
박물관 앞 정원을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가 박물관 안을 구경한다.
나는 나대로 입구의 표를 받으시는 선생님한테
까치구멍집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전에 경산의 영남대 안의 민속촌에서 보았던 까치구멍집
선생님은 초가 지붕 사이에 조그만 구멍이 나있어
그 구멍을 통해 집 안의 냄새들이 빠져나가는
환기구 역할을 하는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이 까치집을 닮아 까치구멍집이라고 부른다고 설명을 해 주신다.
ㅁ자 형태의 초가집
그 안에서 소와 사람들이 함께 살고
그 안에서 밥을 해먹고...
그러면서 집안의 냄새들을 내보낼 구멍이 필요했던 것 같다.
과거의 물건들과 그림들로 이루어진 박물관
박물관을 구경하고 박물관을 나온다.
다시 월영교를 건너 성주가 저녁을 먹을려고 하는 까치구멍집 식당으로 간다.
내부가 엄청 크다.
기와집 형태의 가게
이 집도 맛집인지 단체손님들까지 손님들이 많다.
헛제삿밥 양반상을 시켜 먹는다.
점심처럼 반찬이 푸짐하다.
그런데 제사 후에 먹는 음식들이라 그런지
음식들이 대부분 차다.
밖에서 추위에 떨다가 들어왔는데,
음식들이 차서 별로 맛있는지 모르겠다.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 식사와 곁들여 먹는 참소주가 맜있다.
끼니 때 마다 빠지지 않는 소주
나는 식사와 곁들여서 먹는 반주를 좋아한다.
식당을 나와 중앙문화의 거리에 있는 맘모스 제과를 찾아간다.
지난번에 안동에서 맛있게 아침을 먹었던 맘모스 제과
치즈크림빵
치즈와 크림이 잘 버무려져 부드럽고 맛있다.
안동의 맛
안동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빵
치즈크림빵에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먹는다.
성주는 성주대로 지방 빵집치고는 넓다고 이야기하고
나는 나대로 예전에는 안동의 고등학생들은
이곳에서 소개팅과 미팅을 하였다고 이야기해준다.
이 이야기는 지금은 충주에 계시는
금모래은모래님의 댓글을 통해 알았었다.
빵을 먹으면서 춘천이 고향인 우리들은
춘천의 거북당과 뉴욕제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택배가 되면 집에 있는 내 동생에게 보내주고 싶었는데,
택배는 안 한다고 해서 그런 마음은 쉬이 접는다.
다시 차를 타고 오늘 하루 묵을 호텔, C.M PARK HOTEL로 간다.
성주가 미리 예약한 호텔
새로 생긴 호텔
호텔방에 들어가 씻고 침대에 누워 TV를 본다.
jtbc 뉴스룸,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실과 게임이 혼재하는 특이한 드라마
오래간만에 기타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듣는다.
내가 좋아하는 연주곡
드라마 이후에는 내가 요즘 좋아하는 짠내투어를 보고 싶어했는데,
성주가 그만 자자고 해서 잠을 청한다.
성주 말을 잘 듣는 친구,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