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안동여행... 둘쨋날(12. 9)... 도산서원

자작나무1 2018. 12. 13. 20:24

  "경북 안동지역을

  여행하는 일은 퇴계의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 편린이나마

 더듬어내는 일이라야 옳을 터이다. 그 오래되고 자존에 가득 찬 유림

 의 고장은 두텁고도 다양한 문화의 층위를 축적해 왔는데, 거기

 에는 자연과 인간,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 유와 무, 강

 과 산, 학문과 생업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낸 하회마을과

 또 안동 김, 안동 권, 진성 이, 의성 김

 풍산 류, 예천 권, 풍양 조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유림 영남학파 명문의 오랜 세거지들이 위엄과

 자존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퇴계는 그 절정이다"

 

 김훈님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 중에서... p.133 ~ 134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타 마시고,

성주가 씻고, 그 다음에 내가 씻는다.

2층으로 내려가 조식 뷔페를 먹는다.

간단한 음식들

성주는 밥을 먹고

나는 식빵에다가 잼과 버터를 발라

우유와 함께 먹는다.

성주는 보통 아침은 먹지 않는데,

오늘은 의외로 많이 밥을 먹는다.

1층 로비로 내려가

커피를 마시고

성주는 안마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고

나는 그 옆의 컴퓨터를 켜고

어제의 여행기를 쓴다.

한시간 가까이 여행기를 쓰고,

다시 6층 방으로 올라와

짐을 챙겨 지하 1층 주차장으로 간다.

오늘 아침도 어제처럼 춥다.

추운 날의 겨울여행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산서원으로 간다.

안동시내를 지나고, 농촌 마을을 지난다.

농촌 마을에도 번듯한 카페가 보이고,

와룡면과 와룡 초등학교도 지난다.

나는 대구에서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이

와룡산에 갔다가 실종되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한참을 달리자 길 옆으로 호수가 보인다.

안동호는 아니겠고, 임하댐 호수인가 싶다.

분위기가 춘천댐에서 화천 넘어가는 길과 비슷하다.

호수 주변으로 연이어진 산들

예안향교를 지난다.

예안 이씨 집성촌

내가 처음 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때

나와 함께 일을 하시던 주무관님과

급식실에서 근무하시던 영양사님이 예안 이씨이셨다.

두 분은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연이 맺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동성동본이라 혼인하기가 힘든 사이였는데...

길 옆으로 소나무가 우거진 길을 지난다.

성주는 길이 좁아 대형버스 두대가 지나치기에 힘들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서 중간중간에 빈 터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주차장에 도착

나는 아침에 빵이 양에 차지 않았는지 배고파서,

입구의 매점에서 오뎅 세개를 사먹고,

그 옆의 가게에서 성주와 함께

카푸치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먹는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도산서원은 오래전에 한번 다녀온 곳이다.

안동시에서 먼 곳

버스를 타고 와서 도산서원을 보고

다음 버스가 없어서 한참을 기다렸던 곳

주변에 식당이 없어서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면서

한참을 버스를 기다렸던 일

오뎅을 먹으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소나무 길 그 옆의 강

강 위로 조그만 섬이 있고 그 위에 조그만 비각이 있다.

사시단

정조 때 이곳에서 과거를 치르었고,

그 일을 기념해서 영의정 체제공이 글을 써서 비각을 세웠다.

서원 입구의 커다란 나무들

이 곳은 한여름에 와야 좋은 곳이다.

붉은 배롱나무꽃이 붉은 꽃을 토해내는 곳

하긴 병산서원도 여름이 좋다.

비탈진 곳에 계단을 쌓고

계단 주변으로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쌓여있다.

성주는 성주대로 도산서원이 유명해서

커다란 공간인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 좀 실망한 분위기이다.

그러면서 네이버에서 안동에서 가 볼만한 곳 순위에서

아래로 밀리는 이유가 작아서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안동시내에서 멀어서

순위가 밀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나에게 안동하면 첫번째가 도산서원이다.

도산서원과 퇴계 이황 선생님

오늘날 안동이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세울 수 있는 첫번째는

퇴계 이황 선생님 덕분이다.

퇴계 이황 선생님과 퇴계학파

집성촌과 농사로 이루어진 마을에

학문적인 결속체를 이루는 곳, 안동

김훈님의 지적대로 안동은 퇴계를 정점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전통과 예법을 오늘날에도 중시하는 안동, 안동 사람들

모든 것이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거를, 과거의 전통을 중시하고 지키고 살려나가는 사람들이

그런 곳이 있다는 것도 우리사회에서 그 만큼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

서원 안으로 들어간다.

계단과 축대

그 주변의 작은 집들

김훈님의 말씀처럼 도산서원의 매력은

아무런 치장을 하지 않은 간결한 구조의 건물들에 있다.

공부하는 곳에 화려한 치장은 어울리지 않다는 퇴계 선생님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건물에 베어있다.

작은 건물들

좁은 마당에는 퇴계 선생님이 좋아하시던 매화와 모란이 심어져 있고...

검소하고 소박한 분위기

여럿이 모여 공부하던 모습들이 건물의 모습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건물 앞에서는 낙동강과 주변이 아스라히 보인다.

자연에 쌓여 자신을 닦고, 학문을 공부하는 모습들

그런 분위기들이 절로 느껴진다.

도산서원을 나와 퇴계종택을 찾아간다.

언덕길을 오르고 시골길을 달려 퇴계종택에 이른다.

 

 

 

이 곳도 명성과는 달리 작은 기와집이다.

조그만 산에 기대어 지은 집

앞의 평지는 그나마 넓다.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집 앞의 멋진 소나무 한그루

사람들이 살고 있어 살금살금 들어가 집 안들 둘러본다.

살림집 옆의 건물

秋月寒水亭

건물 위 현판에 걸린 글

가을 달과 차가운 물

그 현판 안에 가을이 담겨있다.

퇴계고택을 나와 다시 안동 시내로 간다.

나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왔던 만휴정에도 가고 싶어했으나,

성주가 거기는 이곳에서도 한참 가야한다고 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

안동 시내에서 도산서원에 갈 때에는 그 길이 멀게 느껴졌는데,

도산서원에서 안동시내로 들어올 때에는 금방이다.

항상 초행길은 먼 것이다.

어젯밤에 들렸던 중앙로 문화의 거리에 와서

한참을 헤매 어제 주차했던 공용 주차장을 찾고,

주차장에서 가까운 안동관에서 안동 찜닭을 먹는다.

 

 

 안동의 대표적인 음식들

간고등어, 찜닭, 소주, 식혜, 헛제삿밥

많은 당면과 닭, 감자로 이루어진 안동 찜닭

밥과 찜닭, 거기에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매식사 때 마다 소주를 반주삼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행

점심을 마치고 이곳에서 가까운 법흥사지 칠층전탑을 찾아간다.

철길 옆 비좁은 터에 세워진 칠층전탑

국보 16호임에도 터가 좋지 않다.

안동에는 이렇게 문화재들이 많아

국보임에도 홀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옆에 임청각에도 가야 하는데,

술에 취해 임청각은 깜박했다.

전탑을 사진 찍고 안동 시내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로 간다.

영주를 지나면서 소백산 줄기가 멋지게 펼쳐져 있다.

한폭의 그림

날도 맑아 연화봉 천문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장쾌한 장면

긴 죽령터널을 지나고 단양 휴게소에서

Angel in us Coffee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이제사 술이 좀 깨는 것 같다.

원주로 와서 만종역으로 간다.

 

 성주와 함께 다녀온 1박2일 안동여행

안동은 버스노선이 그리 안 좋아

버스를 타고 다니면

많이 보지도 못하고 힘든데,

성주의 차로 편하게 여러 곳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임에도

옆에 성주와 성주와의 이야기가 있어서

그리 추운 줄도 몰랐다.

고마운 성주

내년에는 1박2일 기회가 되면

울진에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하여튼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돌아다녔던

즐거웠던 1박2일 안동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