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통영, 창원여행기... 둘쨋날(11.10)... 창원
엄정행님의 "가고파"를 듣고...(2012.11.26)
예전에 저는 통영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저를 태운 버스는 진주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중간에 마산을 들렀다가 가는 버스였습니다.
버스는 통영 버스터미널에서 나와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마산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높은 언덕에서 마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높은 언덕에서 창 밖으로 마산시내가 보이고
그 뒤로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 보였습니다.
그 바다를 보면서
저의 뇌리를 스치는 노래 하나.
그것은 엄정행님이 굵은 목소리로 부르신
"가고파"였습니다.
"내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마산이나 마산 앞바다라는
글이나 말을 들으면
어김없이
엄정행님의 "가고파"가 떠올려집니다.
새벽에 눈을 띄니,
창 밖 하늘이 붉다.
해가 떠오를 조짐
부지런히 일어나 베란다로 나간다.
이미 해가 떴는지 하늘이 붉고...
이 이른 시간에도
배들이 바다에서 들어오고, 나가고 있다.
어떤 작은 배는 호텔 앞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실은 이제까지 바다에서 해돋이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래서 내심 해돋이 사진을 바라면서
이 호텔에 묵은 것이다.
그런데 앞에 섬들에 가로막혀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는 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좋다.
이런 식으로나마 해돋이를 보고, 사진 찍을 수 있어서...
감지덕지
기쁜 마음에 바다를 바라보고...
한참 후에 섬 위로 해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장면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이다.
짧은 순간, 내 마음 속의 바람, 세가지를 기도 드리고...
평생 잊지 못할 한 장면
씻고, 방을 나와 1층 식당에서 조식뷔페를 먹는다.
STANFORD HOTEL & RESORT
여기 조식뷔페도 맛있다.
풍성한 음식들
토스팅한 빵에 계란과 베이컨, 치즈를 얹어
우유와 함께 먹는다.
호텔에서의 아침 식사
식사 후에는 호텔 앞 바닷가를 산책한다.
아침 산책
내가 비싼 돈에 이 호텔을 예약한 이유이다.
호텔방에서의 전경, 맛있는 조식 뷔페, 호텔 앞 산책길
파도소리와 바람
산에는 나무들이 울창하다.
해송
천천히 천천히 길을 걷는다.
그 길을 걸으면서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라진다.
어머니와 함께 걸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엄마는
호텔은 좋은데, 너무 비싸다고 했을 것이고,
조식 뷔페는 이제까지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다고,
아침 산책길이 너무 좋다고 말씀 하셨을 것이다.
그리운 어머니, 엄마
한산대첩길을 돌아나와
도남동 버스정류장에서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 할아버지는 어젯밤에 이 일대를 뛰어다니셨다고 말씀하신다.
11시간의 야간 마라톤
이 곳이 굴곡이 심해 뛰느라고 힘드셨다고...
그럼에도 힘든 기색없이 꼿꼿하시다.
당신이 좋아하시는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그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셨어도, 그럼에도
아름다운 청년으로 보였다.
열정
101번 신우희가로행 시내버스를 타고
통영 종밥버스터미널로 간다.
버스 안에서 아름다운 통영을 느낀다.
바다와 도시가 잘 어울리는 도시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
미항
버스터미널에서 마산으로 가는 좌석버스를 타고
남부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터미널에서 내려 해안길을 따라 국화축제장을 찾아간다.
축제장은 멀어서 한참을 걸어간다.
중간에 셔틀버스 정류장을 보았는데,
시간이 안 맞아 무작정 걸어간다.
축제장 주차장 앞에서는 국화열차를 타고
축제장으로 간다.
조그만 국화열차
어르신들도, 아이들도 좋아하는 국화열차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일부는 타지 못한다.
마산 국화축제장
오늘이 축제 마지막 날이다.
넓은 터에 국화들이 전시되어 있고,
사람들이 엄청 많다.
사진 찍기 힘들 정도로...
분재원에도 가보고, 야외의 이런저런 조형물들도 둘러본다.
축제장 건너편의 바다도 보고...
한켠에서는 수와진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노래를 들으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국화향 날리는 축제현장
오래간만에 국화전시회를 본다.
왁자지껄한 축제장을 나와 창동 예술촌을 찾아간다.
어시장 옆의 롯데 백화정
이 백화점이 예전에는 대우 백화점이었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중간에 힘들어서 A TWOSOME PLAC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간다.
카페 앞 공터에도 국화전시가 열리고 있다.
카페를 나와 도로를 건너 창동 예술촌으로 간다.
이 곳은 5년전에 한번 왔던 곳이다.
벽에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그 때에는 거리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렸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다.
창동 카페, 예쁜 수공예품졈, LP 가게, 많은 식당들
어느 마당에서는 동화 구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창동 예술촌, 상상길을 지나
가고파 꼬부랑길을 찾아간다.
지도 상으로는 가까운 거리인데,
지도를 이해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어느 아주머니께서 자신도 그 쪽으로 가신다면서
직접 입구까지 안내해 주시겠다고 하신다.
지난번에도 창동 예술촌까지 왔다가
가고파 꼬부랑길을 찾지 못해
그냥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도로를 건너고 한참을 걷는다.
나를 안내해 주시는 아주머니는
마산은 골목이 많아
마산 사람들도 마산을 잘 모른다고 말씀 해주신다.
또 뒤에서 차가 와서
비키시라고 말을 하니까
마산에서는 차가 사람을 피해야지,
사람이 차를 피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야무지고, 세상일에 당당한 마산 아주머니
마산에서 3.15 의거가 그냥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아주머니가 힘주어 말씀을 하신다.
폐선로를 지나 가고파 꼬부랑길 입구에 선다.
거기서 당당한 아주머니와 헤어진다.
가파른 골목길, 계단길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넘어가시기에는
너무 가파른 길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힘들게 고개를 오르시는 할머니에 대한
응원가로 들렸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응원가
할머니 힘드셔도 힘 내세요...
옆애 난간을 잡고 언덕길을 오른다.
주변의 벽화들을 사진 찍고...
블로그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림들이 맘에 들었는데,
실제 와서 보니까 그저 그렇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가...
좁은 골목길, 허름한 집들
그 골목길을 돌아다니면서
묵호 논담골길이 자연스레 떠올라졌다.
먹고 사는 일의 힘겨움
비탈진 골목길처럼 삶도 녹녹치 않다.
언덕을 다 오르니, 집 담 위의 커다란 개가
나를 보고 마구 짖어댄다.
너 그러면 우리집 뭉치한테 이를거야...
커다란 절 앞에서 길은 막히고,
다시 내려가 절 앞 골목길을 지나 건너편으로 넘어간다.
언덕 위라 아래 전망이 좋다.
바다와 산과 도시
마산 시가지
그런데 생각보다 날이 맑지 못해
그 전경에 아쉬움이 든다.
절 아래 길을 따라 내려가니,
문신 미술관이 나온다.
마산의 조각가, 문신
"문신은 조각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자고 했다.
추상 조각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한국 미술 조각의 세계 진출을 주도했다.
일본으로 밀항해 니혼미술학교 양화과에서 공부했다.
광복 후 귀국해 마산 부산 서울 등지에서 10여 차례 개인전을 갖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주로 회화에 몰두했었으나, 프랑스로 유학을 가 파리 북쪽의 리버넬 성 보수작업을 맡으면서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회화와 조각을 병행해 일찍이 현대 미술에 종합 장르 개념을 도입했고,
작품에 있어서 크기의 감각과 생명적 이미지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었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특히 동양인 최초로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등
동유럽 순회전시를 했다.
이처럼 순수초상 조각가로서의 국제적으로 확고한 위치를 굳혔다."
마당의 문신님의 노동하는 모습
문신님은 노동하는 조각가이셨다.
외국에서 돌아오셔 직접 땅을 마련하고
일일이 자신의 수고로 이 미술관을 만드셨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에 이 미술관을 마산시에 기부하셨다.
진정한 마산시민
마산을 사랑했던 예술인
문신 미술관을 나와 그 아래 창원시립마산박물관으로 간다.
1층의 유럽 도자기전
2층의 마산박물관
예전에 창원 지역에 한나라가 있었다고 한다.
왜와 낙랑과 교역을 하는 무역국가
그런데 신라와의 무역전쟁으로 신라에 병합되었다고 한다.
나는 창원 대방동에서 철이 생산되어
그것을 바탕으로 가야가 번성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마산 박물관을 나와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간다.
나는 계단길이 경사가 급해
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아이들은 겁도 없이 콩콩 뛰면서 내려간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난 얼마나 몸이 무거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아이들
몸도, 마음도, 생각도 가벼울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중간 의자에 앉아 쉬었다가 내려간다.
주변의 키 큰 나무들
KT 신마산지점 버스정류장에서
103번 대방동성APT행 시내버스를 타고,
마산역으로 간다.
마산역 365병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역 앞의 신라 해장국 & 갈비찜에서
갈비탕을 먹는다.
아침에 얼마나 배불리 먹었는지
세시가 지나가는데도 그리 배고프지 않다.
식사 후에는 길 건너편의
Angrl in-us coffe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배낭에 있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는다.
이 카페는 카페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간 카페이다.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영호와
부모님 없이 살아가는 동수와 동준이가
영호네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가난한 마을의 가난한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한참을 카페에 앉아있다가
마산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