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지리산 아랫동네 여행... 셋쨋날( 5. 2)... 하동 쌍계사와 최참판댁
어젯밤에는 jtbc 뉴스룸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일찍 잠 들었다.
그 만큼 피곤했나 보다.
더운 날씨에 걷고 또 걷고...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TV를 켜고 KBS 2TV 세상의 모든 다큐 "조애나 럼리의
인도기행 - 2부, 과거의 어두운 그늘"을 본다.
리포터 럼리는 간디에 의해서 카스트 제도가 없어졌는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크게 놀란다.
놀람을 넘어 분노로...
어떤 젊은이가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람들에게 맞아 죽었는데,
그 젊은이가 불가촉 천민이라 그 젊은이를 죽인 사람들은
처벌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젊은이의 어머니의 눈물
인도가 IT 천국에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처럼 에이스 크래커에 치즈를 얹어 우유를 마신다.
씻고, 모텔을 나와 시장과 읍내를 지나
하동시장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버스를 기다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버스 정류장에서는 어느새 이야기판이 벌어진다.
집에 암탉만 두마리 있어 시장에서 숯탉을 사셨다는 할아버지
손주 두놈이 쑥쑥 자라 세살이 되었다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흐뭇해하시는 모습, 웃음
9시 15분에 기다리던 쌍계사행 농어촌 버스가 온다.
차장이 있는 농어촌 버스
차장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짐들을 받아 버스에 올리시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자리에 앉으신 후,
오라이, 가입시더... 라는 우렁찬 목소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버스에서 내리실 때에는
올라오실 때처럼 짐을 버스 아래로 내려놓으신다.
따뜻한 장면들
추억의 장면들...
버스는 어제와는 달리 하동쪽 도로를 달린다.
옆에 섬진강을 끼고...
자연스러운 섬진강
아름답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인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다운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19번 국도
오래 전에 19번 국도 도보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남정우님의 "길 위에서 띄우는 여행편지"
남해 미조항에서 출발하여 하동과 구례를 지나 원주까지 이어지던 길
"검붉은 섬진강 수면 위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장엄하다.
지친 발걸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백로 한 마리가 날개를 휘적휘적 내저으며
강심을 가로지른다. 이 땅이 내게 보여주는 것들은 어디를 가든
정직한 감동으로 와 닿는다. 화려하지 않으며 꾸밈없는 자연과
그곳에서 어우려져 살아가는 질박한 사람들의 모습, 그 모습들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발걸음은 피곤하지만 마음이 즐거운 연유이다."
남정우님의 "19번 국도 남해- 원주 길 위에서 띄우는 여행편지" 중에서... p.56
어제 갔었던 화개 공용버스 터미널을 지나 쌍계사에 도착
쌍계사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 않고 무작정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아무리 올라가도 쌍계사 이정표가 보이지 않고...
이 도로는 칠불암으로 가는 길인데, 한 없이 걸어도
이정표는 나타나지 않는다.
걷다가 어느 식당에서 물어보니까, 다시 아래로 내려가라고 하신다.
아침부터 헛힘을 뺐다.
아침부터 이런 낭패를 당하다니...
칠칠치 못한 나를 자책하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계곡 건너편은 온통 차밭이다.
차밭의 고장, 하동
섬진강 건너편 백운산 아래는 매실밭이고,
지리산 아래는 차밭이다.
지리산이 품고 키운 차밭
계곡을 건너 이정표를 따라 쌍계사에 도착
"쌍계사의 유래는 신라 성덕왕 때인 722년, 대비와 삼법 화상이 중국에서 육조
혜능의 정골사리를 모셔와 봉안한 데서 비롯된다. "내 정골은 동방 강주{지
금의 진주)의 설리갈화처에 묻으라"는 현몽을 받은 삼법화상은 '눈 속에 칡꽃
이 핀' 길지를 찾아 사리를 안치하였다. 830년에 진감 혜소 국사가 삼법화
상의 절터에 '옥천사'를 세웠는데 이것이 지금의 쌍계사다"
한선영님의 "길이 고운 절집" 중에서... p.175
입구의 세문이 일렬로 세워져 있어 쌍계사의 구조가 질서정연하게 다가온다.
입구의 커다란 나무들
키 큰 나무들과 정갈한 경내
마치 일본의 어느 절에 와 있는 것 같다.
진감선사 탑비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의 비문이라 유명하다고 한다.
마애불, 시골 할머니 모습의 부처님
친근하고 후덕하시고, 착해보이시는 보살님
20년전에 쌍계사에 한번 왔었었다.
너무 오래되어서 쌍계사에 대한 기억들은 다 잊혀지고,
할머니 불상님만 기억에 남았다.
언덕을 내려와 다리를 건너면 금방 버스정류장이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의 쌍계사를 제쳐두고,
멀리까지 헤매다 왔다.
다시 한번 나를 책망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사이다를 마시면서 하동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최참판댁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최참판댁 버스정류장 도착
정류장 뒷편의 악양 들녘과 가운데 부부송을 내 사진기에 담는다.
부부송은 너무 멀어 내 사진기에 잡히지 않는다.
지리산과 섬진강 사이의 너른 들녘, 악양 들녘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도로를 건너 최참판댁 입구의 식당, 평사리 국밥에서
노르웨이산 고등어 구이를 먹는다. 늦은 점심
예쁜 그릇에 담긴 반찬들
지리산에서 캐왔을 나물들
방풍나물, 머윗잎
고등어도 크고 맛있다.
낯선 식당에서 대접을 받은 느낌
식사 후에는 그 옆의 빵집, 파란들 천연발효 빵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면서 공책에 열심히 오늘의 여행기를 쓴다.
카페를 나와 언덕길을 올라 최참판댁으로 간다.
이곳도 하동 여행의 인기코스인지 사람들이 많다.
나도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박경리님의 토지의 본고장
입장료 2천원
언덕 양편의 가게들
도로 옆으로는 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다.
SBS 드라마 토지세트장
초가집들
정겨운 마을풍경
그 집들 위로 박경리 문학관이 있다.
입구 마당의 박경리 선생님 동상
한옥 형태의 박경리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본다.
벽에 소설의 일부가 씌여 있어 그것을 천천히 읽는다.
추석, 해방
갑자기 터져나온 해방소식에 기뻐하면서 대한민국만세를 목청껏 외친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해방을 맞은 사람들의 심정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셨다.
문학관 앞에서도 예의 악양 들녘이 보인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악양 들녘
들녘 뒤로 돌아나가는 섬진강도 보인다.
한참을 쳐다본다.
그래, 대하소설 토지의 시작은 이 앞의 악양 들녘이 그 시작이었어
땅을 믿고, 땅을 의지하고, 땅을 일구던 사람들
그래서 악양 들녘은 인문적 향기가 가득찬 곳이 된다.
제목이 토지가 되고...
실제로 전남 구례군 토지면도 있다.
건너편의 최참판댁으로 간다.
대갓집답게 집도 엄청 크다.
별당,,, 별당 아씨가 살던 곳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했던 토지의 주인공
조준구에서 배앗겼던 땅을 다시 되찾은 강인한 여성
별당 옆의 조그만 호수와 주변의 키 큰 나무들
그 나무들로 운치 있는 정원이 되었다.
가옥 뒷편의 울창한 대나무숲
집이 커서 한참을 돌아다닌다.
사람들이 많아 사진 찍기도 힘든 곳
최참판댁을 둘러보고 나와 그 앞에서 다시 한번 악양 들녘을 내다본다.
언덕길을 내려오고, 도로를 건너 최참판댁 버스정류장에서
하동으로 가는 농어촌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시간표를 보니, 50분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 기다리자, 시간이 좀 먹나...
50분을 기다려 하동행 농어촌 버스를 타고 하동시장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하동시장 안의 형제식육식당에서 한우모듬구이 2인분을 먹고,
어제 저녁 때 갔었던 Angel in-us Coffe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공책에 오늘의 여행기를 쓴다.
카페를 나와 어제 하룻밤 잤던 모텔을 찾아가
모텔 근처의 풀마트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에이스 크래커, 우유, 사이다 등을 사고 모텔로 들어간다.
모텔에서...
내 동생에게 모텔에 들어왔다고 카톡을 보내고,
양말을 빨고, 찬물에 목욕을 한다.
목욕 후에는 KBS 2TV 불후의 명곡을 보면서
오늘의 여행기를 이어쓴다.
쓰다가 힘들어서 침대에 누워
MBC 뉴스데스크와 KBS 1TV 9시 뉴스를 보고,
잠자리에 든다.
*어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