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산"을 보고...
11. 영화 "변산"을 보고...
나는 래퍼
고등학생 때에는 시를 썼지만,
나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뭐같은 세상에 열 받아서
속사포같은 말로
세상을 욕하기로 했다.
고향은 서울, 가족이 없다.
그런 어느 날 고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버지가 뇌졸증에 쓰려져 병원에 누워 계신다고...
이런 시발...
오디션 준비를 미루고 고향으로 달려간다.
아버지는 건달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수배 중이라 빈소에 오시지도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를 오래간만에 찾으러 가는 것이다.
병실에는 학교 때에서부터 나를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별로 관심이 없다.
고향 친구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여자도
전주에서 고향으로 내려와 피아노 학원을 차렸다.
이미 애인이 있어 관심이 없다.
미운 아버지를 보고 다시 서울로 갈려고 하는데,
일이 꼬인다.
보이스 피싱 용의자로 경찰서에 끌려가고,
예전 교생 선생님, 학교 선배의 도움으로
경찰서는 나오지만, 고향을 떠날 수 없다.
역시 고향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 때 나에게 얻어 맞던 꼬봉은
동네 건달이 되어 나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고...
건달과의 내기로 건달의 운전사가 된다.
역시 고향은 내 고향이 아니었어...
소설을 쓰는 나를 짝사랑했던 여자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완성이 된다고 한다.
뭔 말인지...
고향에 있는 동안, 그 여자와 가까워지고...
그 여자의 말에 감동을 먹기도 한다.
이게 아닌데...
건달과의 한판 승부로
건달의 사슬에서 풀려나고...
일몰을 보고 싶다던 그 여자와 함께
일몰을 보러 간다.
바다 너머로 장엄하게 지는 해
내 고향은 폐항
너무 가난해서 보여줄 것은
일몰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 여자와 결혼을 한다.
고향은, 아버지는
지울 수도, 없앨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질기고도 질긴 인연의 끈
청춘과 사랑
해넘이처럼 장엄하지도,
해맞이처럼 희망적이지도,
않는 것
그저 그런 청춘과 사랑 이야기를
여려 이야기를 섞어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
두 사람이
바다가 보이는 어머니의 산소에서
해넘이를 바라본다.
바다 뒤로 넘어가는 해
그 해의 햇빛이
두 사람을
두 사람의 사랑을
또한 영화를 보는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한편
문학적인 표현들이 많아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긴 호흡의 장편소설이 아니라,
여려 중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진
소설집 한권을 읽는 기분
마지막으로 김 고은님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는 일품이었다.
영화 "변산"
감독 : 이 준익님
출연 : 박 정민님, 김 고은님, 장 항선님, 신 현빈님, 고 준님
2017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