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138.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김 훈님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예전에 소설을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었었다.
치욕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던 소설
1636년(인조14년) 그 해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1. 김 상헌이 나룻배를 끄는 노인을 따라 꽝꽝 언 송파강을 건넌다.
그 노인이 길을 잘 알아서 그 노인의 도움으로 송파강을 건너
남한산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전에는 임금님 일행을 안내해 주었고,
그 다음에는 여진족의 길 안내를 하였고,
지금은 자신을 안내하고 있다.
김 상헌은 그 노인에게 어떻게 조선 사람이
여진족 군대를 안내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까,
조선의 임금은 길 안내를 해주었는데도,
좁쌀 한톨 주지 않았는데,
여진족은 식량을 내어 주었다고 이야기 한다.
노인에게 중요한 것은
조선이 아니라 긴 겨울을 이겨낼 식량이었다...
#2. 영의정과 최 명길은 새해 들어
여진족에게 나눠 줄 음식을 전하기 위해
음식을 가지고 여진족 진영으로 온다.
그들을 안내하는 사람은 조선인 통역관, 정 명수
영의정은 그에게 조선 사람이 어떻게 여진족을 위해 일하느냐고 따지고,
정 명수는 자신은 조선에서 노비이었고,
그래서 조선에서 "사람"이 아니었다고 이야기 한다.
#3. 남한산성에서 힘든 겨울을 보내던 왕과 신하들은
여진족에 화친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내기로 한다.
그 글은 최 명길이 쓰기로 한다.
그 글을 읽고, 많은 신하들은 생명을 구걸하는
비굴한 글이라고 성토한다.
그러자 최 명길은 이 글은 글이 아니라 삶이라면서
단호히 맞선다.
#4. 왕 앞에서 최 명길과 김 상헌은
여진족과 화친을 맺을 것인지, 싸울 것인지 언쟁을 벌인다.
김 상헌은 조선의 임금이 오랑캐 칸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죽어서라도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최 명길은 굴욕적이더라도
오랑캐와 화친을 맺는 것이
왕도 살고, 백성들도 사는 길이라고 언변을 토한다.
김 훈님의 이야기처럼
남한산성에서 말들만 무성하다.
살고자 하는 말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자는 말들로
성 안은 또 다른 전쟁터를 이룬다.
이 소설의, 이 영화의 또 다른 묘미이다.
두 사람 말이 서로 다르면서도 둘 다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 안에 말들이 무성하여도
성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해야 할 일들이 없었다...
#5. 성 안의 음식들은 다 떨어지고...
말들은 풀이 없어 굶어죽을 판이다.
병사들의 추위를 막기 위해 나눠 주었던 멍석을 다시 걷어
말들에게 먹이를 주지만,
죽어가는 말들을 살릴 수는 없었다.
말들이 죽고, 말을 끓어 군사들에게 나눠준다.
#6. 정월 대보름
기다렸던 원정군은 오지 않고,
임금은 최 명길의 이야기 대로,
성 안을 내려가
여진족 칸에게 무릎을 꿇고,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린다.
삼전도에서의 치욕
소설은, 영화는
그 치욕으로 죽음을 면할 수 있었음을 이야기 해 준다.
결국 임금은 오랫동안 비워 두었던 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보고 싶어했던 영화였다.
또 소설 만큼 잘 만든 영화였다.
역사의 한 부분을 차근차근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았다.
눈 쌓인 남한산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무었보다도 연기자들의 연기가 좋았다.
최 명길역의 이 병헌님,
김 상헌역의 김 윤석님
인조역의 박 해일님
명품 배우들에 명품 연기들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로
영화의 깊이를 더하는
감명 깊은 영화였다.
주말 아침
커피 한잔과 좋은 영화 한편으로
행복했던 주말 아침이었다...
영화 "남한산성"
감독 : 황 동혁님 원작 : 김 훈님
출연 : 이 병헌님, 김 윤석님, 박 해일님, 고 수님, 박 희순님
송 영창님, 조 우진님, 이 다윗님, 허 성태님, 김 법래님
조 아인님
2017년작
*내가 이제까지 감상문을 올린 영화 중 이 병헌님 주연의 영화들
그것만이 내 세상(70). 광해, 왕이 된 남자(71). 협녀, 칼의 기억(93)
내 마음의 풍금(129), 남한산성(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