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찾아서

공지영님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 중에서

자작나무1 2012. 6. 30. 10:50

"어제 H씨에게 질문할 거 뽑으려고 하다가 선배랑 내가 인터뷰한 글을 다시 보았지.

  선배가 그랬더라구.

  죽고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진짜로 죽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운명에 대한 대결같은 거.

  그것은 맞서는 대결이 아니라 한번 껴안아보려는 그런 대결이었는데,

  말하자면 풍랑을 당한 배가 그 풍랑을 이기고 가는 유일한 방법은 그 풍랑을 타고 넘어가는 것같은 그런 종류의 대결......

  내게 이것을 가르쳐 준 것은 글이었는데 글은 모든 사람의 가슴에서 넘치다가 엎질러져 나오는 것이고

  그렇게 엎질러져 나온 글들은 상처처럼 빨간 속살에서 터져나온 석류알처럼 우리를 기르고 구원하니까요, 했더라구"

 

 소설 제목에 쓰인 '글목'이란 말은 '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이라는 뜻으로 작가가 지어낸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