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울산, 양산 통도사 여행기... 첫쨋날
어젯밤에는 TV에서 개그콘서트와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 중계를 보느라고 늦게 잠이 들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운 날들이 많다.
짧은 장마에 긴 가뭄... 그러다 보니 낮에는 무지막지하게 덥고, 밤에도 열대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에 일찍 기차를 타고 울산으로 갈려고 오늘 아침에는, 아니 새벽 5시에 비몽사몽간에 일어난다.
대충 씻고, 아침은 거르고 밖으로 나간다.
집 밖은 처음에는 새벽시간이라 선선하고, 어디에선가 풀벌레소리가 들려 가을이 멀지 않았구나 싶었는데,
조금만 걸어나가니 더워지고 땀이 비질비질 샘솟기 시작한다.
신도림역에서 서울역으로 가고...
아직 기차시간이 남아있어 매점에서 아침을 대신할 빵과 우유를 산다.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라타고...
기차는 정시 7시에 출발한다.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기차 안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 부족한 잠을 메꾸기 위해 잠을 청한다.
잠이 오지 않는 가운데 기차는 울산을 향해 힘차게 내달리고...
대전과 동대구를 거쳐 9시 20분에 울산 KTX역에 도착한다.
이렇게 일찍 울산에 올 수 있다니... 당일치기 울산여행도 가능하겠구나 생각한다.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방어진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오른다.
방어진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는 생각 못했는데...
여행의 시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기분이다.
여행의 처음이 순조로와야 끝까지 여행이 무탈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내가 탄 리무진버스는 울산 시내를 거쳐 아산로를 달려 꽃바위 버스종점에 도착하고...
아산로를 지나가면서 도로 주변의 현대 공장들을 본다.
울산시 가운데 현대시가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올려진다.
아산이 호였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도 생각나고...
나의 첫번째 기대와는 달리 버스종점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일산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일산해수욕장에 도착.
예전에는 부산에 있을 때 울산에 자주 놀러 왔었다.
그 때에는 울산에는 방어진만 있는 줄 알고 방어진의 일산 해수욕장과 대왕암만 줄곧 찾았다.
도심 옆에 호수처럼 펼쳐진 일산 해수욕장과 대왕암으로 가는 도중의 소나무숲이 너무 맘에 들어 자주 찾아왔다.
그러다가 서울로 올라와 직장을 얻고 서울에서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10년이 넘어서야 울산에 다시 올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오래간만에 바라보는 일산 해수욕장과 건너편의 대왕암 송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랫간만에 어릴적 친구를 만난 듯 기쁘고 반갑다.
일산 해수욕장에는 더운 날임에도 별로 사람들이 없다.
너무 더워서 그런가, 평일이어서 그런가 모르겠다.
해수욕장을 빙 에둘러서 대왕암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올라선다.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본 일산 해수욕장이 멋지게 다가온다.
위의 소나무숲도 멋지고...
입구부터 멋진 소나무들이 반겨주고 있어 은근 명품 소나무숲이 기대가 된다.
간간이 바닷바람도 불어오고...
송림에는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소나무숲에 들어오니, 바람도 한결 가벼워지고, 그늘이 주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산책로는 곳곳이 바다로 이어지고 바다로 나아가면 넓게 펼쳐진 바다가 기다린다.
일산해수욕장과 그 뒤의 도시들, 멀리 현대중공업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돗자리를 깔고 쉬고 계신다.
나도 의자에 앉아 한참을 바닷바람을 쐰다.
명품 숲길 산책로를 따라 길을 걷고,
어느 정도 걸으니, 울기등대가 나온다.
그런데 오늘이 월요일이라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등대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아쉬움을 철문에 매단 채 다시 길을 걷는다.
대왕암 앞에 커다란 우체통이 서 있고,
바위와 바위를 이어주는 철제 다리를 건너 대왕암으로 간다.
이곳은 바다 한가운데 바위들이 솟아있어 좀전의 송림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내민 손이 바람에 흔들릴 정도이다.
나중에 서울에 올라와서 막바지 여름 더위에 지칠 때쯤이면 이 곳의 바람들이 오롯이 생각날 것 같다.
대왕암을 빠져나와 슬도 이정표를 따라 해안 산책로 D코스를 걷는다.
예전에 대왕암에 자주 찾아왔는데, 그 때는 슬도를 알지 못했었다.
이번에 울산으로 오면서 다른 님들의 블로그를 찾아보다가 슬도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몸으로 직접 돌아다닌다고 해서 그곳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해안산책로 D코스는 조그만 돌들이 널려있는 몽돌해변을 지나고, 누군가의 밭 옆을 끼고, 그림이 그려진 골목길을 따라 슬도로 이어진다.
그런 다양한 길들에서 이곳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엿보는 것 같다.
일산해수욕장 뒷편의 화려한 건물들과 요란한 간판들과는 다른
조금은 초라하고, 궁색하고, 고달픈 그래서 웬지 쓸쓸해 보이는 삶의 편린들...
슬도 앞 조그만 항구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슬도로 이어진 방파제길을 걷는다.
방파제를 걸으면서 지난 여름 여수의 오동도로 가는 긴 방파제를 떠올린다.
그 날 난 행복했나...
슬도 입구에는 어미고래가 아기고래를 등에 업은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둘러보고,
슬도 등대에 다다른다.
슬도는 방어진항 입구에 있는 조그만 섬으로 바닷물이 섬에 부딪힐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슬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슬도라는 이름에서 우리 선조님들의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슬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등대 옆 스피커를 통해 거문고 소리가 울려퍼진다.
좀전의 대왕암에서 보았던 커다란 우체통과 이런 거문고 소리는 참으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훌룡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그런 생각들과 함께 속초의 영금정에도 이런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금정이라는 이름에 맞춰 가야금 산조가 들린다면 얼마나 멋질까...
등대 바로 밑은 포인트인지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슬도를 나오고 긴 골목길을 빠져나와 울산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