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박3일 밀양여행기... 첫째날(10. 1)... 영남루가 있는 도시, 밀양

자작나무1 2012. 10. 4. 20:04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영등포역에서 해운대행 무궁화호(08:02)를 탄다.

나를 태운 기차는 대전과 대구를 지나 대추과수원이 있는 경산과 감이 많은 마을 청도를 거쳐 밀양역에 도착한다.

밀양역을 빠져나와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한동안 걷는다.

한참을 걸은 후에야 역 앞의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추석 다음날이고, 지방이라 서울처럼 문을 연 식당이 없을텐데... 그런 걱정이 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주위의 문을 연 식당을 찾으면서 다리를 건너고 삼문동으로 들어선다.

밀양강이 느긋하게 흘러가고 그 주위로 고수부지에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조금 더 가니 솔밭 입구에 조그만 노점상이 나타나고...

캔커피를 하나 사서 베낭 속에 있는 약과와 함께 먹는다.

대충 요기를 하고 삼문동 솔밭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 넓지 않은 면적 안에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하늘을 뒤덮은 솔잎들로 인해 안쪽은 어두울 정도이다.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걷고... 이내 솔밭을 빠져 나온다.

앞으로 넓은 고수부지가 펼쳐지고, 그 뒤로 밀양강은 편한 자세로 몸을 풀고 있다.

어느 정도 걸으니, 커다란 그네가 나타나고...

커다란 그네에서는 젊은 아버지가 어린 딸을 그네에 태우고 뒤에서 열심히 밀어주고 있다.

그런 다정한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그네를 지나자 강 건너편으로 영남루와 무봉사, 그 위로 읍성의 망루가 올려다보인다.

 

 

 고수부지에서 둑방으로 올라와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다리를 건넌다.

강 위로는 여러 오리배들이 한가로이 떠돌고...

지방도시의 한적함이 저절로 묻어난다.

강쪽길로 해서 계단길을 오르고...

제일 먼저 아양각이 반겨준다.

아양이 TV드라마의 소재로 나와서인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좁은 사당 안에 몰려있다.

나는 조그만 아양각보다는 그 옆의 오래된 나무가 더 마음에 드는데...

다시 계단을 내려섰다가 나무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고...

사거리가 나온다.

건너편의 작곡가 박시춘 선생님 옛집에 간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수없이 많은 곡들을 작곡한 박시춘 선생님.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38선',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등

무려 3,000여곡의 가요를 작곡한 박시춘 선생님은 그 시대의 산 증인으로 느껴진다.

박시춘 선생님의 노래와 삶 속에는 그 시대 우리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제 치하와 8.15, 전쟁과 가난, 거기에 사랑과 이별의 눈물까지...

조그만 초가와 흉상, 노래비가 세워진 생가를 둘러보고 나온다.

그 다음에는 대나무가 빽빽히 둘러쌓인 비탈길을 올라 무봉사에 간다.

 

 

 비록 무봉사는 협소한 터에 세워진 작은 절에 불과했지만, 그 앞에서 보는 전경은 참 넓다.

아래로는 밀양강이 흐르고, 그 뒤로는 아까 지나친 솔밭과 삼문동 일대, 그 너머로는 밀양을 둘러싼 산들이 보인다.

내가 개인적으로 밀양과 언양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 곳에는 멋진 산들이 많아서이다.

높고 낮음을 떠나 산들이 야물차게 보여서 힘있게 보여 좋다.

함께 산에 다니는 형은 이곳에 와서 산들을 보고 미남, 미녀 산들이 모여 있다고 얘기했던 것이 떠올려진다.

무봉사를 내려와 영남루 안으로 들어선다.

밀양강 옆의 조그만 산봉우리에는 읍성과 무봉사, 박시춘 생가, 영남루 등 모두 모여있다.

우선 천진궁에 들어가본다.

예전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중앙의 관리들이 밀양에 올 때 숙식을 해결하는 객사였으나,

몇번의 화마를 입고, 지금은 단군을 모시는 성전으로 만들어져 있다.

개천절을 몇일 앞두고, 이런 곳에 찾아오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

다만, 단군은 우리 민족의 시원 같은 존재이지만, 너무나 먼 인물이어서 그런지 어떤 느낌도 받을 수 없었다.

우리가 단군의 민족, 배달의 민족이라고 종종 이야기하지만,

그런 이야기들도 너무 자주 들어서 그런지 어떤 느낌을 받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건너편의 영남루 앞에 선다.

 

 

 

 우선 앞의 배롱나무가 아직도 붉은 꽃을 매달고 있다.

시월에도 붉은 배롱나무꽃을 볼 수 있다니. 참으로 반갑다.

크고 넓은 영남루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몇년 전에 여름인가, 8.15 아침 일찍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너무 이른 새벽 시간이라 관리인 한분 밖에 계시지 않았었다.

무작정 넓은 영남루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느긋하게 잠을 잤던 기억들...

영남루 앞에 서니, 그 날의 기억들이 또렷하게 떠올라졌다.

웬지 따뜻하고 편안한 기억으로...

여러 방향에서 영남루를 사진에 담고, 영남루를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