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박3일 밀양여행기... 둘쨋날(10.2)... 재약산 산행

자작나무1 2012. 10. 7. 13:36

 모텔에서 아침 일찍 일어난다.(04:30)

TV로 음악방송을 들으면서 일단 컴퓨터로 블로그를 확인하고,

간단히 씻고 모텔을 나온다.

거리에는 차도 거의 없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05:30)

한참을 도로 옆에서 기다린 후에 지나가는 빈택시가 다가와 붙잡아 타고 밀양 버스터미널로 간다.

텅빈 터미널에는 어둠만이 자욱하고...

06:30분에 출발하는 표충사행 시내버스 표를 끊는다.

버스승차장에 나가니 몇몇 분의 기사님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근처 의자에 앉아 버스 출발시간이 다가오기를 멍하니 기다리고...

어두워진 하늘 저편으로 조금씩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표충사로 가는 버스가 들어오고, 냉큼 버스 위에 올라탄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

산외면과 단장면을 지나간다.

단장면에도 대추과수원이 많다.

경산 뿐만 아니라 밀양 단장면에도 대추가 유명하구나 알게된다.

단장면을 지난 버스는 단장천을 옆에 끼고 한없이 올라가고...

올라갈수록 멋진 산의 윤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영남알프스의 품 안으로 들어가고 있슴을 깨닫는다.

나는 설악이나 지리산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영남알프스는 정상에 서면 넓게 펼쳐진 억새밭이 보기 좋아 자주 왔다.

6년전 여름에는 혼자서 언양에서 배내고개에 올라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산으로 길게 산행을 하였고,

4년전 여름에는 아는 형이랑 석남사에서 가지산으로 올라가 운문산을 거쳐 석골사로 내려왔다.

항상 영남알프스에 오면 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잘 보이고, 능선을 따라 편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버스는 이내 버스종점에 도착하고...

종점 부근의 문을 연 식당을 찾았으나,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그런지 영업을 시작한 식당은 없다.

베낭에 얼마간의 먹을 것이 있으니, 그걸 배고프면 먹을 요량으로 발걸음을 표충사로 옮긴다.

일주문을 지나고...

아무도 없는 빈 숲에 공기마저 상쾌하여 저절로 흥이 돋구어진다.

절 앞에 불을 켠 간이카페가 보이고, 카페는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카페로 달려들고...

따뜻한 커피 한잔에 토스트 2개로 아침을 해결한다.

앞의 떡갈나무숲에서는 바람이 없어도 도토리가 두드룩 두드룩 떨어지고...

어디선가 한 할아버지가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우시고...

반대편에서 노스님이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서 그 할아버지께 말 없이 드리신다.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라는 소설을 다시 읽고 있다.

거기에서 주인공 와타나베가 여자친구 미도리랑 만났다가 헤어질 때 미도리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라진다.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했던 말

peace

조용한 숲속에서 어떤 할아버지와 노스님의 모습은 내게 평화 그 자체로 다가온다.

 

 

 아침으로 우유와 토스트로 때우고 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표충사 담장을 왼쪽으로 돌아 산으로 들어간다.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지고...

진불암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오름길을 재촉한다.

가을임에도 이 곳은 물이 많아 물이 내려오는 소리가 우렁차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듣는 물소리는 정겹기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앞선다.

계곡길을 한참을 올라가다 한계암과 그 앞의 폭포가 나타나고...

한계암 이후 돌계단길과 나무계단길이 연이어 나타나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꾸준히 산길을 오른다.

어느 정도 오르자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너덜지대 앞에 한가족들이 앉아서 쉬고 계신다.

나 보다 30분 먼저 산에 올랐다고 한다.

가파른 너덜길을 조심스럽게 건너고

조릿대 사이로 지그재그로 만든 길을 쉬면서 오른다.

하늘은 더욱 가까와지고, 건너편으로 능선이 바라보인다.

그럼에도 길은 위로 위로 계속 올라가고...

웬 만큼 올랐음에도 길은 계속 이어진다.

길 한편으로 바위전망대가 나타나고...

바위전망대에서의 전망도 좋다.

밑으로 표충사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긴 계곡과 표충사로 오는 도로...

그 건너편으로 조그만 마을들과 논, 밭

그 뒤로 밀양시내가 어렴풋이 보인다.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사과를 먹으면서 한동안 편안하게 쉰다.

 

 

 다시 베낭을 걸쳐메고, 길을 나선다.

위로 재약산 사자봉이 우뚝하고...

한차례의 오름 끝에 사자봉에 올라선다.

사자봉에는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신 등산객들로 붐빈다.

날씨도 좋아 멀리까지 내려다보이고...

능선을 따라 넓은 평지가 펼쳐지고...

다시 한번 영남알프스에 와 있슴을 눈으로 확인한다.

다음에 영남알프스에 또 다시 온다면 나도 케이블카를 타고 와야지 맘을 먹는다.

사자봉 표지석에는 천황산 1,189m라고 씌여 있다.

그런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천황산은 일제 때 표기라고 하면서,

요즘은 재약산 사자봉이라고 부르고 있다.

얼음골에는 천황사라는 절도 있는데...

하여튼 나도 다른 사람들의 명칭에 따라 재약산 사자봉이라 부른다.

 

 

사자봉을 내려가기 시작하고...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전망대가 또 다시 나와 가서 주위를 조망하고...

천황재로 부지런히 내려간다.

길 왼편으로 영남알프스의 좌장격인 가지산이 보인다.

그 옆의 운문산은 가지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천황재로 내려가자 억새밭이 펼쳐진다.

영남알프스의 또 다른 매력이 정상 주위의 넓게 펼쳐진 억새밭이다.

활짝 팬 억새꽃에게서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슴을 느낄 수 있다.

천황재에 있는 털보산장으로 들어가 라면과 커피를 시키고...

산 위에서 먹는 라면은 아주 맛이 있다.

산장에서 다 떨어진 물을 보충하고 수미봉을 향해 오름길을 오른다.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넓은 억새밭과 사자봉이 우뚝하고...

그런 풍경에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오름길은 어느새 바윗길로 변하고...

갈수록 험한 바윗길에 조심 또 조심하면서 바위 능선을 탄다.

주위의 빈나뭇가지 위에서는 까만 까마귀들이 무심히 나를 쳐다보고...

어느새 수미봉에 도착한다.

수미봉 표지석에는 재약산 1,108m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렇게 재약산 두 봉우리에 다 오르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언제 어디서나 찾아가도 항상 반겨주는 산.

그런 믿음직하고 듬직한 친구 같은 산이 있어 난 정말 행복하다.

고사리분교 방향으로 길을 나서니,

지난번에 갔었던 간월재와 신불, 영축산 능선이 멋지게 보이고...

돌길과 미끄러운 모랫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아래로는 고사리분교터와 넓은 억새밭이 내려다 보이고...

조그만 바위전망대에서 한숨을 돌린 후 길 따라 내려선다.

약간의 비탈길이 나오고

나무계단 길이 이어진다.

나무계단은 아래로 향해 계속 이어지고...

만약에 이 길로 올라왔다면 힘들어서 사자봉까지 힘들었겠다고 생각한다.

뒤를 돌아 위를 쳐다보니 끝도 없이 위로 향해 계단길이 무지막지하게 이어지고 있다.

천국의 계단도 아니고...

계단을 다 내려오니, 시멘트 도로가 잘게 잘라져 어지러이 널려져 있고... 

도로를 가로질러 숲 속으로 들어간다.

숲 속을 벗어나자 억새밭이 펼쳐지고...

이제 다 내려왔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

억새밭 건너편의 바위 위에 올라가 사과를 먹으면서 한참을 쉰다.

내가 내려온 길을 올려다보니, 억새밭 뒤로 가파른 경사길이 보이고,

맨 위에 수미봉의 바위들이 쳐다보인다.

그 바위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 있거나 앉아있는 모습들이 보이고...

한참을 휴식을 취한 후,

 

 

 편한 임도길을 따라 내려간다.

많은 사람들이 임도를 통해 올라오시고...

어느 정도 임도를 지나가자 계곡길과 작전도로로 길이 갈리고...

나는 편하게 길 따라 갈 요량으로 작전도로를 선택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내가 선택한 작전도로길은 산사면을 빙빙 에둘러 가는 길이다.

내림길과 오르막길이 연이어 이어지고...

가도가도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위치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가끔씩 밑에서 올라오시는 분들도 나이가 드신 분들이거나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시간은 무한정 늘어지고...

대신에 재약산의 또 다른 모습...

여기저기 엄청난 바위들이 꼿꼿이 세워져 있는 바위산의 모습을 보인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바위산으로서의 재약산은 그리 느끼지 못했는데,

이 길에서 보니, 커다란 바위가 중간중간 세워져 있는 그런 산이다.

바위가 많은 산사면을 보면서 예전에 고창의 선운산 도솔암에서 바라보았던 선운산의 모습이 떠올라진다.

 

 

 도로 아래로는 길게 이어진 계곡이, 그 끝에는 표충사가, 그 너머로는 마을이 보인다.

그냥 길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한시간 이상을 걸어서야 표충사 위에 도착하고...

민박촌을 지나쳐 표충사 입구에 내려선다.

재약산을 무사히 다녀와서 기쁘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표충사를 보기 위해 도로를 따라 올라가고.

중간에 의자에 퍼질러 앉아 베낭에 남아있는 마지막 음식을 먹는다.

도로를 따라 일주문을 지나고

표충사 입구의 떡갈나무숲에는 아침과는 달리 많은 차와 사람들로 시끄러울 정도이다.

사람이 많으면 평화도 사라지나보다.

아침에 토스트와 커피를 먹었던 간이카페에서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경내로 들어가 사찰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재약산을 배경으로 널찍한 터에 널찍널찍하게 전각들이 세워져 있어 일단은 눈맛이 시원하고,

절 한편에는 영남루와 같은 건물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올라가 쉬고 계신다.

 

 

 경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16시 20분 밀양으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버스종점으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