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밀양여행기... 셋쨋날(10.3)... 밀성손씨고가촌과 밀양향교
이번 여행의 마지막날이자 셋쨋날.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보니, 오른쪽 산 밑으로 아침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아 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얼른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고 침대에 누워 TV를 본다.
아직 기차시간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그래서 그 때까지 편히 누워 TV나 보다가 나가야지 맘을 먹는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머릿 속에서는 밀양의 향교와 한옥마을이 자꾸 생각난다.
예전에 어느 님의 블로그를 통해 본 밀양향교와 밀성손씨고가촌이 자꾸만 생각난다.
그러면서 머리 한켠에서는 밀양까지 와서 누워만 있지 말고, 하나라도 더 보고 가라고 충동질을 한다.
머릿 속에서는 나가 돌아다녀야한다는 생각과 편히 누워있으라는 생각이 싸움을 벌이고...
그런 싸움이 싫어서 씼고 모텔을 나온다.
밀양향교까지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그 거리가 만만치 않아 택시를 타고 밀성손씨고가촌에 이른다.
10월 3일 개천절 아침의 밀성손씨고가촌은 조용하기만하다.
골목길을 천천히 오르고...
오르면서 골목길에 차곡차곡 쌓여있을 시간의, 역사의 무게를 가늠해본다.
그 시간의, 역사의 무게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고가촌을 지나 밀양향교 앞에 당도한다.
향교의 정문격인 풍화루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그 옆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팔을 넓게 펼치고 있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간다.
마당에는 어느 아주머니 혼자서 열심히 떨어진 은행을 줍고 계신다.
간단히 눈인사를 올리고 향교 안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사람도 없고 조용하고 그리고 그늘이 많이 져 있어서 오래 있기에는 뭔가 거북한 기분이 든다.
한바퀴 돌아보고 좀전에 보았던 풍화루에 올라가 밀성손씨고가촌의 전경을 사진기에 담고 향교를 빠져 나온다.
절과 향교나 서원은 사람이 상주하고, 상주하지 않음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절은 아무리 외지고, 초라하여도 사람이 살고 있어서 따뜻한 느낌이 들고 그래서 오래 머물러도 괜찮은데,
사람이 살지 않는 향교나 서원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적막하여 오래 머물기가 힘들다.
향교를 빠져나와 천천히 밀양시내를 돌아다닌다.
밀양 초등학교도 가보고, 영남루 앞의 전통시장도 둘러보고...
그러면서 가까운 할머니 소머리국밥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밀양역으로 가기 위하여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