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스타샤

자작나무1 2012. 10. 21. 07:04

나스타샤

 

눈 쌓인 시베리아 벌판

나스타샤를 태운 마차는

자작나무숲 사이로 난 길을

하염없이 달린다

 

나스타샤는 늙은 마부를 재촉하고

마부는 건성으로 채찍질을 한다

늙은 말은 갈수록 걸음이 느려지고

 

계속 이어지는 똑같은 풍경에

나스타샤는 얕은 잠에 빠지고

짧은 꿈 속에서 그리던 님을 만난다

 

짧은 포옹과 깊은 입맞춤

그 후

사랑하는 님은

나스타샤를 돌아보지도 않고

뒷모습을 남긴 채 눈 속으로 총총히 사라진다

 

마차는

또 다시 퍼붓기 시작하는 눈을 맞으며

자작나무숲을 빠져나와

황량한 벌판을 느릿느릿 가로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