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쇼팽의 "Nocturne No.2 in E Flat Major"을 듣고...
자작나무1
2012. 12. 16. 09:58
쇼팽의 "Nocturne No.2 in E Flat Major"을 듣고...
몇해전 겨울밤이었습니다.
퇴근을 하고,
신촌 노고산동의 언덕 위에서 자취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던 친구의 집에 놀러갔습니다.
저녁을 얻어먹고,
술을 얻어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밤이 깊어
방을 나왔습니다.
12월 겨울밤의 매서운 바람들이 저에가 달려들었습니다.
미끄러운 길 위로 연탄재가 뿌려져 있고,
추위로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조심스럽게 연이어진 골목길을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는 도중,
환한 불이 켜진 창문을 통해 피아노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쇼팽의 "Nocturne No.2 in E Flat Major".
한동안 갈길을 멈추고
그 창문 아래에서 그 피아노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잠시동안 추위도 잊었습니다.
잠시동안이지만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동안 그 피아노 연주소리를 듣고
다시 조심스럽게 골목길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문득
사랑하는 고국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쇼팽의 불우한 삶과 함께,
인생은
낯선 도시에서 허름한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같다는 글이 떠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