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오후에 꽃구름님의 사진을 쫓아 축제 중인 홍대에 갈까 계획을 잡았어요.
그런데 보통 때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홍대를 주말에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곳 푸른 수목원으로 행선지를 바꾸었어요.
지금 와서 보니, 참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푸른 수목원에, 성공회 대학교 내의 예쁜 집도 사진기에 담게 되고...
그리고 성공회 대학교 주위를 돌아다녔어요.
성공회 대학교는 책을 통해 알게된 신영복 교수님이 근무하시는 곳이라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비록 교수님은 멀리서나마 볼 수도 없겠지만요.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건물 입구의 예쁜 의자를 발견했어요.
보자마자 예쁜 색깔의 의자가 얼마나 반갑던지요...
아주 오래 전의 초등학교 때 키가 제일 작았던 반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어요.
그런 반가움에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었어요.
성공회 대학교를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예전에 읽었던 신영복 교수님의 글이 아스라하게 떠올라졌어요.
"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한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식함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나무야 나무야" 중에서 인용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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