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찾아서 184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중에서...

조천과 구좌는 오래된 옛고을이어서 조천 읍내엔 항구, 조천진, 연북정, 비석거리, 반듯한 기와집 마을이 있고, 중산간 지대엔 와흘리, 선흘리의 본향당 신당이 신령스럽다. 교래리엔 자연휴양림도 있다. 특히나 구좌엔 김녕리, 평대리, 송당리, 세화리, 하도리, 종달리 등 이름도 아름다운 동네 열두개가 있고, 중골, 연등물, 검은 홀, 솔락개, 섯동네 등 제주 토속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60여 곳의 묵은 동네가 있다. 구좌는 한라산 북사면의 저지대로 넓은 초지가 바다쪽으로 길에 뻗어있다. 제법 넓고 비탈진 들판의 긴 밭담 속에서 당근, 양파, 마늘이 철 따라 푸른 빛을 발하고, 송당목장이 있는 송당리 일대는 마지막 테우리(목동)들이 여전히 소와 말을 키우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림도 구좌에 있다. 하..

"박노해의 희망찾기... 오늘은 다르게" 중에서...

"박노해의 희망찾기... 오늘은 다르게" 중에서... 나는 머리만 좋은 사람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머리보다 중요 한 것은 가슴이다. 가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발이다. 머리를 쓰면 주 로 머리만 움직인다. 가슴이 움직이면 머리도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손발이 가는 곳에는 가슴과 머리가 같이 가게 돼 있다. 그래서 사람에 겐 노동하고 살림하는 일이 소중한 것이다. 실제 생활경험과 현장 체 험만큼 살아 있는 지식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흙 힘을 받지 못한 나무처럼 쉽게 쓰러지고 만다. 인간성을 평가하는 잣대, 그 사람됨과 인간의 격을 판단하는 단 하나의 잣대를 고른다면 나는 약자에 대한 태도를 들겠다. 자기보다 힘 있는 사람들을 섬기고 자신과 같은 수준의 사람들과 서로 ..

정지아님의 "길에서 만난 세상, 인권 르포타주, 벼랑위의 꿈들" 중에서...

정지아님의 "길에서 만난 세상, 인권 르포타주, 벼랑위의 꿈들" 중에서... 나는 천국을 믿지 않는다. 고통없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도 믿지 않는다. 세상이 평등하다는 것도 당연 믿지 않는다. 인간이 두 발로 걷게된 이래 오늘날까지 슬픔과 고통은 배냇짓과 다를바없는 인간의 친구였다..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내가 태어난 어두운 집 마루에 엄마가 앉아 있네 엄마가 얼굴을 들고 나를 보네. 내가 이집에서 태어날때 할머니가 꿈을 꾸었다네. 누런 털이 빛나는 암소가 막 무릎을 펴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네. 소가 힘을 쓰며 막 일어서려는 참에 태어난 아이니 얼마나 기운이 넘치겠느냐며 이 아이 때문에 웃을 일이 많을 것이니 잘 거두라 했다네. 엄마가 파란 슬리퍼에 움푹 파인 내 발등을 들여다보네. 내 발등은 푹 파인 상처 속으로 뼈가 드러나 보이네. 엄마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지네. 저 얼굴은 내가 죽은 아이를 낳았을 때 장롱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네. 내 세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 엄마가 방금 죽은 아이를 품에 안듯이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내 발에서 파란 슬리퍼를 벗기고 나의 두발을 엄마의 무릎으로 ..